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 전문가 분석
▶ CDS프리미엄 등 충격 안보여…피치 결정에 신정보 없다 맹공
정부부채 한도 갈등 양상 비판, 빚 나선효과에 성장위축 전망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피치의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월가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을 때와 비교하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이 와중에도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피치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세계 최대 채권투자 업체 핌코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최고경제자문은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 미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살펴봤을 때 미국 신용등급 강등 결정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S&P500이 4월 이후 최대 낙폭(-1.38%)을 기록하는 등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를 직접 받아야 할 국채 시장에서는 별다른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금리는 4.088%로 5.6bp(1bp=0.01%포인트) 오른 반면 2년물 수익률은 4.896%로 2.0bp 떨어졌다. 엘에리언 자문은 “10년물 금리가 오르기는 했지만 이는 피치의 발표 전부터 있었던 흐름”이라며 “경제 낙관론이 퍼지고 근본적인 공급망 재편으로 인플레이션이 2%까지 내려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에 따른 수익률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에 대해서도 “만약 시장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중요한 신호로 인식했다면 달러지수는 떨어져야 했다”며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도 없다”고 봤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2.3에서 이날 102.59로 상승했다.
신용등급 결정 이유가 이미 시장에서 다 아는 정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최고 정치 부문 이코노미스트인 앨릭 필립스는 “새로운 정보나 색다른 의견이 아니다”라며 “몇 년 후 미국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가량 될 것이라는 내용도 기존의 우리 전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등급 강등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번영하고 안보가 튼튼한 국가”라며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국가들이 (미국보다 높은) 트리플A 등급인 것은 터무니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달금리를 정하는 주체는) 시장이지 신용평가기관이 아니다”라며 “(이번 일은) 그렇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런 다이먼 회장도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미국 부채 한도에 대한 갈등은 비판했다. 그는 “부채 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두 정당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수단이 됐다”고 꼬집었다.
재정 적자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립자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재정 적자와 부채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핵심 리스크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글을 올렸다. 달리오 창립자는 “미국의 재정 적자 증가는 거의 확실하고 이에 따라 정부는 더 많은 채권을 팔 수밖에 없다”며 “(부채 상환 비용이 늘면서 적자 확대로 이어지는) ‘빚의 나선 효과(debt spiral)’가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시중금리가 높아져 민간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이 ‘빚의 나선 효과’로 성장 위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한편 피치는 전날 미국의 장기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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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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