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囊中)의 송곳(錐)’으로 해석되는 이 말은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아무리 숨어 있어도 다른 사람의 눈에 띈다’라는 뜻이다.
때는 기원전 3-5세기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조(趙)나라의 혜문왕(惠文王)은 강대국 진(秦)나라의 공격을 받게 되자 동생 평원군(平原君) 조승(趙勝)으로 하여금 20명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초(楚)나라에 보내 구원군을 요청하게 되었다. 평원군은 문무(文武)를 겸비한 인재 19명을 어렵지 않게 선발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한 명을 구하지 못해 고심하였다.
그때 평원군의 집에는 수많은 선비들이 식객(食客)으로 북적대고 있었는데 그중의 한 사람인 모수(毛遂)가 평원군에게 가서 자신을 사절단의 일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자청하였다. 그의 집에 머무는 수많은 식객 중에서 모수를 본 적이 없는 평원군이 ‘당신이 우리 집에 와 있은 지 얼마나 되었소?’ 하고 묻자 모수는 ‘3년이 되어 갑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평원군은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과도 같아 그 끝이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당신은 내 집에 3년이나 있으면서도 내 눈에 뜨인 적도 없고 이름이 드러난 적이 없지 않았소?’라고 물었다.
그러자 모수는 ‘그것은 나리께서 저를 주머니에 단 한 번도 넣어 주시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주머니에 넣어 주셨더라면 송곳 끝만이 아니고 송곳의 자루까지 밖으로 나왔을 것입니다’라고 재치 있게 대답하였다.
평원군은 모수의 대답에 감탄하여 그를 사절단에 포함시켜 초나라에 데려갔는데 결국 모수와 함께 데려간 인재(人材)들의 활약으로 초나라의 구원군을 성공적으로 얻게 되었고 그 후 이 일화로 부터 낭중지추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이 고사(故事)에서 인재란 ‘주머니의 송곳 같은 존재’여서 눈에 쉽게 띄게 마련이라는 뜻도 재미있지만 이야기의 전개 과정을 보면 몇 가지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이 있다.
첫째는 평원군 조승이 평소에 사람들을 후하게 대접하여 집에 수천 명의 선비들이 식객으로 있게 함으로써 현대의 개념으로 볼 때 인재(人材) 풀(pool)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수많은 식객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그는 훌륭한 인재들을 필요할 때 등용할 수 있었다. 둘째는 모수의 적극성이다. 3년간 평원군의 집에 있으면서 그와 만날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나서서 자신을 천거하였다(毛遂自薦 모수자천이라는 말이 생김).
셋째, 모수는 단 한 마디로 자신의 재능을 상대방으로부터 인정(認定) 받는 놀라운 소통 능력을 보여주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결정적인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모수처럼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자기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모수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본 평원군 역시 지도자로서 대단한 사람이라 하겠다.
이처럼 좋은 인연이 맺어지기 위해서는 인내심(모수가 3년간 기다림)과 인재 개발을 위한 평소의 투자 또는 노력(평원군이 선비 식객을 수천 명 집에 있게 함), 훌륭한 소통이 서로 필요함을 낭중지추 고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낭중지추와 비슷한 말로 群鷄一鶴(군계일학)이라는 말이 있는데 수많은 닭의 무리속에 섞여 있는 한 마리 학이 눈에 띄듯 많은 사람 중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말에서 학이 확 돋보이기 위해서는 주위에 닭도 많아야 한다는 점도 주의 깊게 성찰할 대목이다. 혼자 있는 학은 그리 잘 돋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