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작전 하다가 몰살당할 판이다.” 2014년 해병대의 억울함을 처음 알았다. 상륙돌격장갑차(KAAV) 보호장비가 바닷물에 부식돼 북한군의 포탄에 뚫릴 정도라고 했다. 유사시 목숨 걸고 적진으로 침투하는 정예병력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였던 셈이다. 하지만 군 당국과 정부는 ‘귀신 잡는’ 해병대의 투철한 정신으로 극복하길 바란다며 공을 떠넘겼다. “이게 군대인가”라는 하소연이 쏟아져도 본체만체했다.
■ 8년이 지났다. “아들이 자랑스럽다.” 고위공직자 지인이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병대에 입대했는데 KAAV를 타고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포항 수재민을 구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해병대의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다. 상륙작전용 KAAV가 평시에 이렇게 쓰일 줄 몰랐지만 어쨌든 반가웠다. 다급한 상황의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자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채 상병 순직 사건이 터졌다.
■ 발뺌하는 최고 지휘부를 향한 특검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연루된 인사들이 책임져야 마땅한 일이다. 성찰의 시간이 지체될수록 장병들의 무력감만 커질 뿐이다. 돌이켜보면 해병대는 외풍에 곧잘 시달렸다. 박정희 정권의 지시에 1973년 해체돼 해군에 통합됐다. 우여곡절 끝에 1987년 재창설하며 독립했지만 해군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병대사령관(중장)은 해군총장(대장)보다 계급이 낮다. 지난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해병대 출신이 성급하게 거론됐다가 틀어지면서 상실감이 더했다.
■ “육해공군 다 있는데 왜 해병대만 없나.” 작전권은 육군, 군정권은 해군에 뺏긴 데다 해병대 간판을 내건 회관조차 없을 정도로 열악한 사정을 통수권자가 직접 지적했다. 해병대 1·2사단 지휘권을 반세기 만에 되돌려주면서 ‘준4군체제’에 시동을 걸었다. 변화에 맞춰 상륙함정을 처음 도입해 진수식을 열었다. 빠르고 치명적이라는 의미로 물고기 ‘청새치’ 이름을 땄다. 해병대에 기대하는 속도와 생존성, 화력에 비춰 고무보트로는 어림없는데도 이제서야 전력을 보강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재명 정부의 자주국방은 무엇이 다른지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김광수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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