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박 연 900회 지나며 한국행 원유의 70% 이상 수송… “유사시 신속대응 요구”
▶ 미국의 ‘안정 기여’ 요청 부응하면서도 이란 의식해 미국 주도 IMSC에는 불참
방위비협상·미국과 대북공조에 긍정 영향 가능성…외교부 “다른 현안과 무관”

(서울=연합뉴스) 한국 국방부는 21일(한국시간)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천400t급)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작전구역을 넓혀 임무를 수행한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됐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왕건함 모습.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의 사실상 '독자 파병' 카드를 선택한 것은 미국은 물론 이란과 관계까지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21일(이하 한국시간기준)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과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확대해 우리 군 지휘하에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모든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란을 의식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주도하고 있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의미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로 향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만만과 아라비아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루트로,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도 이곳을 지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는 해협으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 항행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어 청해부대를 배치해 유사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국방부는 "한국 선박이 연 900여 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중동에 있는 우리 국민을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청해부대가 수송선 역할까지 맡을 수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의 안전, 우리 선박의 보호 등 우리의 국익 때문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형태를 '독자 파병'으로 결정한 것은 외교적 상황을 두루 따져 내린 결론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IMSC 파병을 요청했고, 정부도 한때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 초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했다가는 한국도 '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쌓아온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이란과 관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칫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결국 미국과 이란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독자 파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본도 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를 보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미 국방부에 한국의 결정을 사전에 설명했으며, 이란에도 지난 주말 외교경로를 통해 사전 설명이 이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도 "미국도 한국이 독자 파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청해부대가 독자적 작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파견된다. 국방부는 21일(한국시간)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한국군 지휘 하에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3일 경남 거제도 앞 해상에서 해군 청해부대 대원들이 해적에게 선박이 피랍된 가상의 상황을 가정해 훈련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도 한국에 우려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자국 선박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한국의 독자적 군사 활동이어서 더는 일을 크게 만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은 그 지역(호르무즈 해협)에 외국 군대나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입장에 따라 일차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앞으로 한-이란관계를 관리해나가기 위해 노력해나가야 한다"면서 이란측도 여기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이번 '독자 파병' 결정이 일정 부분 미국의 요청에 부응한 것이라는 점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개별관광을 비롯한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미국의 태도 등 다른 현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한다.
특히 몇 달간 파병여부를 고심해 온 정부가 전격적으로 '독자파병'을 결정한 시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방위비 분담금협상이 타결을 향한 마지막 고비를 앞두고 있고, 정부가 대북 개별관광 계획을 구체화하며 미국의 협조가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파병 결정은 다른 한미동맹 현안과는 별개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파병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이나 남북 협력과 연관돼 있느냐'는 질문에 "명백하게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는 방위비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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