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총재 신현송 지명
▶ 금융위기 때 거시건전성 3종 도입
▶금리 인상은 이란 상황 지켜볼듯
▶물가안정·경제성장 동시달성 적임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되자 한은 내부에서는 “위기 상황을 관리할 최고의 전문가가 발탁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과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와 같은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거시·금융 건전성을 관리할 적임자가 지명됐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여러 자리에서 “만약 신 국장이 다음 번 총재를 맡는다면 안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 역시 22일 브리핑에서 “신 후보자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뉴욕연방준비은행 등에서 활동해 학문 깊이와 실무 통찰력을 모두 갖춘 국제금융과 거시경제의 세계적인 권위자”라며 “국제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국민 경제성장이라는 통화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실제 신 국장은 글로벌 거시경제와 금융 시스템 안정 분야에서 학문과 정책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내며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환 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제도 등 이른바 ‘거시 건전성 3종 세트’를 도입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게 그와 함께 일했던 경제 부처 관료들의 설명이다.
신 국장은 한은 총재 지명 직후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이지만 엄중한 시기에 통화정책을 이끌게 된 것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물가·성장 그리고 금융 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고민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장의 관심은 신 후보자 취임 이후 통화정책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글로벌 유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교과서적인 대응은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에 맞서는 것이지만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국내 경제 전반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 후보자 역시 기본적으로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2년 9월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 안정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현재 경제정책의 급선무”라며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높일 것을 한국은행에 주문했다. 당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글로벌 긴장감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 충격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지금 상황이 당시와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긴축 방향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최근에는 신중론을 내놓기도 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최근 고유가와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만약 충격이 공급 측면에서 발생했고 일시적이라면 금리로 기계적 대응을 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봐야(look through)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전쟁 역시 인내심을 요구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다시 긴축을 준비해야 할 시점인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가 아직 유가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그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한 배경이다. 실제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보다 신중론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환율 대응에서도 그는 금리라는 둔탁한 도구 대신 거시 건전성이라는 정밀한 메스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신 후보자는 고환율이 기업 대차대조표를 잠식하는 ‘금융 채널’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해왔다. 이에 따라 취임 이후에는 금리 인상으로 환율을 방어하기보다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를 통해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직접 제어하는 독자적 외환 방어 로드맵을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한은 총재는 대통령 지명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통상 지명부터 취임까지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명 후 30일 안팎의 기간을 거쳐 취임이 이뤄졌다.
신현송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해외 대학과 국제금융기구에서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글로벌 인맥을 자랑한다. 2014년부터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경제자문역 겸 조사국장을 역임하며 BIS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두루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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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한동훈·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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