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성모 아산병원 등 빅5 중심, 가슴절개 대신 TAVI 시술 급증세
▶ 허벅지 혈관 뚫어 인공판막 삽입, 합병증 과다출혈위험 크게 줄여…70세이상 고령환자에 매우 유용
장기육(왼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TAVI(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심장 판막이 노화하면 칼슘이 쌓여 석회화가 진행된다. 이런 변성이 수년~수십년 간 지속되면 밸브 역할을 하는 판막 소엽(小葉)들이 두껍고 딱딱해지거나 서로 들러붙는다.
고장이 가장 흔한 건 좌심실에서 심장의 혈액이 온몸으로 뿜어져 나가는 출구에 있는 대동맥판막. 판막 소엽의 석회화가 심해지면 심장이 혈액을 뿜어낼 때 10~20도(정상 판막은 80~90도) 정도만 펼쳐져 혈액이 양껏 흘러나가지 못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고 하는데 판막이 온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기도 한다. 이처럼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장근육이 두꺼워지고 결국 호흡곤란·흉통·실신 등을 겪게 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중증이 되면 대부분 2년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마취 시술…흉통·호흡곤란 곧바로 사라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자의 심장을 멈추고 체외순환기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상태에서 가슴을 20㎝ 안팎 열고 좌심실 근처 대동맥을 절개해 판막에 접근, 소엽을 잘라내고 인공판막 소엽을 실(봉합사)로 촘촘히 꿰매 고정시키는 봉합수술이 대세였다. 수술시간이 1시간 정도로 길고 가슴 절개부위가 회복되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리는데다 합병증 위험, 큰 흉터는 큰 부담요인이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엽을 잘라내고 소엽이 붙어있던 자리(대동맥판륜)의 석회화 부위를 매끄럽게 다듬은 뒤 대동맥 내부에 인공판막 구조물을 끼워넣는 무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도 한다. 인공판막을 꿰맬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 가슴을 6~7㎝만 절개하고 수술시간도 25분 안팎으로 줄었다. 성인 심장수술 10건 중 4건이 판막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대신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접혀진 인공판막 구조물을 밀어넣은 뒤 우산처럼 펼쳐 고정시키는 시술도‘빅5’ 병원(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세브란스) 등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TAVI(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시술인데 수면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시술하고 흉통·호흡곤란이 곧바로 사라지는 게 장점이다. 시술 당일 식사할 수 있고 평균 3일 뒤 퇴원할 수 있다. 수술부담이 큰 고령환자에게 유용하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김봉희(남·87)씨는 지난달 25일 장기육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으로부터 TAVI 시술을 받고 다음날 퇴원했다. 장 교수팀이 지난해부터 시술 때 허벅지 혈관에 3개의 구멍을 내던 것을 1개로 줄이고, 인공판막이 잘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심초음파 검사도 식도를 통해 기구를 넣는 방법(경식도 심초음파) 대신 몸 밖에서 갈비뼈 틈새로 검사(경흉부 심초음파)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특히 허벅지 혈관에 1개의 구멍만 내고 시술하는 방식은 국내에서 장 교수팀만 하고 있다.
◇시술 환자 20~30%,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 병행
TAVI 시술은 초기에는 카테터 시스템이 커 직경 8㎜ 관을 삽입하고 심초음파 기구를 식도를 통해 넣느라 전신마취 후 시술을 했지만 지금은 관 굵기가 5.3㎜로 가늘어지고 몸 밖에서 심초음파 검사를 하기 때문에 수면마취 상태에서 시술한다.
TAVI는 대개 오른쪽 대퇴동맥에 주사기로 구멍을 낸 뒤 5~5.5㎜의 굵은 관을 삽입하고 여기를 통해 인공판막을 넣어준다. 왼쪽 대퇴동맥엔 지름 2㎜ 관을 넣은 뒤 가느다란 돼지꼬리 모양의 카테터를 대동맥판막 바로 위까지 밀어넣은 뒤 시술 중 간헐적으로 조영제를 투입해 시술이 잘 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한다. 왼쪽 대퇴정맥을 통해 임시 인공심장박동기도 삽입한다.
이렇게 허벅지 혈관에 3개의 구멍을 내 시술하다 보니 오른쪽 대퇴동맥 지혈을 위해 시술 다음날 아침까지 누워 있어야 하거나, 대퇴동맥 분지(分枝)에 구멍을 내 혈종이 생기거나, 가이드와이어가 신장(콩팥) 동맥으로 잘못 들어가 신장이 손상되거나, 임시 인공심장박동기를 삽입하다 심장에 구멍이 뚫리는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 있었다.
이와 달리 장 교수팀의 새 TAVI 시술은 인공판막 삽입과 임시 인공심장박동기 대신 넣어주는 전극을 오른쪽 대퇴동맥 1개를 이용해 넣어준다. 또 조영제 투입용 카테터는 지혈이 쉽고 혈관 합병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오른쪽 손목 혈관을 쓴다.
장 교수는“TAVI 시술 환자의 20~30%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어 심근경색 등 예방을 위해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술까지 동시에 진행한다”며“지금까지 총 465건의 TAVI 시술 가운데 지난해 150건, 올해 50건을 최신 시술방법으로 시행했다”고 말했다. 그는“수술 부담이 큰 75세 이상 노인은 TAVI를, 70세 이하 환자는 수술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고 70~75세 환자는 본인의 선호도와 당뇨병·고혈압 같은 지병 등을 고려해 시술 또는 수술을 한다”고 했다.
다만 TAVI는 인공판막 가격이 3,000만원을 웃도는 데다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높은 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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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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