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관론…연준 과도한 금리인상 탓 하방 위험, 우크라전·공급난 겹쳐 변동성 확대…미 증시, 전고점보다 40% 폭락 예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국 경제 어디로 가나코로나19 펜데믹 사태라는 터널을 빠져 나와 정상화로 가는 길목에 우리는 서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과는 달리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히면서 여전히 불확실성이라는 변수에 직면해 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향후 미래 경기를 놓고 경기침체와 연착륙 논쟁의 빌미가 되고 있다. 글로벌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위상을 감안하면 경기침체와 연착륙 논쟁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경제에 대한 미래에 대한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이란 복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기에 전 세계 공급망의 더딘 회복까지 더해지며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침체가 일어나지 않거나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본보 창간 53주년을 맞아 미국 경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경기침체와 연착륙 논쟁을 살펴보려는 것은 단순히 논리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지향하기 위함이다. 경기침체와 연착륙을 놓고 전문가들이 내놓은 이견들을 정리해 보려는 것은 불확실성의 안개를 걷어 내고 미래에 대한 선명한 통찰을 얻기 위한 시도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
낙관론인플레이션에도 미 소매판매 증가세
고용시장 탄탄하고 고객계좌 안정적
내년까지 침체 확률 15% 수준 전망스캇 마이너드 CIO. [로이터]
비관론연준 과도한 금리인상 탓 하방 위험
우크라전·공급난 겹쳐 변동성 확대
미 증시, 전고점보다 40% 폭락 예상■극심한 인플레와 미국 경제의 현주소
미국 경제의 미래를 놓고 경기침체와 연착륙 논쟁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전쟁 선포를 한 연준이다. 3월 물가상승률은 8.5%(전년 대비)로 초인플레이션이 지배하던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1%대에 머물던 물가상승률이 9%대에 육박하자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big step)’ 주장에 힘이 실렸다. 결국 연준은 지난달 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빅 스텝을 단행했다.
하지만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3%에 달하면서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거나 3회 이상의 빅 스텝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정점으로 치달았다.
■경기침체론: 금리인상, 높아지는 경고음
경기침체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금리 인상의 역사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다. 1994년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4년 2월에서 1995년 2월까지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렸다. 갑작스런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은 채권금리가 폭등하는 가격 폭락 사태가 나타났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연준이 경기침체를 부르지 않으면서 금리 인상만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경고했다.
기준금리 인상 이외에도 단기에 인플레이션을 잡기에는 물가 수준이 너무 높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망 병목 현상이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주요 금융기관들도 경기침체 우려에 가세하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2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35%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도이체방크도 “내년 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이 현재 기준 시나리오”라며 경기침체 우려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여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가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향방에 대한 논쟁으로 뜨겁게 달궈졌는데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경기 침체에 관한 질문에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금융시장 변동성 급증 등으로 세계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시험에 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빗 루벤스타인 칼라일 공동창업자는 “금리가 당분간 올라가면서 우리를 ‘바나나’로 밀어 넣을 수 있다”면서 “지금이 ‘바나나’인지는 모르겠고, 침체와 ‘바나나’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바나나’란 경기 침체(recession)를 뜻하는 말로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태스크포스를 맡았던 알프레드 칸이 침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돌려 말한 데서 유래한다.
월가의 투자자인 스캇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비관론 쪽에 섰다. 그는 연준의 과잉 대응 가능성을 걱정하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목표를 향해) 자동 주행 형태로 가고 있으며 시장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전고점 대비 40% 폭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연착륙론: 강한 펀더멘탈과 고용시장
반면 미국 경제에 대해 연착륙의 낙관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핵심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과거에 비해 훨씬 양호하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를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3월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내년 중반까지 3%포인트가량 오르며(금리 상단 기준 0.25%→3.25%)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주장에 선봉장에 선 이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다포스포럼에서 “공급망과 에너지 위기 한가운데에 놓인 유럽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미국은 내년까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노동시장이 강하고 소비자들의 재무 상황도 좋다”고 평가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도 미국 경기에 대한 낙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내년까지는 걱정 안 한다. 침체 확률이 15% 또는 20% 정도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도 미국 소비가 강하다는 데 방점을 뒀다. 그는 “고객들의 계좌가 계속 안정적”이라며 “5월 초반 몇 주 동안 (고객들의) 소비가 10% 늘었다. 이들이 가진 돈이 결국에는 줄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낙관론의 근거는 미국 4월 소매 판매로 전월 대비 0.9% 증가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분명하지만 미국 경제가 통째로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현실 인식이다.
낙관론자들이 자신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탄탄한 고용시장이다. 4월 미국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6%를 기록했다. 사실상 완전 고용(실업률 4%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에 기록한 50년 만의 최저치(3.5%)에 육박한다. 일자리는 코로나19 직전보다 배로 늘었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실업자 1인당 취업 가능 일자리 수는 1.9개다.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 1.2개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파월 의장이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미국의 가계 저축이 늘어난 것도 연착륙론의 또 다른 근거다. 지난달 CNBC는 “연준이 경기침체 없이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고 믿는 근거 중 하나가 미국 가계의 탄탄한 재정”이라고 전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팬데믹 절정기에 약 2조7,000억달러의 초과 저축을 쌓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레미 쉬린 UBS 애널리스트는 “건강한 고용 시장을 볼 때 (경기가) 연착륙할 좋은 기회가 있다”며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은 낮고, 시장이 30% 정도 하락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연착륙 논쟁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에 따라 끊임없는 저울질 속에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논쟁의 1라운드 결과는 이번 달에 발표될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 달려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불거진 경기침체와 연착륙 논쟁은 결국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 성공과 실패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경기침체와 연착륙 논쟁이 촉발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논쟁의 승패는 연준의 금리 정책의 성공 여부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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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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