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의 부족… 하루 50-60명 보기도, 예약 없이 ‘새치기’ 직원과 언쟁까지
▶ 수익 우선 무턱대고 환자 받아 들여

LA 한인타운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갑자기 눈이 가렵고 충혈이 되는 눈병에 걸린 한인 서모(글렌데일)씨. 안과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주치의 리퍼를 받아야 했지만 1~2주일을 기다리기에는 불편함을 찾기 힘들어 비보험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LA 한인타운 지역 한 안과를 찾았던 서씨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예약 없이 찾아간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는 접수 담당자의 말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1주일 후로 겨우 예약을 잡아 다시 이 안과를 찾은 서씨는 이번에도 결국 1시간이 지나서야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혀를 찼다. 환자들이 가득 차 예약을 하고 왔는데도 대기실에서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고, 진료실에 들어가서도 또 다시 3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서씨는 “한 눈에도 환자들이 오버부킹이 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긴 대기시간 때문에 한인타운 병원에 가기가 꺼려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 겪어보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1~2시간 대기에 분통
LA 한인타운 내 한인 병원과 클리닉들의 상당수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한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의 클리닉이나 치과 등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병원들에서는 비예약 환자의 경우 2시간은 기본이고, 예약을 한 환자들도 1시간 안팎을 기다리기 일쑤여서 시간을 쪼개 병원을 찾는 직장인 등 한인들이 “해도 너무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1일 오전 한인타운 내 한 내과 대기실에서 만난 한인 노인 김모씨는 “예약을 하고 왔는데도 지금 30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며 “그래도 예전에 예약 없이 방문했을 때 2시간 넘게 기다렸던 것에 비하면 오늘은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언제 몸이 아플지 사전에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아니고서야 미리 예약하고 병원을 찾기는 어려운 데 이렇게 대기 시간이 길어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부 병원들 오버부킹
이같은 대기 시간 불만은 한인타운 지역에 한인 전문의가 많지 않아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안과, 이비인후과, 심장내과 등 일부 스페셜리스트 병원들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인타운 내 병원들은 하루 진료 환자수를 구체적으로 밝히길 꺼리고 있으나 일부 의사의 경우 하루에 많게는 50~60명에 달하는 환자들의 예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인타운 내 한 병원 관계자는 예약 환자수가 하루 50명은 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했다.
이같은 예약 환자수는 하루 진료시간을 7시간으로 잡으면 1시간에 7~8명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예약 없이 찾는 ‘워크인’(walk-in) 환자들까지 합치면 시간당 10명 안팎에 달하는 것이다.
한인타운 내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예약환자들을 위주로 지료한다고 해도 응급환자나 진료가 오래 걸리는 환자가 생기면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예약 없이 워크인으로 방문하는 환자들도 워낙 많아 예약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편의 따라 진료 새치기도
이같이 대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일부 치과 등 사무장이 있는 병원들에서는 환자들의 진료 순서와 대기 시간을 둘러싸고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말이다. 같은 워크인 환자라도 병원 측의 편의에 따라 이른바 진료순서 ‘새치기’를 하면서 다른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것이다.
한인 김모씨는 “갑자기 치과를 가서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나보다 나중에 온 환자를 먼저 진료 받게 하더라”며 “알고 보니 병원 사무장이 자신이 소개한 환자라는 것을 알고 한바탕 언쟁을 벌인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 의사들 수익 급급 문제
일부 한인들이 예약을 하지 않고 병원에 가는 ‘예약문화’를 잘 지키지 않는 것과, 언어 장벽 때문에 미국 의료 시스템상 워크인 환자들을 위한 긴급 진료센터(urgent care)나 응급실(emergency)을 찾기를 꺼려하는 것도 한인타운 병원들의 대기 시간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인타운 내 이른바 인기 의사들의 경우 보통 오전 시간대에 예약 없이 찾는 환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한인들은 일부 의사들의 경우 병원 수익을 위해 무턱대고 많은 환자들을 받고 있는 것이 병원 대기 시간이 터무니없이 길어지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인 환자 김모씨는 “스페셜리스트 수가 많지 않아 환자들이 몰린다고는 하지만, 예약을 장기적으로 받아 환자들이 길게 대기하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루 예약 환자수를 줄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석인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인타운 안과 예약시간보다 한시간이나 일찍갔는데도 한시간반 걸렸어요 결국 2시간반이걸렸는데 의사본시간은 10분 3분정도보고 또기다리는다른환자방에 결국 3분씩 3번에 진료 끝인데 할
한인타운 병원하시는 많은 의사분들 자각 하셔야 합니다 넘치는 오버예약으로 방문한 환자들 기다리는 시간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이비인후과 예약후 갔는데 좁은 대기실에 사람가득...1시간 30분 기다린후 그다음 스케줄시간 때문에 더이상 기다릴수 없어 그냥 왔던 기억 생생 합니다.. 어쩌다 한번 병원 가본 사람들은 어이없고 깜짝 놀랄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