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신조어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세대와 영역을 넘나들며 쉼 없이 생겨난다.
이로 인한 소통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그래도 최근에 들은 신조어 중에 ‘카.페.인.’은 제법 스마트하고 신선했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SNS 중독에 쩔은 요즘 세태를 꼬집으면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현대사회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연결되어있다. 인터넷의 바다에는 정보가 넘치고,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쉽게 검색해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가히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낸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에 버금가는 혁명이라 할만하다. 둘은 ‘정보의 빅뱅’을 일으키고 ‘정보의 공유’를 원활하게 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이처럼 인터넷과 책이 가진 근원적인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인터넷에는 ‘중독’이라는 몹쓸 꼬리표를 갖다 붙이고, 만인의 기피대상인 책은 읽게 하려고 안달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심지어 UCLA의 정신의학과 교수인 게리 스몰은 “인터넷 하는 뇌와 책을 읽는 뇌는 다르다”면서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뇌를 스캔하여 증명하기도 하였다. 그는 웹서핑이 다양한 뇌 활동을 동반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책을 읽을 때 활성화되는 이해력과 기억력 부분에서는 인터넷이 오히려 해가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가을이 오면 유난히 독서를 많이 홍보하는데, 혹자는 밸런타인스 데이가 제과업자들이 특수를 노린 것처럼 출판업자들의 상술이라고 한다. 실제로 연중 가을에 책이 가장 잘 안 팔린다는 통계가 있긴 하지만, 천고마비의 좋은 날씨에 독서보다는 여행을 더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 싶다.
책을 가까이 하기 어려운 것은 이 시대의 흐름이며, 아쉽지만 이를 바꿀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친숙한 인터넷을 멀리 하고, 아날로그 감성이 강한 책을 무작정 읽으라는 것은 시대에 뒤떨진, 한가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더욱이 요즘은 페이퍼리스가 대세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주류다. 많은 것이 인터넷으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가게에서도 영수증이 사라진지 오래고, 금융기관이나 관공서도 종이서류 대신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한다. 신문도 인터넷으로 보고, 책도 e-book으로 많이 출판된다.
인터넷의 신속성과 효용성은 너무도 막강하여 앞으로도 그 발전 속도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는 챗 GPT 등을 비롯하여 향후의 AI 신기술들은 인터넷과 책은 물론 기계와 사람의 경계마저 점점 허물 것이다.
책을 읽든 인터넷을 통하든 생활 속 경험에서든,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의 습득 및 작은 성과에 그치지 말고, 인간적인 사유와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좀 더 긴 호흡을 유지하는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 통찰의 힘을 키우는 것이 인간다움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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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 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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