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의회는 지난달 ‘시신 퇴비화’(Human Composting)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신 퇴비화란 시체를 빨리 썩혀서 흙으로 만드는 매장방식을 말한다. 자연스러운 분해과정을 가속하여 30일 만에 흙으로 만드는 것이다. 흙이 된 시신은 가족의 정원이나 텃밭, 혹은 화분 속에서 안식을 찾고 꽃이나 나무가 자라나는 토대로 사용될 수 있다.
퇴비 매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친환경적인 대안 장례라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장이나,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매장보다 훨씬 지구 환경에 좋다는 것이다. 퇴비 매장은 화장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8분의 1을 소모하고, 자연 매장보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1톤 줄어들며, 특히 자연 매장을 위한 공간이 거의 없는 밀집된 도시에서는 중요한 대안이 된다는 설명이다.
내년 5월부터 워싱턴 주에서 시행되는 시신 퇴비화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리컴포즈’(Recompose)라는 회사다. 이 회사의 대표 카트리나 스페이드는 10년여 전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가 농가에서 오래전부터 가축의 사체를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연구 끝에 2년 전 ‘리컴포즈’를 창립했고 지난해에는 워싱턴 주립대에서 기증받은 6구의 시신을 처리해 흙처럼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스페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호열성(고열에서 잘 증식하는) 미생물과 이로운 박테리아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면 분해가 빠르게 일어날 수 있고, 인체는 한 달 정도면 완전 분해되어 뼈와 치아를 포함한 모든 것이 퇴비화된다.
자연 상태에서 야외에 노출된 인체가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데는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먼저 피부가 부패하면서 물집이 생기고 검은색, 회색, 녹색으로 변하다가 부풀어 오른다. 습한 곳에서는 몇 주만 지나도 얼굴에 두개골만 남고, 건조한 기후에서는 수년에 걸쳐 미라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법의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리컴포즈’에서는 퇴비화 장례비용을 약 5,500달러로 잡고 있다. 화장보다는 많이 들지만, 매장보다는 저렴하다. 미국에서 전통적인 장례식을 치르는 데 드는 비용은 7,000달러 이상, 화장은 1,100달러 정도이고 납골당을 추가하면 더 많은 돈이 든다.
하지만 퇴비 매장이 장례방식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시신을 퇴비로 처리하는 데 대한 윤리적, 사회적 의문이 제기될 것이며, 기존의 장례업계와 종교계의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워싱턴 주에서 미국 최초로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제이 인슬리 주지사를 비롯해 이곳에 환경론자들과 비종교적인 주민이 많아 새로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퇴비 매장의 기본 취지는 사람이 죽어서 직접 자연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주면서 삶과 죽음의 순환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어쩌면 가장 성경적인 매장법인지도 모르겠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세기 3장1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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