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덕 논설위원의 觀點(관점) 총선 D-99일…‘스윙보터’ 표심 어디로

20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016년 4월8일 청주시 상당구 청주중학교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오는 4월15일 실시되는 21대 총선에서는 40%에 달하는 무당층·중도층의 선택이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
4·15 총선이 7일 기준으로 99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번 선거 승패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정답은‘스윙보터(swing voter)’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얘기다. 스윙보터는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의미한다. 마음이 흔들리는 투표자라는 뜻이다. 우리말로‘부동층 유권자’라고 한다. 스윙보터들은 확고하게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정치 상황과 이슈, 정책 등에 따라 표심이 달라진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선거에서는 스윙보터의 선택은 결정적 변수가 된다.
◇한국 선거에서 누가 스윙보터인가
우리 정치에서 스윙보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의당 등을 확고하게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라고 할 수 있다. 진보층과 보수층으로 고정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스윙보터는 우선 ‘무당층(無黨層)’으로 나타난다. 범위를 넓히면 ‘중도층’까지 포함된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셋째 주(17~19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4%로 집계됐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37%, 23%였다. 이 조사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층이라고 규정한 응답자는 전체의 30.7%로 집계됐다. 진보층은 29.8%, 보수층은 23.5%, 모름·무응답은 16%였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30~31일 전국 유권자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 무당층은 12%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41.9%, 한국당은 32.9%였다. 한국갤럽의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과 달리 리얼미터는 90%를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무당층이 상대적으로 적게 응답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자신을 중도층으로 규정한 응답자는 전체의 37.1%에 이르렀다. 진보층은 27.9%, 보수층은 21.1%, 모름·무응답은 13.9%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총선의 스윙보터 규모에 대해 “선거 막판까지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하는 중도층과 무당층이 전체 유권자의 20~3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윙보터의 표심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스윙보터의 최종 선택을 예측하려면 현재 이들의 정치 성향을 심층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리얼미터의 지난해 12월 말 조사에서 중도층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은 42.2%, 한국당은 33.6%, 바른미래당은 5.7%, 정의당은 5.5%였다. 전체 응답자의 민주당(41.9%), 한국당(32.9%) 지지율과 큰 차이가 없다. 아직 중도층 마음이 여야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지지 않은 셈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중도층과 무당층의 평가가 그리 후하지 않다는 점은 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9%는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 46.8%는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를 했다. 그러나 중도층에서는 긍정 평가가 46.8%로 부정 평가(51%)보다 약간 적었다. 무당층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60.7%에 달해 긍정 평가(21.2%)보다 훨씬 높았다.
◇스윙보터는 결국 어느 당과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
부동층 유권자는 총선 며칠 전까지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지지 정당과 후보를 결심한 뒤 투표소로 향하는 사람들의 표심은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확인하기 어렵다. 선거 이변이 자주 벌어지는 것은 스윙보터들이 막판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특정 정당에 쏠리지 않는 스윙보터는 이번 총선에서 부동산과 세금 관련 등 개인의 이해를 좌우하는 경제·사회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도 부동층 표심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 소장은 “본래 총선은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분열된 야당이 뚜렷한 대안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는 점은 일단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보수 야권이 통합과 공천 물갈이 등을 통해 대안 역할을 한다면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윙보터 지역·세대는 총선의 주요 승부처
미국에서 ‘스윙 스테이트’의 선택이 선거 승부를 결정하듯이 한국에서도 ‘스윙보터 지역’은 총선의 중요한 승부처이다. 스윙보터 지역으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을 들 수 있다. 특히 우리 정치의 심장부인 수도 서울의 성적표는 제1당 향배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48개 선거구가 있는 서울에서 제1당으로 부상한 더불어민주당이 35석을 차지했으나 여당인 새누리당은 1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2008년 18대 총선 때 서울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무려 40곳에서 승리했으나 야당인 통합민주당의 당선자는 7명에 불과했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 서울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이 36.4%, 한국당이 31.2%로 집계됐다. 양대 정당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안팎이어서 서울에서 여야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스윙보터 세대’의 선택도 총선 승부의 풍향계가 된다. 30대와 40대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매우 높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한국당이 강세이다. 반면 50대와 20대는 여야의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아 스윙보터 세대로 볼 수 있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 50대에서 민주당(43.9%)과 한국당(36.9%)의 지지율 차이는 7%포인트이다. 19~29세에서도 민주당(34.9%)과 한국당(25.8%)의 지지율 격차는 10%포인트 이내였다. 배 소장은 “스윙보터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충청권 지역과 50대 초반과 20대의 선택이 총선 승부를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그네처럼 흔들리는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지점에서 머물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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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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