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 “부작용 땐 다른 약 사용 가능”
▶ 500명 추가 임상… 데이터 정밀화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치료했던 한 80대 폐암 환자는 2020년부터 폐암 표적 치료제 ‘타그리소’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효가 잘 들었고, 환자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1년쯤 지나자 환자는 “숨이 차고, 붓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 막상 검사를 해보면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답답한 기분이 들면서 생활이 불편하다고 했다. 이 환자는 결국 폐에 물이 차서 응급실에 실려와 심부전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항암제 부작용이 의심돼 기존 약으로 치료를 이어가기는 어려운 상황. 다행히 이 환자는 ‘렉라자’를 이용해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 교수는 “렉라자와 타그리소, 두 약은 장단점이 다르다”며 “환자 특성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치료할 수 있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다른 항암제로 바꿔서 표적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사용 가능한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 치료제는 렉라자와 타그리소, 두 개뿐이다. EGFR 변이는 전체 폐암 환자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30~40%에서 관찰될 정도로 흔한 돌연변이다. 그만큼 약 하나가 개발되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때마다 환자들이 얻는 효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렉라자 사용이 확대되면서 항암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뇌 전이 환자에게 특히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렉라자가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데 현장에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그 전에 3세대 EGFR 표적 치료제는 타그리소 하나뿐이었습니다. 그 약을 쓰다가 심하게 부작용이 온다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부작용을 감수하고 계속 쓰든지, 아니면 부작용이 훨씬 심한 세포독성 항암제로 바꿔서 치료할 수밖에 없었어요. 렉라자로 대체가 가능해지면서 표적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두 약은 어떻게 다릅니까.장단점이 있습니다. EGFR 돌연변이 중에 ‘L858R’이라고 타그리소의 효과가 좀 떨어지는 게 있거든요. 그 돌연변이에 대해서는 렉라자가 좀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또 렉라자가 뇌 전이 환자들에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반대로 렉라자는 말초신경 쪽에 부작용이 있어서, 손발이 저리고 감각이 늦어지는 환자 빈도가 좀 많습니다.
-환자 특성에 따라서 선택하게 되는 건가요.그렇습니다. 효과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환자들 입장에선 약 부작용이 있을 때 다른 약을 사용할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렉라자를 이용하다 타그리소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까.
그럼요. 말초신경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당뇨가 있는 환자는 본래부터 말초신경이 좋지 않은 환자들입니다. 이들은 렉라자를 먹으면 저리는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죠. 이런 경우에 타그리소로 변경합니다.
-최근 병원에서 실시한 렉라자 관련 뇌 전이 환자 대상 연구 결과가 궁금합니다.보통 임상시험에는 상태가 몹시 안 좋은 환자를 참여시키지 않습니다. 결과도 나쁘고, 문제가 생기면 임상시험 자체에 차질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증상이 심하거나 종양이 큰 환자들한테는 약효가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런 환자까지 다 모아서 뇌 전이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75명 정도를 등록해서 20개월가량 추적 검사를 했습니다. 이중 35명은 뇌 전이 증상이 없는, 20명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20명은 증상이 심한 환자들이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뇌 전이 증상이 심했던 환자나 증상이 없었던 환자나 생존 기간이 똑같았습니다. 증상이 심해도 렉라자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생기다보니 60% 정도는 병이 진행됐는데, 머리 쪽은 좋아진 상태가 유지됐습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관련 추가적인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현재 한국 40개 병원에서 약 500명을 목표로 대규모 등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 200명 규모 임상에서는 환자 수가 적어 다양한 그룹별 효과나 부작용 패턴을 충분히 분석하기에 한계가 있었어요. 새 연구에서는 표본이 커지기 때문에,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 변이 환자가 약에 더 잘 반응하는지, 혹은 어느 그룹에서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는지 등 정밀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암 치료에 있어 서울아산병원은 다학제 진료에 힘쓴다고 들었습니다.폐암 환자 분이 있으면 흉부외과, 방사선종양과, 종양내과, 호흡기내과 등 전문가 최소 6, 7명이 모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토론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이 한국에서 제일 처음 시작을 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활발히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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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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