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흐름은 왜 배에서 시작될까
사람들은 흔히 손발이 차갑거나 머리가 뜨거운 증상을 단순히 몸이 덥거나 차가운 체질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의 많은 경우가 ‘수승화강(水昇火降)’의 흐름이 깨져서 생기는 몸의 이상 신호로 본다. 차가운 기운은 머리로 올라가 맑음을 돕고, 뜨거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 따뜻함을 만드는 것이 인체의 자연스러운 순환이고, 이 흐름이 유지될 때 집중력, 소화력, 체온 조절이 모두 안정된다. 그런데 몸의 중심인 ‘비위(脾胃)’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 균형이 무너지고 몸의 전체적인 흐름이 흐트러진다.
이는 한의학에서의 비위(비장과 위장)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상·하·좌·우 모든 기운은 이곳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비위는 우리 몸에서 인체의 ‘중심축’, 혹은 ‘관제탑’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비위가 잘 움직이면 맑은 기운은 위로 오르고 탁하고 무거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 자연스럽게 몸이 조화되지만, 이 관제탑이 막히면 아무리 발을 따뜻하게 해도, 아무리 호흡을 잘해도 기운이 가야 할 곳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비위는 왜 이렇게 쉽게 막히는가
현대인의 생활은 비위가 쉬기 어려운 환경이다. 빠른 식사 습관, 과식과 야식, 스트레스성 폭식, 아이스 음료와 밀가루 위주의 식습관은 위장을 차갑고 무겁게 만들며 소화되지 못한 음식 찌꺼기인 식적(食積)과 담음(痰飮)을 쌓아간다. 이는 마치 교통의 중심지에 커다란 장애물이 놓이는 것과 같다.
비위가 막히면 먼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할 뜨거운 기운이 길을 잃는다. 내려가지 못한 화기(火氣)는 다시 위로 치솟아 속쓰림, 역류성 식도염, 가슴 답답함, 두통, 안구 건조 같은 상열증을 일으킨다.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야 할 맑은 수기(水氣)는 가로막혀 머리는 맑음을 잃고 흐릿해지며, 하복부와 손발은 더욱 차가워진다. 이른바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전형적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편안한 비위가 순환 회복의 시작이다
몸의 중심이 막히면 수승화강은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순환을 되살리고 싶다면 먼저 비위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위는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가장 잘 기능하기 때문에, 차가운 음료와 날음식, 밀가루 음식은 위장을 냉하게 만들어 순환을 방해한다. 반대로 따뜻한 성질의 음식과 익힌 음식은 배 속을 데워 비위의 움직임을 회복시킨다.
더불어 비위가 막혔을 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배가 더부룩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편함이 생길 때 손의 합곡혈과 발의 태충혈 같은 주요 혈자리를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중초의 정체된 기운이 부드럽게 풀리며 순환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임상에서도 상당히 빠른 효과를 보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 즉 과식과 폭식을 피하는 일이다. 위장은 여유가 있어야 움직인다. 음식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는 비위가 일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움직임을 멈춰 정체가 심해진다. 배가 70~80% 찼을 때 멈추는 습관이 비위를 지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다.
당신의 몸은 지금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가
만약 머리는 항상 뜨겁고 손발은 차갑다면, 혹은 배가 자주 더부룩고 쉽게 피로하다면 당신의 비위는 이미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복부를 가볍게 눌러 보았을 때 단단하거나 차갑게 느껴진다면 더욱 그렇다. 비위는 우리 몸의 한가운데에서 기운의 길을 관리하는 관제탑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이 중심이 편안해야 기운이 제자리를 찾아 올라가고 내려가며 수승화강이라는 건강한 흐름이 완성된다.
문의 (703)942-8858
<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