KBS에서 인기 방영됐던 하지원 주연의 드라마 ‘황진이’가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12일부터 4회에 걸쳐 상영된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KBS 드라마 상영
12일부터 매달 한편씩 4회 걸쳐 하이라이트 재편집
한류 드라마 상영 시리즈 첫 시도
12일 뉴욕한국문화원 ‘옛노래에 나타난 여인상’ 강의
“송도에 진이라는 이름난 기생이 있었다. 여자치고는 뜻이 크고 기개가 높아 사내대장부에 못지않았다.” 조선중기 유몽인이 지은 황진이에 관한 전기의 첫 구절이다. 황진이가 기생이 된 동기는 15세경에 이웃 총각이 혼자 황진이를 연모하다 병으로 죽자 서둘러서 기계에 투신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이 글을 역주한 이민수씨는 한국한글소설집에서 “황진이의 전기에 대하여 상고할 수 있는 직접사료는 없고 따라서 간접사료인 야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계통의 자료는 각양각색으로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 그 허실을 가리기가 매우 어렵다“고 번역자로서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희미하게 여러 가지 모습으로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던 황진이라는 역사속의 인물이 우리에게는 하지원과 송혜교라는 걸출하게 아름다운 배우의 모습으로 뚜렷하게 육화된다. 바로 드라마와 영화라는 대중매체의 힘이다.
‘불멸의 이순신’, ‘바람의 화원’ 등 역사적인 인물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 상품들이 한인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KBS를 통해 방송되었던 ‘황진이’를 정기 상영하는 행사를 기획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진이’ 특별 상영회는 12일(수요일) 첫 회를 시작으로 매달 한편씩 총 4회에 걸쳐 상영한다. ‘황진이’는 ‘꽃보다 아름다워’를 연출한 김철규 감독과 ‘불멸의 이순신’의 윤선주 작가의 작품. 여성을 삶의 주체로 인정하기 보다는 의무만을 강요하던 16세기 조선시대, 기생이자 시인으로 당대 여성들이 꿈꿀 수 없었던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황진이의 일생을 24부작으로 만든 이 드라마는 2006년 가을부터 방영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드라마의 인기가 영화 황진이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하지원이 분한 ‘황진이’는 방영 초기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천대 받는 존재였던 기생에 대한 인식을 바꾼 예인 <황진이>를 통해 기생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24부작을 하이라이트로 재편집한 이번 상영은 12일의 제1화 : 기생의 전성기, 제 2화: 기생의 탄생 (12월 10일), 제 3화: 회환과 고통(1월 14일), 제4화: 대단원의 막(2월 11일)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1회 상영회는 하버드 대학의 한국학 전문가 데이비드 맥칸 교수의 소개로 시작되며
조선시대사회상에 대한 토론이 김철규 연출가와 데이비드 맥칸 교수에 의해 이어질 예정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한국영화의 고전들과 최신작들을 꾸준히 선보여왔지만 코리아소사이어티가 TV 드라마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상영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조윤정 프로그래머는 “한인 방송국과 비디오, 컴퓨터 다운로드 등을 통해 많이 노출된 드라마를 다시 상영하는 것이 모험일 수도 있다”면서도 “소위 미드라고 불리며 한국에서 미국 TV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모으는 것처럼 한류의 대표 주자로 이미 아시아를 휩쓴 한국 드라마들을 뉴욕에 소개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프로그래머는 “이미 2년전부터 이 행사는 기획되어 왔고 단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상영 시리즈를 고정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한 중요한 첫 시도”라고 설명하며 “최근 한인 사회에 불고 있는 역사물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장금’으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퓨전 사극의 열풍, 그리고 드라마, 영화, 문학 등 최근 서사
장르들을 석권하고 있는 팩션(사실 Fact과 허구 Fiction의 합성어)의 인기는 화석처럼 고정되어 있고 ‘쉰내 나는’ 역사가 아닌 현대적인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된 역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다. 고증과 사실성 보다는 소설 ‘서라벌 사람들’ 서평에 김연수씨가 썼듯이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들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얘기하는 것”에 열광하는 독자들은 심지어 역사적으로 남자임이 분명한 신윤복을 여자로 둔갑시킨 설정도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황진이의 인기는 시청자들이 그에게서 옛 여인에 대한 향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당당한 여인상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 EBS 강사 출신으로 오는 12일 뉴욕한국문학원에서 ‘옛 노래에 나타난 여인상’이라는 주제로 강의할 남채홍씨 역시 “여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양면성”이라는 말로 최근 역사속 여주인공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설명했다. 남씨는 “이별의 한을 노래한 옛 노래들, ‘공무도하가’, ‘정읍사’, ‘가시리’ 등을 보면 당대 한국 여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대상에 대한 초월적 사랑, 신뢰에 바탕을 둔 기다림, 이별의 고통을 갖고 재회를 소망하는 순종,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사랑하는 임을 따르겠다는 적극적인 의지 등을 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남과 헤어짐의 빈도가 높고 애정이라는 정서가 인스턴트 식품처럼 소비되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전통적인 감정은 민족적인 정서의 원형으로 강한 낭만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동시에 현대 여성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질투와 증오, 이기심 등의 감정도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 남씨가 강의할 고려가사다.
요즘으로 치면 유흥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명의 작가들이 파격적일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자유분방하게 드러내는 것에서 인간의 감정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서라벌 고교, 풍문 여고 등에서 교사생활을 한 남씨의 이번 강의는 문헌 속에서만 존재하는 여인들의 이해와 해석의 여지를 넓힐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212-759-7525 ext 323. 한국문화원: 212-759-9550. <박원영 기자> w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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