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모금액, 약정액의 불과 600분의 1… “약속 빈말이었나”
미국의 한 가톨릭 교단이 과거 노예제를 거액 기부와 함께 속죄한다고 선언했다가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1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가톨릭 예수회는 노예제 피해자 후손을 위한 기금 1억 달러(약 1천300억원)를 약속했다.
이는 역사 바로잡기 노력의 일부였다.
미국 예수회는 과거 한 세기 이상 노예 농장을 자금줄로 삼아 성직자 활동을 유지하고 교회나 학교를 세웠다.
그런 어두운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농장 판매 수익금 5천700만 달러의 일부와 기부 등으로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모인 돈은 노예제 피해자 후손을 위한 장학금, 긴급구호 자금, 인종 화해 프로그램에 쓰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16개월이 지난 현재 모금 규모 때문에 약속이 빈말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예수회는 수백만 달러씩 고액기부가 속속 답지할 줄 알았지만 소액기부를 모두 합쳐 그동안 모인 돈은 18만 달러(약 2억3천만원)가 전부라고 밝혔다.
애초 미국 예수회가 지급하기로 한 농장 매각 수익금도 아직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수회와 함께 기금 설립에 나선 '후손 진실·화해 재단'은 예수회에 보낸 서한에서 "예수회가 실천을 안 한다는 게 분명하다"고 반발했다.
이 재단은 미국 예수회 내부에 "그 누구도 노예로 삼은 적이 없기에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다"고 주장하는 강경론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미국 예수회가 약속을 꼭 지키도록 세계 각지 예수회 지도자가 애써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바티칸 교황청에 보내기도 했다.
노예제 피해자 후손들이 재단에 지원해달라고 요구한 자금은 애초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에 달했다.
미국 예수회는 이 금액에 대해서는 장기목표로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이행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예수회 미국·캐나다 지회의 수장인 브라이언 폴슨은 "미국의 인종적 화해와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은 변함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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