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수가 200만에 접근해 가고 있다’ - 두 주후면 4년이 지나 5년차를 맞게 된다. 그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알려주는 통계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2026년 1월 현재 러시아군 사상자 수는 120여 만, 우크라이나군은 60여 만에 각각 이른다. 그리고 머지않아 양측 사상자 총계는 200만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수치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러시아는 당초의 목적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그게 지난 4년간의 전쟁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지난 연말께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드먼이 내린 진단이다.
우크라이나는 점령지에서 러시아를 몰아 낼 수가 없다. 그러나 러시아도 점령지를 별로 넓히지 못했다. 이런 사실들의 열거와 함께 4년 동안의 전쟁을 통해 높아진 것은 러시아의 군사력에 대한 의구심뿐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병력 동원이 어렵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등 제 3세계 국가에서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 노후 된 장비와 함께 40대, 50대 지원병도 받아들여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 전쟁 5년차를 앞둔 시점의 상황으로 그런 러시아의 군사력은 핵전력을 제외하면 2류 급임이 드러났다는 거다.
거기에다가 1인당 국민소득은 전 세계 50위권으로 추락, 푸틴 치하의 러시아는 한 마디로 ‘지정학적 난파 열차’같은 존재가 됐다는 게 이어지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러난 것은 러시아의 강함이 아니라 허약함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러시아의 비극이라는 게 프리드먼의 지적이다.
푸틴이 러시아에 유리한 트럼프의 평화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쟁을 계속 질질 끌고 있는 것도 그렇다. 휴전수락은 전쟁실패로 인식돼 푸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푸틴은 전 세계가 자신을 결코 패배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상자 120만에, 추정 전사자 32만5000이라는 수치는 푸틴이 전쟁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히 알려주고 있다.’
조지 프리드먼의 우크라이나전쟁 현황 분석보고가 나온 지 한 달 후 CSIS가 발표한 사상자수 추정통계와 관련해 월 스트리트 저널이 내린 진단이다.
나인틴포티파이브지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모스크바는 4년여에 걸친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전개이후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러시아의 궁극적 승리는 불가피하다는 ‘나 홀로 주장’만 계속 외쳐대고 있다는 것.
미군은 한국 전쟁에서 3만6000여명이 전사했다. 이에 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군 전사자수는 근 10배에 이른다. 그 수치는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롯해 2차 대전 이후 구소련과 러시아가 전 세계에 개입해 치른 각종 전쟁에서 낸 전사자 수의 무려 다섯 배가 넘는다.
이처럼 막대한 병력손실의 대가로 무엇을 얻어냈나. 한줌도 안 되는 부동산이다.
러시아는 2024년 1월부터 공세에 들어갔다. 무제한 소모전을 펼친 것이다. 그 결과 2025년 한 해 동안에만 41만50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게 CSIS의 보고다. 사상자 수는 한 달 평균 3만5000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십만의 병력소실을 대가로 얻은 것은 고작 ‘점령영토 1.5%’증가다.
이처럼 막대한 전상자를 수반한 러시아군의 전진속도는 하루 평균 70m 정도로 100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한, 제1차 세계 대전 중 최대·최악의 살육이 벌어진 솜 전투의 전진속도보다도 느린 것으로 CSIS는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러시아는 과연 언제까지 감내 할 수 있을까. 당분간은 가능하다. 그러나 중·장기적 전망은 시계제로에 가깝다.
2025년 러시아의 군사지출은 전체 연방예산의 40%로 전 세계적 동맹네트워크를 가동, 서방을 지켜온 미국의 지난 10년간의 국방예산(전체 예산의 15%)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과부하도 엄청난 과부하에 걸려 있다고 할까, 그게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에만 전사자 보상 등으로 1조2000억 루블(미화 153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렇지 않아도 끝없는 소모전으로 경제는 죽어가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 앞서의 질문으로 되돌아 가보자. 전상자 120만, 이 수치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며칠, 길어야 몇 주면 우크라이나를 정복해 러시아제국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다.’ 이게 푸틴의 꿈이었던가. ‘그 꿈은 이제 자칫 영원히 꿈으로만 남게 됐다. 이와 동시에 푸틴 체제, 더 나가 어쩌면 러시아연방 자체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그 같은 엄혹한 사실을 알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쟁은 그러면 머지않아 그치는 것일까. 이어지는 질문이다. 그 가능성은 적다는 게 대다수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여전히 미몽(迷夢)에 사로잡혀 있다. 그 푸틴에게 전상자 120만은 단지 통계수자일 뿐이다. 오직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이다.
러시아의 고기분쇄기(meat grinder)는 계속 돌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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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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