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서 출생하는 신생아는 거의 누구든지 시민권을 자동 취득한다는 출생 시민권 제도를 페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출생한 신생아가 시민권자가 되려면 반드시 부모 중 한 사람이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행정명령은 행정명령 발표 한달 뒤인 2월19일부터 시행하며, 이 원칙을 2월19일 이후 태어난 신생아부터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22개주와 시민단체들이 이 행정명령의 시행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행정명령이 나온 사흘 뒤 시애틀 소재 연방법원 존 코에너 판사는 트럼프 행정명령은 헌법 14조에 완전히 위반된다며 행정명령의 시행을 14일 동안 중지하라는 임시 가처분 신청을 용인했다.
이 행정명령의 영구 가처분 신청도 용인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영구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제9항소법원을 거쳐 연방 대법원에도 가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전망이다.
지난 150년 동안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갖는다는 수정헌법 14조는 미국 헌법의 초석이었다. 인종이나 신분이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시민권자가 되는 이 제도 덕분에 미국은 여러 인종들의 구성된 다원적 민주국가가 될 수 있었다. 이 제도를 바꾸려면, 수정헌법 14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헌법 개정은 연방상원과 하원 구성원의 각각 ⅔, 그리고 50개 주의 ¾의 동의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지난한 일이다.
헌법 개정이 되지 않은 한 자동 시민권 제도는 유지될 수 있을까? 행정명령으로 자동 시민권을 없앨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자동 시민권 폐지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868년 제정된 수정헌법 14조 1항이 미국이 관할권이 갖고 있는 케이스에만 미국에서 출생한 사람에게 시민권을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불법체류자나 단기 체류자의 자녀는 미국에서 출생했더라도 이들에게 미국이 관할권이 없으므로 시민권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수정헌법 14조에서 말하는 미국의 관할권이란 미국법이 영향력을 마친다는 뜻이고, 설사 당사자가 미국법을 위반했더라도 미국법의 영향력에 있는 한 미국이 관할권을 갖는다고 보았다. 외국에서 온 외교관이나 적성국의 군인만 미국의 관할권 밖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행정명령 지지자들은 출생 시민권 제도를 판례로 확립한 1989년 연방 대법원 왕금악 케이스도 원고가 출생 당시 중국인 부모가 모두 미국 영주권자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왕금악 케이스는 체류신분이 없는 사람의 자녀에게도 출생시민권을 주라는 판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생 시민권 제도의 명운은 연방 대법원에 달려 있다. 보수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연방 대법원이 출생시민권 제도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 지 불확실하다. 지난 2022년 연방 대법원은 여성의 낙태의 권리를 보장했던 50년전 대법원 판례를 뒤집었다. 지난해에는 연방 대법원은 재임중 대통령이 내린 공적 결정은 형사 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결로 2020년 선거불복으로 형사책임을 져야 할 처지에 물린 트럼프에서 유리한 판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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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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