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성향 헌법재판관 뜻 모으면 국보법 폐기·선거연령 조정 가능”
▶ 한국당 “코드 인사” 대규모 장외투쟁… 민주 “색깔론 구태정치”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인 지난 19일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현지에서 전자 결재 방식으로 임명했다. 자신과 남편이 재판을 맡았던 소송 관련 기업의 주식을 거래하고, 35억원 가량의 주식을 과다 보유해 도마 위에 올랐던 이미선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이미선 헌법재판관 카드를 밀어붙인 데에는 전략적 고려가 깔려 있다. 우선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문형배 헌법재판관과 국제인권법연구회 발기인을 지낸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임명함으로써 ‘진보로 완전히 기울어진 헌법재판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최근 대법원 교체까지 포함하면 ‘사법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에 따라 “3권 분립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의 꿈인 입법·행정·사법 분야의 ‘주류 세력 교체’를 완성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직전 대담집을 통해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 세력 교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진보 성향 재판관 2명을 임명함으로써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대통령·대법원장·여당이 지명한 친 문재인정부 성향 재판관은 모두 6명으로 늘었다. 독자적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을 채우게 된 것이다. 특히 9명 중 5명은 문재인정부에서 이른바 ‘사법부 주류’로 떠오른 우리법연구회(유남석 헌재소장, 문형배 재판관), 국제인권법연구회(김기영·이미선 재판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석태 재판관) 출신이다.
법조계에선 “과거 보수 정권에서 보수 성향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헌법재판관 대다수가 특정 단체 출신 등 정부와 코드가 확실하게 맞는 인사들로 채워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코드가 일치하는 헌법재판관 6명이 합심하면 국가보안법과 선거연령 제한, 사형제 등 쟁점 법안을 정부의 뜻에 따라 폐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대법원의 진보 색채도 뚜렷해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대법관 14명 중 9명이 교체됐는데, 그 중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5명이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 출신이다.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에 대법관 4명이 추가로 바뀔 예정이어서 진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3개월 동안 적폐 청산 작업 등을 통해 행정부와 입법부, 지방자치단체, 중앙선관위원회의 주류 세력 교체도 거의 실현해가고 있다. 새로 임명된 인사들은 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이른바 ‘캠코더’가 주축이다. 내각에서 ‘캠코더’ 출신은 현정부 들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포함하면 18개 부처 중 14명으로 늘어났다.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손잡은 범여권 연대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 시·도 단체장 가운데 민주당 출신이 14명이나 당선됐다. 17개 광역 시·도 교육감 중 14명이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대선 백서에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이 올려진 조해주 후보자의 중립성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월 그를 선관위 서열 2위인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도 보장하기 힘들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이 ‘코드 헌법재판소’를 완성하는 단계에 이르자 자유한국당은 주말인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문재인정부를 강력 규탄하는 장외 투쟁에 나섰다. 이번 집회에 한국당은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국당은 이날 모인 인파를 2만여명으로 추산했다.
이날 한국당 주요 인사들은 ‘좌파 천국’, ‘좌파독재 정권’, ‘야당을 탄압하는 비열한 정권’ 등 현정권을 겨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첫 장외 집회에 나선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좌파 천국을 만들어왔고, 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정권은 북한과 적폐 청산만 아는 ‘북적북적 정권’”이라며 황 대표를 중심으로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집회 후 황 대표는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센터까지 진행된 가두행진을 마무리하면서 “오늘의 투쟁은 문재인 좌파독재를 막기 위한 대장정의 첫걸음으로, 앞으로 더 멀고 험한 길에서 함께 싸우자”고 역설했다.
이에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의 광화문 장외 투쟁은 색깔론을 앞세운 구태 정치이자 국민을 분열시키는 무책임한 선동이 난무하는 난장판이었다”고 성토했다. 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2일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대변인 역할만 한다’는 황 대표 발언을 겨냥해 “다시 한번 그런 발언을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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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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