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성과 효과 분석
▶ 세율 1%p 내리면 고용 0.02%p ↑
▶ 정부 “별 효과 없다” 주장 반박
▶ 한 최고세율 26% OECD 상회
▶ 투자촉진 통한 고용창출 효과
한국재정학회에서 31일 발표한 강진성·이영환 계명대 교수의 ‘법인세 세율 인하와 경제성과의 효과 분석’ 논문은 법인세 인상에 대한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문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노동 증가율이 약 0.019%포인트 증가해 고용 창출 효과를 낸다. 반대로 법인세율 인상은 노동 증가율을 감소시킨다. 결국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성장을 위축시키고 그에 따라 고용도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7월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를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올리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3,000억 원 이상 구간의 최고세율은 24%에서 25%로 인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감세 정책을 추진하며 낮췄던 세율을 3년 만에 원상 복귀시키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법인세수가 총 18조5,000억 원 증가한다고 봤다.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세수 기반을 폭넓게 확충한 뒤 인공지능(AI) 중심의 초혁신 기술에 재정을 집중 투입해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밑그림이다.
정부는 과거 정부가 법인세를 내렸어도 경제성장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인세를 인하해주면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고전적인 시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법인세 인상을 인상이 아닌 ‘정상화’ 조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세를 내렸더니 세수만 줄어들었을 뿐 투자 개선 효과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의 법인세 수입 감소는 법인세율 인하 때문이 아니라 경기 부진에 따른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최근 우리나라 법인세는 반도체 경기 한파에 따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법인세율을 줄여 세수가 줄어든 게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이번 논문은 1980년부터 2023년까지 43년간의 분기별 자료를 통해 법인세 인하의 고용 증대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아울러 ‘성장’이 고용 창출의 핵심이라는 점도 다시금 강조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출이 1% 증가할 때 노동 수요가 1.121% 크게 증가한다. 이때의 ‘산출’은 기업이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양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임금은 1% 상승 시 고용이 감소하고, 기계·설비 투자 비용을 의미하는 자본상대비용이 1% 증가하면 고용은 0.584% 증가했다. 즉 생산량이나 한국총생산(GDP)의 규모가 증가하는 성장이 다른 요인들보다 고용을 촉진하는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성장과 투자 촉진을 통한 고용 창출이 다른 정책적인 방법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가 공언한 법인세율 인상 조치는 고용뿐 아니라 글로벌 첨단기업 유치 경쟁에도 악재로 작용하리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법인세법 인상안에 대해 글로벌 법인세 인하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상장협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2000년 28.1%에서 2024년 21.1%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최고세율은 26.4%로 이미 OECD 평균을 크게 상회(5.3%포인트)하는 상황에서 추가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꼴이라는 설명이다. 상장협의 한 관계자는 “불황기 법인세 세율 인상은 기업 부담을 키워 ‘투자·고용 위축 →경기 악화 → 세수 감소’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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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신원·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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