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바꿀 계획 없다더니 입장 변화
▶ 러 외무 “우크라 국민 해방 도울 것”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역사에 적대적인 정권으로부터 스스로 해방하도록 도울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연맹 회원국 대표들과 만나 이같이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적대적 정권’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정부다. 석 달 전까지 러시아는 “어떤 정권이 우크라이나를 통치할지는 우크라이나인이 정할 문제”라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목표가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친(親)러시아 괴뢰정부 수립’이었다는 검은 속내를 끝내 드러낸 것이다.
전쟁이 6개월째 접어든 시점에 러시아가 확전 의지를 밝히면서 우크라이나는 더욱 깊은 포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훨씬 더 나은 삶을 누려야 할 우크라이나 국민을 동정한다”고 말했다. “눈앞에서 우크라이나 역사가 망가지고 있어 애석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원한 적이 되기를 바라는 정권을 지지하는 이들이 안쓰럽다”고도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수립해 벨라루스와 비슷한 위성국가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1순위 목표를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라고 선전했다. 러시아에서 ‘나치’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을 비난할 때 쓰는 표현으로, 전쟁의 목표가 처음부터 젤렌스키 정권 제거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를 함락시키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러시아는 목표를 수정하는 듯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한동안 ‘정권 전복’을 언급하지 않았고, 라브로프 장관도 4월 “우크라이나 정권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당시 BBC방송은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하고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라브로프 장관을 통해 또다시 야욕을 드러낸 것은 최근 들어 전세가 다시 유리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최근 동부 돈바스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 남부 헤르손주(州)와 자포리자주의 합병도 속도를 내면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잇는 ‘동남부 벨트’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곧장 반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텔레그램에 “오전에는 러시아가 협상을 원한다고 선언하더니 오후에는 체제 붕괴를 얘기했다”며 전형적인 러시아식 정신 분열증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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