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시장 내 ‘복합청년몰’ 조성 등에 890억 추가 투입
▶ 대형몰은 ‘소상공인·골목상권 보호’ 정치논리에 난항
한국정부가 군산·창원 등 구조조정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가동을 중단한 한국 GM 군산공장 동문.
#군산에 거주하는 오모씨(61)는 지난 2월 한국 GM이 군산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 GM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오씨가 다니던 공장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새로 문을 여는 롯데아웃렛 군산점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채용돼 교육까지 마쳤지만 오씨는 아직 마음이 불안하다. 이달 말 개점 예정인 롯데아웃렛을 두고 지역상인들의 반대가 끊이지 않아서다. 지역상인단체들은 잇따라 제각기 다른 요구안을 들고 정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오씨는 “새 일자리를 찾으면서 희망을 갖고 살고 있는데 오픈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소문에 불안하다”며 “정상적으로 개점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일자리 추경’을 편성한 한국정부가 군산·창원 등 구조조정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전통시장 내 ‘복합청년몰’ 조성 등에 나랏돈 89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청년몰에 들어가는 예산만도 본예산과 추경을 합쳐 229억원이다.
기존에 만든 청년몰이 시들어가는 군산공설시장에는 돈을 더 들여 영화관과 육아공간·상생점포가 결합된 복합청년몰로 업그레이드해줄 계획이다. 구조조정으로 침체된 지역을 살린다는 의도지만 정작 최대 수천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는 민간 샤핑몰은 소상공인 반대와 골목상권 보호를 강조하는 정치 논리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모순은 군산만의 일은 아니다. 창원에 첫 비수도권 스타필드 출점을 추진 중인 신세계그룹은 건축허가 단계서부터 소상공인과 정치인 반발에 부딪혔다. 이런 창원도 군산과 함께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청년몰 추가 조성 대상 지역이 됐다. 창원에도 마산부림시장에 2년 전 청년몰이 들어섰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중 1조원은 구조조정 지역 지원에 들어간다. 지원 대상은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경기 침체와 실업난에 빠진 6개 고용 위기지역으로 여기에는 전북 군산과 경남 창원 진해구가 포함됐다.
지역지원대책 예산안을 보면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 지역 투자 촉진 등 구조조정 지역 경제 활성화에 888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실직자 지원을 위한 예산(1,150억여원)과 소상공인 유동성 지원(1,367억원)까지 합하면 지역 경제 살리기와 고용 지원에만 재정 3,400억원이 새로 들어가는 셈이다.
지원책의 하나로 정부는 52억원을 더 들여 위기지역 전통시장 안에 ‘복합청년몰’을 3곳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복합청년몰이란 전통시장 안에 청년상인점포를 20개 이상 차려주는 기존 청년몰에 샤핑·문화·육아시설을 결합한 것이다.
서울 코엑스몰,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이어 하남·고양 스타필드까지 복합샤핑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 청년상인점포만으로 전통시장에 손님을 끌어오기 어렵다 보니 사람들이 시장을 찾을 만한 기반시설을 직접 더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이다.
기존 청년몰 사업은 한 곳당 15억원(국비 50%)을 지원했지만 복합 청년몰은 지원액을 30억원까지 늘려준다.
위기지역에 할당한 52억원을 포함해 정부가 이번 추경에서 복합청년몰 지원 명목으로 편성한 예산은 총 116억5,000만원이다. 이미 조성된 청년몰도 정부지원이 끝나면서 폐업이 늘고 경영난이 심해지자 추가 지원을 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본예산(112억5,000만원)까지 합치면 총 229억원이 복합청년몰을 만드는 데 들어간다.
군산에는 이미 전통시장 청년몰이 조성돼 있지만 정부는 이를 복합청년몰로 업그레이드해주기로 했습니다. 중소기업벤처부 관계자는 “군산공설시장의 경우 이미 청년몰이 들어가 있지만 지역 경제가 피폐하다 보니 사정이 아주 안 좋다”며 “추경예산으로 추가 지원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군산공설시장 청년몰은 입점한 점포 20곳 중 8곳이 폐업해 폐업률이 40%였다. 이미 조성된 전국 청년몰 14곳 중 두 번째로 높다.
중기부는 복합청년몰의 성공을 위해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들여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정작 민간기업이 스스로 투자해 만드는 복합샤핑몰은 대형 유통업체 규제 강화와 지역 상권 반발에 길이 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말 개장 예정인 롯데아웃렛 군산점은 2016년부터 입점에 반대하는 지역상인단체와 수차례 협의를 통해 20억원의 상생기금을 기탁하기로 합의했다. 군산 경제를 고려해 현지 채용 비율도 타 지역의 2배 수준으로 늘려 전체 인력 600명 중 400명을 군산 시민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개장일이 다가오자 지역상인들은 또 다른 조합단체를 만들어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개장을 3년 연기하거나 인근 상가 활성화 지원금으로 260억원을 지급하라는 요구에 롯데아웃렛 측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롯데아웃렛 관계자는 “단체가 워낙 많고 제각각인데다 요구사항도 무리한 부분이 있다”며 “개장이 지연되면 입점 업체와 고용 인력도 피해가 불가피해 일단 원래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현배 서강대 교수는 “대형마트 같은 대형 체인의 확장은 중소상점의 진입·퇴출을 촉진해 소매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며 “지역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진입규제와 기존 업체에 대한 지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생산성 높은 사업체 중심으로 구조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당정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더 조이고 있다. 현재 국회는 대기업 계열의 복합샤핑몰도 월 2회 의무휴업을 도입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중기부는 대형 유통업체 출점을 제한할 수 있는 사업조정제도 신청 자격을 조합단체에서 개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중해 KDI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장은 “경제적 논리로 풀 건 풀고 불평등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이해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리더십이 정부의 과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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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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