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되면 온몸에 염증 반응으로 주요 장기 손상
패혈증(敗血症·sepsis)은 박테리아·바이러스·진균 등 다양한 미생물이 혈액 속에서 번식하면서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세균에 감염돼 온몸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주요 장기가 손상된다. 패혈증에 저혈압이 동반되면 ‘패혈증 쇼크(septic shock)’라고 한다.
패혈증 초기에 빨리 치료하면 호전 가능성이 높지만 패혈증 관리 인식이 낮아 국내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당 12.5명으로 전체 9위다. 2011년 사망률(10만 명당 3.7명)보다 10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 패혈증으로 숨진 사람은 6,429명이다.
김경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패혈증 치사율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30~50%로 보고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라며 “패혈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따로 없기에 호흡곤란이나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면 재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패혈증은 모든 연령층이 걸릴 수 있지만, 특히 입원한 고령 환자와 어린이·청소년 환자가 위험성이 높다. 이 밖에 항암 치료 등으로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 외과 수술을 받은 환자,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 유전적 요인이 있는 환자, 침습적 시술이나 수액 공급 위한 정맥라인을 갖고 있는 환자도 위험이 크다.
패혈증 원인은 박테리아ㆍ바이러스ㆍ진균 등 다양한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다. 폐렴·요로감염·복막염·뇌수막염·봉와직염·심내막염 등 신체에서 나타나는 모든 중증 감염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패혈증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연쇄상구균·포도상구균·대장균·폐렴균·녹농균·진균·클렙시엘라 변형 녹농균 등 다양하다.
증상은 호흡곤란ㆍ발열 등이 초기에 나타날 수 있고 심해지면 의식 혼란이나 저하, 혈압 저하에 의한 피부색 변화(청색증) 등이 보일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저혈압에 빠지고 소변량이 줄면서 쇼크 상태에 이른다.
패혈증에 특이성을 가지는 진단법은 아직 없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다. 패혈증이 의심되면 먼저 장기 기능 부전 또는 감염을 시사하는 다양한 증상과 징후를 파악한 후 그에 맞는 다양한 진단 검사로 재빨리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혈액, 소변, 뇌척수액 배양 검사와 함께 감염이 의심되는 부위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김경훈 교수는 “배양 검사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그 전에 백혈구 수 증감 또는 ESR(적혈구침강속도), CRP(C-반응성 단백질), PCT(프로칼시토닌) 등 급성 염증성 물질의 증가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치료는 원인이 되는 감염 병소(病巢)에 대한 치료가 기본이다. 이를 위해 항생제, 항진균제 등 적절한 투여가 필요하다. 항생제 치료 기간은 균 종류, 뇌막염 합병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 1~3주가 필요하다. 내성 균이 자라면 격리 치료를 할 수도 있다.
패혈증은 초기 항생제를 적절히 투여하고 보전적으로 처치하면 완치될 때가 많다. 그러나 뇌막염이 동반되면 신경학적 후유증이, 화농성 관절염이 합병되면 관절이나 뼈에 성장 장애가 각각 생길 수 있다.
환자 혈압이나 호흡이 불안정하다면 집중 치료를 위해 중환자실에 입원하기도 한다. 콩팥이 손상됐다면 혈액투석을, 폐 기능이 떨어져 호흡부전이 오면 인공호흡기 치료를 각각 시행한다. 환자의 혈압과 순환 상태를 고려해 수액 요법이나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경우에 따라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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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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