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본 LA 부동산 발빼기 가속
▶ 개발비 대비 2억 달러 손실 안고 팔아…중 당국 현금유출 제한에 줄줄이 철수

중국 국영기업 그린랜드 그룹이 헐값에 매각한 LA 다운타운의 시아 앳 메트로폴리스 모습. [그린랜드 그룹 제공]
한때 LA 부동산의‘큰 손’으로 불리던 중국 부동산 자본이 LA를 비롯해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와 함께 미·중 갈등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찬 바람마저 불게 되자 중국 자본이 손해를 보면서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상장 기업인 ‘노스랜드’는 LA 다운타운에 콘도와 호텔 건물 4개로 구성된 ‘메트로폴리스’ 주상복합 단지 중 최고층인 59층짜리 고급 임대아파트 건물을 중국 국영기업인 ‘그린랜드 그룹’으로부터 5억400만 달러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매입 가격은 LA 지역 내 임대용 단일 부동산 거래 가격으로는 역대 최고가이지만, 그린랜드 그룹이 당초 18개월 전 기대한 호가인 6억9,500만달러에 비해선 훨씬 낮은 가격이다. 당시 이 호가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지만 결국 그보다 27.5%나 낮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이번에 헐값에 매각된 건물은 ‘시아 앳 메트로폴리스’라는 이름의 건물로 그린랜드 그룹이 LA 다운타운에 총 12억 달러를 투자해 3개 콘도 및 아파트 건물과 호텔 건물 등 4개로 구성된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주상복합 건물 중 하나로 가장 최근에 완공된 아파트 건물이다.
현재 시아 앳 메트로폴리스는 유닛당 1,000스퀘어피트 이상인 총 685유닛이 들어서 있고 월 렌트비가 평균 4,500달러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로 현재 90% 이상 세입자가 입주한 상태다.
그린랜드 그룹이 헐값에 매각을 서두른 데는 회사 경영 부진 이외에도 미국의 높은 금리에다 최근 3개월간 평균 임대료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임대 부동산 시장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지난달 그린랜드 그룹은 오는 13일 만기인 3억6,200만 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그린랜드 그룹의 이번 헐값 매각과 관련해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미국에서 빠르게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2010년대에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 호텔, 사무용 건물과 상업용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했으나. 몇 년 전부터 중국 정부가 무분별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투자자금 제한과 세무조사에 나서자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가려는 중국 기업들이 늘었다.
그 중에서도 그린랜드 그룹은 미국 내 보유 부동산 처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린랜드 그룹은 메트로폴리스 주상복합 단지 중 객실 350개 규모의 인디고 호텔을 매물로 내놓고 있는가 하면 올해 들어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임대 아파트 건물 2개를 3억1,500만 달러에 이미 매각했다.
그린랜드 그룹 뿐 아니다. 올해 9월에는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의 계열사가 파산하면서 뉴욕 맨해튼의 고층 사무실 건물 ‘245 파크 애비뉴’를 미국의 ‘SL 그린 리얼티’에 넘겼다.
중국범해 홀딩스그룹도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개발 프로젝트 여러 건을 채권자들에게 넘겨줬다. 또 한 중국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던 와이오밍주 잭슨홀 소재 포시즌스 리조트와 레지던스는 최근 3억1,500만 달러에 미국 업체인 호스트 호텔 앤드 리조트에 인수됐다.
WSJ는 “중국 기업들은 지난 10년 간 미국의 호텔,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에 가장 큰 투자자였지만, 최근 몇 년간 당국이 현금 유출을 제한하면서 중국 기업의 대규모 철수 사태를 초래했다”며 지난 2019년 이후 중국 기업이 순매도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규모는 236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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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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