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슈퍼사이클 탄 K전선
▶ 해저 광케이블부터 HVDC까지
▶고부가 제품으로 경쟁력 극대화
▶올 전선·케이블 수출 ‘사상 최대’
▶턴키역량 바탕 글로벌 공략 강화
LS전선은 올해 7월 전력 회사 LS파워그리드캘리포니아와 1,000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저케이블은 캘리포니아주 북부 새크라멘토강에 설치된다. 오리건주 등에서 캘리포니아주로 송전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이 계약을 계기로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입지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까지 약 61억 달러를 투자해 26개의 신규 송전망과 85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대한전선은 이달 19일 미국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320㎸ 전압형 HVDC 및 500㎸ 초고압교류송전(HVAC) 프로젝트의 케이블 공급자로 선정된 것이다. HVDC 케이블은 지중과 지상, 해저 어디든 설치가 가능하지만 이번에 대한전선이 공급하기로 한 HVDC 케이블은 지중으로 통한다. 대한전선이 한국 최초로 개발한 500kV HVAC 케이블 시스템은 현재 상용화된 교류 지중 케이블 중 가장 높은 전압의 전기를 나르는 케이블이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30년 주기 노후 전력망 교체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S전선은 올 7월 LS파워그리드캘리포니아와 계약을 맺으며 미 서부 지역에 첫 진출했고 대한전선 역시 이번 계약을 통해 미국 HVDC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AI 비즈니스 활성화로 데이터센터가 대거 확충되고 있는 가운데 장거리 대규모 송전을 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HVDC는 대한전선과 LS전선이 약 20년 전부터 개발에 힘써온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전 세계에서 전압형 HVDC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5개국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HVDC 케이블 시장 규모가 2020년 70조 원에서 2030년 159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 200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해저케이블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총력을 쏟아왔다”며 “20년이 지난 AI발 전력 초호황기(슈퍼사이클)를 맞아 본격적으로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또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왔다.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송전한다. LS전선은 2007년 초고압 해저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대한전선은 부산·울산 등 한국는 물론 호주·베트남 등 해외에서 13개 해저케이블 공급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는 2022년 49억 달러에서 2029년 21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전선을 AI발 전력 슈퍼사이클에 올라타게 만든 데는 업계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양 사의 기여가 크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 사가 기술 유출 논란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우고는 있지만 두 기업 모두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일류 기술을 가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K전선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양 사가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일진전기를 비롯해 대원전선·서울전선 등 중견기업들도 변전소에서 수요처까지 전기를 나르는 중저압 전선을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선·케이블(HS 8544 기준) 수출액은 28억8,334만5,000달러(약 3조8,348억 원)로 전년 동기 25억9,474만3,000달러 대비 11.1% 증가했다. 역대 최대 수치다.
K전선은 여세를 몰아 제품군 다양화, 현지 공장 구축 등으로 해외시장 공략 보폭을 넓히고 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대한전선은 HVDC 시장 공략을 위해 최근 각각 1조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LS전선은 최근 약 1조 원이 투입될 예정인 미국 버지니아주에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력화는 15년 정도 갈 것으로 보이는 메가 트렌드로 시장 미래가 밝다”며 “미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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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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