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발 사주’ 의혹 김웅 기소 여부·’판사 사찰’ 처분 시점 고심
▶ 언론계·정치권 ‘사찰’ 프레임 타개 난제…수사결과 내놔도 비판 휩싸일 가능성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 2일(한국시간) 저녁 영장이 기각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발 사주' 의혹 등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겨냥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 발표가 해를 넘길 전망이다.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길을 잃은 상황에서 저인망식 통신 자료 조회로 인해 '사찰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공수처 조직 자체를 운영하기조차 버거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 손준성만 기소냐 김웅도 함께 처리하나…고발 사주 처분 고심
26일(이하 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이 사건과 관련해 윤 후보는 불기소, 손준성 검사는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고 사건 종결 시점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고심하는 부분은 고발 사주 의혹이 세상에 드러나는 단초를 제공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처분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와 김 의원이 공모해 작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수처가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를 범한 검사와 그 공범을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다만 국회의원의 고위공직자범죄는 수사할 수는 있지만 기소는 검찰에 맡겨야 한다.
이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손 검사를 기소하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김 의원도 함께 재판에 넘길 수 있다. 다만 김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처분은 검찰로 넘겨야 한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어차피 검찰에 넘겨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공수처가 일부만 기소하기보다는 전체를 검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판단이 늦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사건 결론도 고민…'한명숙 사건'도 잠잠
공수처가 고심하는 또 다른 대상은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 사건을 한꺼번에 처분할지다.
공수처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이었던 작년 2월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에게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하고 배포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두 사람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이 혐의에 대해 손 검사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그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병원에 입원하면서 진행이 멈춰 있다.
이 사건은 관련자들이 고발사주 의혹과 많은 부분 겹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두 사건의 수사 결과를 공수처가 한꺼번에 발표하고자 한다면 처분 시기는 더욱 늦어질 공산이 크다. 올해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셈이다.
윤 후보를 입건한 또 다른 사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혐의를 부인하는 윤 후보 측의 서면 의견서를 받아 검토 중이지만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수사 활동은 없다.
◇ '사찰' 논란 사과, 기대 못 미쳐…수습 없이 사건 마무리 쉽지 않아
무엇보다도 언론계·정치권에 대한 광범위한 통신 자료 조회로 '사찰' 논란에 휩싸인 점이 갈 길 바쁜 공수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24일 "논란을 빚게 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음에도 수습되지 않는 분위기다.
24일 오후 5시 기준으로 국민의힘 의원 26명에 대해 공수처가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조회 규모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작정하고 야당 정치인을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일 태세다.
이 탓에 공수처는 수뇌부를 비롯해 조직 전체가 매우 위축된 상황이라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더구나 고발 사주 사건과 관련해 손 검사에 대한 영장이 세 차례 연속 기각되며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기 때문에, 사찰 논란이 잦아들기 전에 결과를 발표하면 그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만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사찰 논란이 드센 상황에서 공수처가 사건을 마무리했다가 집중적인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다. '검사 1호' 사건이었던 이규원 검사의 허위 보고서 작성 의혹이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9개월 동안 끌다가 지난 17일 검찰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종결했는데,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수사를 막기 위해 출범한 공수처가 기소권을 포기한 채 검사가 연루된 사건을 검찰로 이첩한 점을 두고 "이럴 거면 왜 수사를 했느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사찰 논란으로 직면한 조직의 위기부터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서는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기대한 만큼의 평가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다만 대선 시계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무작정 판단을 미룰 수는 없으므로,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일부분씩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풀어나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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