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청장에 전화 한 통’ 관련 판단 뒤집어…’형사처벌 전력’ 제한적 고려

공판 출석한 이상민 전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10.17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2년 늘어나면서 12·3 비상계엄 중요임무 종사자들의 형량에 조정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12일(한국시간)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혐의별 유무죄 판단 면에서는 대부분 궤를 같이했다.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받은 것이 인정되고, 이후 소방청장에게 협조를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또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에서 허위로 증언한 혐의도 대부분 인정됐다.
이처럼 사실관계 및 법리적 판단이 사실상 동일한데도 형량을 2년 가중한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재판부는 형법이 내란죄를 규정한 목적 및 의의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헌법 제2편 각칙에 '내란의 죄'(제1장)가 가장 먼저 적시된 데에는 내란죄가 보호하는 헌법 질서의 가치, 헌법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험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국민의 안전과 재난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던 만큼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원심이 양형 감경 사유로 이 전 장관의 구체적인 내란 중요임무 종사 행위가 '소방청장에게 건 전화 한 통'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률상의 막중한 책임과 지위를 외면한 채 오히려 위법한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되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범행을 저질렀다"며 "구체적인 행위가 소방청장에 대한 전화 한 통이라는 사정만을 그 위법성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통상적으로 양형의 유리한 사정으로 언급되는 형사처벌 전력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경력, 범죄의 성격 등을 봤을 때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제한적으로 고려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경우에는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다.
해당 사건은 서울고법의 또 다른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가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내란을 사전에 모의하거나 조직적으로 주도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이유로 형량을 8년 줄였다.
1심에서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형량 차가 16년이었다면 항소심에 이르러 6년으로 좁혀진 것이다.
1심 선고 당시 법조계에서는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 등 같은 혐의를 적용받은 것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법적 안정성 및 예측 가능성을 위해 보다 일관된 양형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한 전 총리의 경우 국무총리로서 국무위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었고 국무회의 심의 건의 및 소집에 관여하는 등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하고서라도 재판부별 양형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날 판결을 두고 형량 조정이 일부 이뤄지면서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12부가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집중 심리하도록 한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담재판부가 피고인별 가담 정도 및 책임을 균형감 있게 비교하면서 양형을 조정하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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