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지구로 사실상 통합… 수십년 숙원 결실
▶ 2012년 실패 교훈 삼아 한인단체들 철저 준비
▶ 한인타운 대표하는 한인 시의원 탄생 기대도
지난해 선거구 재조정에서 LA 한인타운이 마침내 하나의 선거구로 묶임에 따라 새 선거구제가 시행되는 2022년이 한인 정치력 신장의 새로운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인타운의 새로운 중심인 윌셔대로의 모습. [박상혁 기자]
■ LA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역사와 의미LA시 역사상 최초로 한인타운이 LA 시의회의 하나의 선거구로 단일화되는 쾌거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7일 LA 시의회는 전체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LA 선거구 재조정 최종안인 하이브리드 지도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한인타운 주요 구역은 시의회 10지구로 편입됐다. 같은 날인 7일 에릭 가세티 LA 시장이 최종안에 서명을 함에 따라 새로운 선거구 재조정 지도는 향후 10년간 공식적인 효력을 갖게 됐다. 지난 수십 년간 한인사회의 오랜 숙원이던 한인타운 단일화의 대장정이 마침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그동안 10지구, 4지구는 물론 13지구, 1지구 등 4개 지역구로 쪼개져 있던 한인타운은 이제 새해인 2022년부터 10년 간 10지구 내에 단일화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인타운이 하나의 선거구로 단일화 되자 한인 유권자들의 표를 한 데로 모아 한인 시의원을 탄생시킬 수 있고, 한인 정치력 신장이 가능해졌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인타운 단일화’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LA 한인사회가 고군분투했던 역사를 정리해봤다.
■2012년 선거구 재조정
역사적으로 LA 한인타운은 연방 하원과 주 상·하원, LA 카운티 선거에서는 하나의 선거구에 속해있지만 LA시에서는 한인타운 중심부가 10지구, 13지구 등 2개의 선거구로 나눠져 있었다. 또 확대해서 살펴보면 1지구, 4지구까지 4개의 선거구로 찢어진 모양새다.
2012년 선거구 재조정위는 2010년 센서스 인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LA 선거구 재조정 작업을 실시했다. 이 때 한인사회는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한인타운을 하나의 단일 선거구로 모으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한미연합회(KAC),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민족학교(KRC) 등이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성 및 캠페인에 앞장섰다.
하지만 2012년 7월16일 LA시의회가 통과시킨 선거구 재조정안에서 한인타운을 단일화되지 못했다. 지난 16일 시의회를 통과한 선거구 재조정안에 따르면 북쪽으로 베벌리 블러버드를 경계로 한 한인타운 중심부는 10지구에, 웨스턴 서쪽은 4지구에, 3가와 놀만디를 경계로 북동쪽 구역과 6가와 버몬트를 경계로 한 북동쪽 구역은 13지구에, 그리고 버몬트와 7가를 경계로 한 남동쪽 구역과 올림픽과 놀만디를 경계로 한 남동쪽 구역은 1지구에 각각 소속돼 한인타운이 여전히 4개의 서로 다른 지역구로 분리돼 있는 구획이 그대로 확정됐다.
시의원들의 이해관계와 인종적 지지기반이 작용한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 할 만한 선거구 재조정이었다. ‘게리멘더링’이란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정하는 일을 일컫는다.
■‘게리맨더링’ 연방 법원에 소송 제기
2012년 LA시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한인사회는 선거구 단일화 캠페인을 벌였다가 무산되자, 선거구 확정이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게리멘더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거구 재조정에는 LA 시정부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허브 웨슨 전 시의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인타운 일부를 포함한 LA 남부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었다. 시 선거구 재조정 위원회는 밀실회의를 통해 한인사회 의견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한인 단체들은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기존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로 ‘게리멘더링식’으로 이뤄졌다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미연합회(KAC) 등 한인단체와 법조계 인사들이 주류사회 로펌 등과 함께 지난 2012년 연방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한인사회는 지난 2010년 연방 센서스 이후 이뤄진 LA시 선거구 재조정이 ▲선거구 재조정 조항들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를 허용하지 않고 금지한 LA시 헌장 252조가 주 헌법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과 ▲한인타운 커뮤니티 경계를 포함한 기존 선거구 재조정 원칙을 LA 시의회가 무시한 채 특정 인종 유권자를 근거로 한 선거 지역의 경계를 설정해 연방 헌법의 평등 보호조항을 위반했다는 점을 들어 무효화 소송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소송은 2015년 2월24일 LA 연방법원의 약식재판 판결에서 콘셀로 B. 마셜 판사는 한인사회가 제기한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소송을 기각 판결하고 LA시의 손을 들어줬다. 한인사회가 제출한 자료들이 소송을 진행하기에는 불충분 하다는 것이 기각 판결의 이유였다. 약식재판에서 재판부는 선거구 재조정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한인사회가 소송에서 요구한 내용들을 모두 기각했다.
■2021년 선거구 재조정
2021년 선거구 재조정 과정이 시작되면서 LA 한인회와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한미연합회(KAC)를 비롯한 한인타운 주요 단체 리더들로 구성된 한인타운 선거구 태스크포스(이하 태스크포스)는 지난 2020년 말부터 비공식적으로 시의회 관계자들과 모임을 가지고 한인타운 단일화를 위한 전략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태스크포스는 총 3번의 한인타운 주민 및 관계자 대상 타운홀 미팅, 온라인/오프라인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 청원 운동(5,000명 이상 서명), 시의원과 정치인들 이메일 보내기 캠페인, 주민 공청회 참여, 서면 의견 제출 등을 진행하며 LA 한인타운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독려해왔다.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커뮤니티의 염원이 무산됐던 10년 전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없다는 의지가 한인사회 내부에서도 강하게 작용했다. 수많은 한인들이 선거구 재조정 공청회에 참여해 한인타운 단일화 의견을 강하게 주장했다. 한인 주민들은 LA 한인타운 선거구 경계가 불합리하다는 점을 강력히 피력하며 한인타운 선거구가 4개로 나눠져 있어 주민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LA시에 전달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민원을 해결해야 할 경우 어느 지역구에 속하는 지부터 확인해야하고 이를 모르거나 불확실할 경우 여기 저기 연락해 소속 지구를 찾아야하는 불편이 뒤따랐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한인타운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있어 목소리를 뭉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선거구까지 나눠져 있으니 더욱 심각해진다고 비판했다.
LA시 선거구재조정위원회는 4차까지 공청회를 마무리 한 후, 지난해 11월 초 한인타운 단일화 내용을 포함한 지도안(K2.5)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LA 시의회는 선거구 재조정을 자체적으로 다시 논의할 ‘특별위원회’(Ad Hoc Redistricting Committee)를 구성했으나, 수정안 중 LA 한인타운에 대한 변동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12월7일 LA 시의회 전체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찬성 13, 반대 0 만장일치로 LA 선거구 재조정 최종안인 하이브리드 지도가 통과됐다. 한인타운은 동서로는 버몬트 애비뉴에서 윌턴 플레이스까지, 남북으로는 11가에서 베벌리 불러바드까지 뻗어있는 모양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LA 시의회가 최종안을 통과시킨 당일인 7일에 최종 서명을 끝마쳤다.
LA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 최종 지도.
■한인 정치력 신장에 대한 기대감
LA 한인타운이 10지구에 단일화 됨에 따라 향후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시의원이 10지구를 대표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A 시의회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선거구 재조정 지도에서 10지구 내 유권자들의 인구 비율 분포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지도에서 10지구 유권자 비율은 아시안 17.5%, 흑인 32%, 백인 16%, 라틴계 32.6%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앞서 지난 10년간 적용됐던 선거구 지도와 비교할 때 아시안 유권자 비율이 3.1% 늘었고, 흑인 유권자 비율은 10% 이상 줄어든 것이다. 또한 라틴계 유권자와 백인 유권자 비율도 각각 3.4%, 4.4%씩 증가했다.
즉, 지금까지 10지구 시의원으로 당선되기 위해서는 10지구에서 43%의 인구 비율을 차지하는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관건이었으나, 내년부터는 아시안, 백인,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가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막강해지는 것이다.
스티브 강 KYCC 디렉터는 “아직 리들리-토마스 시의원이 정직 처분 상태로 추가 재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향후 10지구 시의원 자리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며 “새로운 지도에서 흑인 유권자 인구비율이 크게 줄어 아시안, 백인, 라틴계 표심을 잡는 후보가 시의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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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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