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면” 투쟁 승부수… 추석연휴 조 장관 반대론 늘어
▶ ‘가족펀드’ 조국 5촌조카 구속… 조국 부인 소환 임박

황교안 대표(앞줄 가운데)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6일 저녁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
추석 연휴 이후 ‘조국 대전(大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면서 ‘삭발 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조국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5촌 조카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6일 오후 5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삭발식을 갖고 대여 투쟁 승부수를 띄웠다. 삭발한 황 대표는 “문재인정권의 헌정 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가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투쟁에서 결단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며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서 검찰의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추석 연휴 기간 청취한 밑바닥 민심에서 ‘조국 반대’ 기류가 ‘찬성’보다 훨씬 강하다고 판단하고 문재인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결집하기 위한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마침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추석 연휴에 더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14~15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57.1%로, ‘잘한 일’이라는 답변 36.3%보다 20.8%포인트 높았다.
이와 함께 한국당 지도부가 ‘반(反)조국’ 민심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지적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단식을 한 적은 있어도 제1야당 대표가 삭발 투쟁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최근에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면서 삭발했다.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한국당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80여명은 삭발식 이후에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촛불을 들고 ‘침묵 연좌 농성’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의 부당한 검찰 인사 개입 겁박과 공보준칙 강화를 빙자한 검찰 수사 보도 금지 추진은 명백한 수사 외압이며 수사 방해”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의 삭발 투쟁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지금은 장외 투쟁과 단식, 삭발로 분열과 혼란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챙겨야 할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삭발한 황 대표에게 강기정 정무수석을 보내 염려와 걱정의 뜻을 전달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강 수석은 삭발식 직전 황 대표를 만나 “삭발에 대한 재고를 요청드린다”는 문 대통령 뜻과 함께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황 대표는 “조국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는 답변만 했다고 고 대변인은 밝혔다.
한편 조국 장관 ‘가족 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36)가 검찰에 구속됐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조씨의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본건 범행 전후 일련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관련자 진술 내역 등 현재까지 전체적인 수사 경과 등에 비춰 도망 내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모펀드 운용의 열쇠를 쥔 조씨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 등을 직접 겨냥하게 됐다.
조씨는 정 교수와 두 자녀 등 일가가 14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씨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허위 공시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적용해 이날 새벽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씨는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을 무자본으로 인수하고 허위공시를 통해 주가 부양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코링크의 명목상 대표 이상훈(40)씨 등과 함께 WFM·웰스씨앤티 등 투자기업 자금 5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지난달 말 조 장관 주변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 도피성 출국을 한 조씨는 지난 14일 새벽 괌에서 입국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검찰은 조씨가 출국 전후 최모(54) 웰스씨앤티 대표 등 관련자들과 인터넷 전화로 통화하며 말맞추기를 요구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조씨의 구속으로 조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를 주도하고 운용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 정경심 교수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조 장관 부인 정 교수가 조씨의 부인 이모씨에게 빌려준 5억원 가운데 2억5천만원이 2016년 코링크 설립 자금으로 쓰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가 조씨 측에 빌려준 돈이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에 쓰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펀드 운용과 투자를 분리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은 물론 직접 주식 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그동안 조 장관은 정 교수가 집안의 유일한 주식 전문가인 조씨의 소개를 받아 사모펀드에 투자했을 뿐 투자처를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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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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