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화는 동양화의 전통을 유린하고 있는가. 인물만을 집중적으로 표현한 초상화에서 전통 유린의 현장이 역력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시대의 걸출한 초상화 화가 중에는 윤두서(1668-1715)와 채용신(1850-1941)이 단연 돋보인다. 이들의 화법을 공필화(工筆畫)라고 부르는데 김은호(1894-1979)가 바톤을 받아 공필화의 전통을 이어왔다. 동양화로 그린 오늘의 초상화 역시 이 전통의 궤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공필화는 외곽선과 세밀한 선을 중시한다. 공을 들인 정밀화다. 약간의 명암으로 입체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의 현대 동양화 초상화는 거의 이 계열의 후손들이다. 북한의 조선화에서도 공필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흔적은 새로운 표현법에 흡수되어 과감한 붓 터치가 면을 만들고, 면이 모여 입체감의 창신(創新)을 불러오고 있다. 조선화의 이런 접근은 전통을 유린한 대단한 불측이다. 현대 동양화의 새 지평을 열어젖힌 시각의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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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범강 /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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