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은 능력자다. 힘에서 뿐 아니라 지략과 눈치와 이른바 “촉”이라 불리는 직감적 본능에 있어서도. 한국에서 인기 있는 모 예능에서 김종국은 다방면에 우월한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그가 어이없이 패하는 순간이 있었다. 가수 개리와 만날 때다. 지금은 예능에서 보기 어렵지만, 개리는 평상시에는 일반인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정적 순간에 뜬금없이 김종국 보다 뛰어난 지략과 촉과 신체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를 ‘뜬금 능력자’라고 불렀다. ‘능력자’ 김종국의 뛰어남이 드러나 있는 것이라면 ‘뜬금 능력자’ 개리의 뛰어남은 가려져 있었다.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다른 사람들도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프로그램 내내 멍하니 서있다고 ‘멍지효’라 불리는 송지효는 가위바위보나 동전 앞면 맞추기 같은 순전히 ‘운’으로 이기는 게임의 여왕이고, 다리 짧은 하하는 달리기를 잘한다. 예의바름의 끝판왕 유재석의 능력은 의외로 ‘거짓말’이다. 정직해 보이는 그가 흘린 거짓 정보는 언제나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된다.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감춰진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남들보다 긴 오른쪽 둘째 발가락이든 혹은 남들 눈치 채지 않도록 방귀를 흘리는 것이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나는 정말 능력이 없는데 싶다면, 당신의 능력은 당신 자신으로부터 조차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왕 있으려면 남에게 자랑할 능력이면 좀 좋을까. 장기자랑에서나 쓸만한 능력 말고. 남들보다 유연한 손가락 따위가 무슨 도움이 될까. 이런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선천적으로 고운 목소리를 타고 났지만 성량이 너무 적어서 아무도 듣지 못한다면, 또는 다른 사람의 약점이 눈에 쉽게 들어오는 바람에 ‘지적질 대마왕’이란 욕을 먹어야 한다면. 이런 능력 따위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싶을 수도 있다. 날 만드는 날에 조물주는 딴 생각을 하고 있던 게 틀림없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없는 곳에서 쓸데없이 성냥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 고운 목소리는 사람 많은 광장이 아니라 외로운 단 한 사람을 위해 노래하기 위한 것이라면. 남의 약점만 보게 되는 나의 눈이 실은 그 약점을 보완하고 배려하기 위한 도구라면. 그렇다면 늘 숫기 없이 쭈뼛쭈뼛하는 내 남편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이 세상에 고요함의 공간을 만드는 능력자인지도 모른다. 쓸데없이 공격적인 말투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옆집 아줌마는 사람들의 마음에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능력자일 수도 있고.
내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것은 내 눈이 어둡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리 선천적인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꽃 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흙 속에 던져진 진주가 된달까. 세파에 시달리며 세심한 성격은 찌질한 것으로 변모되고, 평안한 성격은 둔감하고 우울한 것이 된다. 한 여름 동물원을 거니는 북극곰의 가죽처럼. 시멘트 바닥 위를 걷는 낙타의 갈라진 발굽처럼.
오늘도 세상이 당신을 멸시하고 기를 꺾는다면, 그래서 당신도 당신의 모습이 영 못나고 미덥지 않거든, 거울을 보고 이렇게 말해 보라. “너는 네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야. 너는 네 생각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야” 라고. 마음의 진창 속 어딘가, 당신이 이해하지도 못하고 알아보지도 못한 당신의 능력이 진주처럼 반짝이고 있음을 떠올려 보라. 지금은 가려져 있고 심지어 변장되어 있어 알아볼 수 없어도, 당신이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만 하면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될 그 능력을.
당신의 뜬금없는 능력을 지지한다.
(703)76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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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상담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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