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자 4명 중 1명 90일 이상 연체
▶ 100~150점 하락… 개인파산 버금
▶ ‘대출·임대·취업·보험’ 등 ‘빨간불’
▶ 미국인 평균 점수 팬데믹 후 최저

올해 미국인 수백만 명이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크레딧 점수가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로이터]
올해 미국인 수백만 명이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크레딧 점수가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주택 임대는 물론 자동차 할부, 보험 가입, 취업에 이르기까지 각종 일상생활에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현상까지 맞물려 학자금 대출 연체자의 금융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100~150점 ‘뚝’… 개인 파산에 버금뉴욕연방준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학자금 대출을 연체한 미국인 220만 명의 크레딧 점수가 100점 이상 하락했고, 이 중 100만 명은 무려 150점 이상 떨어졌다. 재정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점수 하락폭은 개인 파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학자금 대출 연체자 중 상당수는 연체 전까지만 해도 차량 할부나 모기지 대출, 크레딧 카드 발급 등에 무리가 없던 ‘양호 크레딧’ 보유자였다.
학자금 대출 연체에 따른 크레딧 점수 하락은 고금리 상황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현재 각종 대출 이자율은 20년래 최고 수준인데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당분간 금리 인하 계획이 없음을 시사한 상태라 이들 연체자들이 받게 될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크레딧 점수 하락 여파는 이미 여러 금융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자동차 대출, 크레딧 카드, 주택 재융자 등 주요 대출 거절률이 전년 동기보다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중고차 할부 막판에 거절켄터키주 티나 존슨(44) 씨는 중고 차량 구입을 이틀 앞두고 날벼락 같은 소식을 받았다. 사전 승인받은 할부 대출이 갑자기 무효 처리됐다는 것이다. 크레딧 점수가 650점에서 418점으로 무려 230점 넘게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학자금 대출 440달러를 연체했기 때문이다.
연방 교육부는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최소 3주 전 청구서를 보낸다”라고 밝혔지만 존슨 씨는 “이메일, 전화, 우편 등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며 “미리 알았다면 당연히 납부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앞서 승인된 월 할부금 350달러가 크레딧 점수 급락으로 두 배 넘게 오르자 그녀는 중고차 구입을 포기하고 기존 차량을 그대로 타기로 결정했다.
■ 대출자 4명 중 1명 90일 이상 연체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연방정부가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을 전면 중단하며 수백 만 대출자의 숨통이 트인 바 있다. 그러나 2023년 말부터 대출 상환이 재개됐고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1년간의 ‘유예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유예 조치는 작년 9월 30일 종료됐고 이후 수백만 명이 상환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학자금 대출 체납자에 대한 징수 절차를 본격화하며 올 여름부터는 임금, 세금 환급금, 심지어 사회보장연금까지 압류하겠다는 방침을 앞세워 상환을 미루는 대출자들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상환 의무가 있는 학자금 대출자 중 4명 중 1명(약 25%)은 90일 이상 연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는 젊은 층이 학자금 대출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연체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수년간 지속된 고물가로 인해 중장년층의 경제적 부담이 극심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크레딧 점수가 낮다는 것은 삶의 모든 비용이 오르는 것을 뜻한다”며 “휴대폰 요금, 공과금, 보험료까지 각종 생활비가 상승하게 되고, 결국 개인 및 가계 재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 미국인 평균 점수 팬데믹 이후 최저크레딧 점수는 개인의 경제 신뢰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300점에서 850점 사이로 산정되며 부채 수준, 납부 기록, 신용 사용 기간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대출기관뿐 아니라 (임대 주택)집주인, 고용주, 보험사, 휴대전화 회사, 공공요금 업체까지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고객의 경제 신뢰도를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670점 이상이면 ‘양호’ 수준으로 간주되며, 비교적 낮은 이자율과 높은 한도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반면 620점 미만의 ‘서브프라임’ 신용자는 대부분의 대출이 거절되거나 매우 높은 이자율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학자금 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크레딧 점수 하락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전 뉴욕 연준 연구원 스테파니아 알바네시 마이애미대 경제학 교수는 “상당수가 서브프라임 영역으로 전락해 정상 수준 이자율로 대출을 받는 것이 힘들어졌다”며 “크레딧 점수는 빨리 떨어지는 반면 회복은 매우 더디기 때문에 연체를 상환해도 원래 점수로 회복되려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신용평가기관 ‘파이코’(FICO)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 2월 715점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모기지 재융자 신청의 약 41.7%가 거절됐는데, 이는 1년 전(약 27%)보다 약 15%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같은 기간 자동차 할부 대출 거절률은 2%에서 14%로 무려 7배나 치솟았고, 크레딧 카드 발급 거절률도 5%포인트 오른 22%를 기록했다. 낮은 점수로 인해 아예 대출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청해도 승인받지 못할 것 같아 대출을 포기한 비율’은 8.5%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자금 대출 연체 사태가 불거지면서 대규모 크레딧 점수 하락 현상도 우려된다. 신용평가기관FICO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 동안 새로 연체자로 분류된 학자금 대출자는 270만 명에 달했는데, 당시 작년 10월 이후 한 번도 상환을 하지 않은 약 540만 명은 연체자 집계에 잡히지 않았다. 만약 이들까지 추후 연체자로 분류되면 크레딧 점수가 급락하는 미국인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제연구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와 그에 따른 신용 하락 여파로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이 약 0.13%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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