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의 희생 그린 감동 영화”
▶ 자식 위해 많은 것 포기한 삶 표현

에드윈 장씨.
할머니와의 추억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한인 작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픽사에서 근무하는 에드윈 장(36)씨.
상영시간 8여분의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는 에드윈 장씨가 홀로 자식 넷을 키우며 미국 이민까지 보낸 할머니의 희생을 기념하고 ‘이민’과 ‘이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제작됐다.
지하 동굴 깊숙한 곳을 배경으로 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할머니와 그의 어린 손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수백피트 상공의 작은 구멍만이 어두운 동굴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외부 세계다. 탈출을 위해 낙하하는 파편을 수집해 로켓선을 만든 이들은 조종실에 단 1명만이 탈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할머니는 손자를 먼저 보내며 외부로 탈출한 후 자신을 꺼내줄 것을 제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 손자는 약속대로 긴 줄을 통해 할머니를 들어올리지만 그가 꺼내 올린 것은 할머니가 아닌 손자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락인 것을 확인하는데…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에드윈 장씨는 “(자신의 할머니가) 한국전쟁에서 살아남아 자식 넷을 홀로 키웠다”며 “미래를 위해 아버지를 미국에 보낸 후 힘겹게 지내던 할머니의 희생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할머니도 미국으로 건너와 수년간 함께 살았다”며 “영화 마지막 장면 속 감자 도시락 역시 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감자요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반이민 정책 등 현 정세 역시 영화의 줄거리와 상응한다”며 “자식의 미래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이주를 택한 수많은 이민자들의 삶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애초 시뮬레이션 디렉터로 픽사에서 15년간 일해온 에드윈 장씨에게 애니메이션 제작 기회는 꿈같은 일이었다.
그는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창작자를 발굴하는 ‘스파크쇼츠’(SpartShorts) 프로그램을 접하고 오랜 꿈을 펼치기 위해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분야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결책이 있지만 스토리텔링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확신과 의심 등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장씨는 “개봉 후 많은 관람객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을 받아 기뻤다”며 “개봉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이 영화를 보셨다면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시뮬레이션 기술 디렉터로 다시 돌아가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소울’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에드윈 장씨.
한편 애니메이션 ‘윈드’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에드윈 장씨는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2005년 브라운대학교를 졸업, 컴퓨터과학과 예술기호학(Art Semiotics)을 전공했다. 대학교 재학 당시 바로 옆에 위치한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애니메이션 수업을 추가로 청강하며 애니메이션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이후 2005년부터 에머리빌 소재 ‘픽사’에 입사해 15년간 시뮬레이션 기술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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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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