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는 국내 식도암 수술을 개척한 살아 있는 역사이자 증인으로 국내 최다 수술 기록을 바꾸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식도(食道)는 말 그대로 음식이 지나는 길이다. 사람을 살리고 생명이 지나는 길이다. 입에서부터 위까지 이어진 가느다란 관에도 암이 생긴다. 식도 안쪽 점막층이 여러 자극을 되풀이하며 받다 보면 어느 순간 상피세포가 암으로 변한다. 식도암이다. 식도암은 흔한 암은 아니다. 국내 연간 신규 환자가 2,800여 명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가 가장 최근 발표한 2019년도 암등록통계를 보면 국내 신규 암환자는 25만여 명 정도이니 전체 암 환자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치료가 까다로워 5년 생존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40.9%). 특히 수술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암인데 환자가 적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600건 정도만 수술이 이뤄진다. 그만큼 실력 있는 식도암 수술 의사를 찾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 식도암팀은 최근 국내 최초로 식도암 수술 4,000건을 달성했다.
국내 식도암 수술을 개척한 살아 있는 역사이자 증인인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를 만났다.
-식도암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식도암 중에서도 편평상피세포암이 90% 정도를 차지한다. 식도 상부와 중부에서 흔히 발견된다. 서양은 비만으로 인해 위식도 역류 환자가 많아 식도 하부에서 발생할 때가 많다. 국내 환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식도암은 술과 담배가 주원인이다. 역학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암 발생률이 4.5배 증가한다. 술을 즐기는 사람도 금주하는 사람보다 암 발생률이 2~3배 높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차이가 나는 건 식습관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뜨거운 차나 음식을 먹으면 식도암 발생률이 2.28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뜨거운 국물이 빠지지 않고 밥상에 오르는 우리네 식탁 풍경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러면 식도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식도암은 ‘소리 없이’ 자라는 무서운 암의 대표 주자다. 증상이 발생했을 땐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때라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게다가 다른 위장관과 달리 식도는 ‘장막층’이 없고 주변 림프절 발달이 풍부한데다 가슴 속 주요 장기들과 인접해 있어 식도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점막층에만 국한된 초기 식도암은 치료적 내시경 시술로 식도를 절제하지 않고도 비교적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다. 반면 병변이 점막층보다 깊으면 수술을 우선적으로 하며 식도를 대부분 절제해야 한다. 주변 림프절 전이가 빈번한데 이때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았다면 수술과 함께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고려해야 하지만 만만치 않다. 게다가 식도암 치료 근간인 수술적 절제를 하면 식도가 사실상 제거되므로 위장이나 대장으로 새로운 식도를 만들어 줘야 한다. 흉부와 복부, 필요에 따라 경부까지 절개하므로 수술 시간이 길고 수술 후 회복도 쉽지 않다. 안전하고 원활한 회복을 위해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로봇이나 내시경, 흉강경으로 식도암을 치료한다는데.
식도암 초기 환자에게는 수술 대신 식도를 보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점막층에 국한된 1기 식도암은 치료적 내시경 시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식도절제술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치료적 내시경 결과 점막하층 침윤이 확인되면 추가 치료로 우선 수술을 권유하는데 이때 식도를 절제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굳이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항암 방사선 치료만 해도 수술에 필적한 치료 성과를 보인다는 보고도 있어 식도를 제거하지 않고 살려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 9개 식도암 치료 전문 병원을 아우르는 국가 단위 다기관 임상 연구(책임 연구자 김홍관 교수)를 삼성서울병원이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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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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