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몇살이야?” 나무가 소녀에게 묻는다. 소녀가 “ 15살 …..” 이라고 나직히 대답한다 이번엔 소녀가 혼잣말처럼 이야기 한다. “15살은 어떤 나이일까…..” 나무가 답한다. “15살은 길을 떠날 수 있는 나이이지….” 소녀가 덧붙인다. “내게도 저 산 너머 소식을 전하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이에 나무가 한숨지으며 술회한다. “내게도 친구들은 있었지……” 근데 모두 자라 흩어졌어 이제는 모두…“
소설 ‘목련정전’에 나오는 나무와 소녀의 대화 중 일부로, 책을 읽다 불현듯 던져진 연상인지, 결국 살아온 날에 대한 깊숙한 회고와 별빛 가득 하늘에 내려앉는 이 계절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익숙한 말 중에 ‘Consider’라는 어휘가 있다 이 말은 본디 sider는 별을 의미하고 con은 함께한다는 뜻으로 별과 함께 한다는 말은 결국 별자리를 보고 점을 치던 시절 무얼 숙고하고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니까 꽃 피고 잎 지는 것보다 별이 떴다 지는 것이 훨씬 더 규칙적이고 정연해서 나중에는 경외와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는 바로 그 시절 이야기가 될 것이다. 잎 지는 가을밤, 추운 밤하늘을 우러를 때 보다 더 깊은 성찰이 또 있을까….. 별빛이 내려 앉는 모든 것들의 섭리와 삼라만상을 싫증나지 않게 바라보다 그 유현한 세계와 깊고 푸른밤을. 꼭 빅뱅이론이 아니더라도 나무를 이루고 있는 저 탄소 원자가 내 몸을 이루는, 바로 같은 탄소 원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게다가 우리가 죽는 날까지 우리에게 산소를 실어 나르는 적혈구의 철분이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분명코 우리가 <별들의 자손>이라는 자각만으로도 우린 세상을 얼마나 느긋하게 살 수 있었던지…
이 광대한 우주에서 전하를 띈 먼지 같은 생명체로 잠시 빛나다 스러지는 우리가 그 예사 아닌 분별력을 갖고 머지않아 헤어질 자신의 삶과 떠날 세계를 돌아봐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참으로 대견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며 고령의 나이를 그가 꽤나 잘 살았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삼기에는 우리들의 이별의 무게가 너무 크고 호극하여 그저 슬프기만 하지 않았던가.
별들의 숫자는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막과 해변에 있는 모래숫자보다도 더 많다. 숫자로는 7x10의 23승이니 대충 이 지구의 인구수를 70억 인구에게 이 우주의 별을 균등하게 배분한다 하더라도 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별의 숫자는 10의 14승, 다시말해 지구의 70억 인구, 각각의 개인이 100조만큼의 별을 갖는 셈이 된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이 평지이며 바다 멀리 나가면 아마도 떨어질 것이라 여겼던 고대인들이 낮시간 동안 태양이 남중함에 따라 건물 기둥의 그림자가 줄어들고 늘어나는 걸 보며 그들의 우주관과 세계관은 물론, 그들의 심경은 꽤나 복잡했을 것이다. 한때 그들의 우상이며 그 잘난 태양이 이 우주의 한낱 골목대장에 불과했음이 밝혀진 것도 불과 얼마전의 일이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살아있어 하나의 우주, 우리의 뇌만 보아도 그러하다 신경전달을 담당하는 뉴런의 갯수는 실로 우주의 별보다도 많고 더 심오하며 그만큼 광활하다. 한 인간이 산악을 홀로 마주할 때의 경외심도 그럴지언대, 하물며 심연과 적막, 그 가뭇없는 우주와 그것의 고적감을 말하여 무엇하랴…… 그래서 우리 앞에 주어진 시간의 몫을 순연한 허무와 덧없음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그만큼 아끼고 바르게 살아야 할, 한 이유로 받아드리는 행위, 필경 그것은 삶과 철학의 문제로 귀착하게 된다.
듣기로는, 우리가 늘 사용하는 스마트 폰이 종전의 우주선보다도 무려 이십만배 이상의 메모리 처리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우주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무려 100조에 달하는 별들의 숫자 만큼, 그것에 값하는 삶과 방향을 되새기기에, 이 계절이 지나는 빈 하늘마저 그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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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혜 부동산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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