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화 온도 29.7도 넘으면 암컷 되는 탓…전문가 “멸종 위기”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 새끼의 성비가 교란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알이 묻혀있는 모래의 온도가 29.7도 미만이면 수컷, 그 이상이면 암컷이 되는 탓에 새로 태어나는 바다거북 새끼들이 암컷 일색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취약종'인 붉은바다거북의 최대 번식지 중 하나인 북대서양 섬나라 카보베르데(Cape Verde)에선 현재 새로 태어나는 새끼의 84%가 암컷이다.
매년 여름 카보베르데에서 현지 조사를 진행해 온 스페인 과학자 아돌프 마르코는 "20∼30년 내에 수컷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더는 번식할 수 없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5년(2015∼2019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던 기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구 면적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구역에선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온도가 올라 생태계에 불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했다.
카보베르데도 1964년 이후 평균 기온이 1.3도 올랐다.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최소치로만 지구온난화가 진전돼도 이번 세기말이면 카보베르데의 붉은바다거북 새끼 중 수컷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보다 더워지면 카보베르데에선 수컷 바다거북이 아예 태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바다거북 번식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과 호주 퀸즐랜드 환경유산보호부가 작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대보초(大堡礁·Great Barrier Reef)에서 태어난 푸른바다거북 새끼의 암수 성비가 116대 1을 기록했다.
이 지역의 바다거북 새끼 성비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6대 1 수준이었다.
샌디에이고 지역에서도 푸른바다거북의 암컷 비율이 65%에서 78%로 높아지는 현상이 관측됐고,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 연구진도 최근 플로리다 해변에서 태어나는 바다거북의 최소 90% 이상이 암컷이란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바다거북은 100년 가까이 살 수 있고 딱히 짝을 정해놓고 짝짓기를 하지도 않기 때문에 당장 일반인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진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과 관련 당국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다거북 관광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카보베르데는 비정부 기구들의 협력을 받아 모래사장 청소와 거북알 불법채취 단속, 포식자 접근 방지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런 수단으로는 지구온난화에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바다거북이 낳은 알을 파내 더 시원한 장소로 옮기는 등의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바다거북 종 대부분은 IUCN에 의해 '심각한 위기종(CR)'과 '위기종(EN)', '취약종(VU)', '준위협종(NT)' 등으로 지정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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