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발달과 좋은 음식, 생활 환경의 개선 등 많은 요인으로 현대는 소위 100세 시대란 말을 종종 듣는다. 조금 바꾸어 말하면, 직장에서 은퇴 후에 오랜 기간을 더 살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제가, 특히 남성들에게는 만만치 않다. 본인도 은퇴한 지 3년이 되어 가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은퇴 후의 삶을 계획하고 준비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후회감이 종종 든다.
100세가 된 김형석 교수는 90세된 후배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을 결코 중단하지 말하는 충고를 해 주었다고 들었다. 은퇴 후 노인들에게 소속감과 배움의 열정이 없다는 것은 그 삶이 위축되고, 소외감과 고독속을 헤매게 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잘 알려진 존 맥아더 목사는 “단지 오래 살았다는 것만으로 늙은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말년에 꿈마저 버린 사람은 대신 마음의 주름살이 생길 것이기에 노인 세대는 ‘지금도 할 수 있다’는 꿈까지 버려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조금 극단적 예가 되겠지만, 일본의 100세 할머니 시인 ‘시바다 도요’는 92세때 아들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해서 99세에 그 유명한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을 발간했고 15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 자신도 말로만 듣던 만학길에 들어서 요사이 취미삼아 ‘기독교 상담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몇년 후면 80이 되는 누님은 미술 공부에 열심이다.
최근에 메릴랜드 지역의 시니어 시티즌들의 모임인 상록대학의 가을학기 종강식에 참석했다. 상록회의 주제가의 가사 “늘 푸른 소나무의 굳은 의지 본받아 푸른꿈 가꾸는 상록회 회원들”처럼 상록회원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늘푸른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꿈을 이루어 가라는 뜻으로 들린다.
상록회를 정말 헌신적으로 이끌어 가는 회장님은 종강 인사에서 “좋은 교육과 건강 증진, 취미 활동과 여행등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노년의 상실감을 품위와 의지로 견디어 내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남은 날들이 만남과 배움을 통해 더욱 지혜롭고 깊고 품위있는 아름다운 삶이 되기 위해 상록대학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분의 말씀대로 상록대학은 노년의 삶을 사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대학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내 아내는 이곳에서 새로 기타와 색소폰을 배우고 합창반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새로운 배움을 아주 즐기는 눈치이다. 이 상록대학에는 16명의 강사가 각종 프로그램을 담당하며 회장, 부회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자로 섬기고 있다. 종강식에서 노년의 학생들은 그간 배운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는데, 크로마하프, 색소폰, 기타, 라인 댄스, 중창과 합창 그리고 학습을 통해 배운 동영상, 미술작품 발표 등 다양한 순서가 있었다.
7,80대의 시니어 시티즌들의 재롱어린(?) 연주는 잠시 나를 국민학교 시절의 학예회의 현장으로 데리고 갔다. 가끔 박자, 음정이 안 맞기도 했지만, 예전같으면 집안에 갇혀 그 삶이 정지되었을 분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며 진지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누군가 말하기를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다’라고 말한다면, 그 인생은 정말 끝난 것이라고 했다. 노령에도 배우기와 헌신적 봉사를 멈추지 않는 이 분들을 보며, 늙음은 완숙이며, 끊임없는 성장이며, 오랜 삶을 통해 얻은 지혜의 결실을 맺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분들의 마음에는 불평이나 원망보다는, 감사와 기쁨과 소망으로 채워지는 좀 더 밝고 긍정적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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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 약물학 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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