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세 소녀 피신 첫날 정부군에 만신창이
▶ 인권단체 진상조사 요구도‘사실무근’ 묵살
하디자는 나이지리아 난민캠프인 티처스 빌리지에서 군인들과 경찰, 민간인 자경단에 의해 연이어 강간을 당했다. 뉴욕타임스는 강간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가해자들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올해 19세가 되는 하디자의 뒷모습만을 공개했다. [사진 Adam Ferguson/뉴욕타임스]
■ 나이지리아 난민 캠프 성폭행 실태
정부가 운영하는 난민캠프는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들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팔마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자신의 삶을 도둑맞았다. 보코하람 전투원들에 의해 자신의 집에서 납치된 후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할 때까지 꼬박 3년간 그들에 의해 수시로 몹쓸 짓을 당했다. 2016년 봄 전투원들이 잠든 틈을 타 숲 속으로 몸을 빼치긴 했지만 열네 살 소녀 혼자 나이지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난민캠프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도 팔마타는 별 탈없이 난민촌에 도착했고, 숙소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바로 그날 밤, 그녀의 텐트로 보안요원이 찾아왔다. 나이지리아 정부군인 그는 팔마타에게 아무말 말고 조용히 자신을 따라오라고 지시했다. 겁에 질린 팔마타는 그의 ‘명령’을 따랐고, 보안요원 숙소에서 강간을 당했다.
그렇게 일을 당하고 돌아온 후 1시간이 지나자 이번엔 장교가 찾아왔다. 물론 그가 그날 밤 팔마타의 텐트를 찾은 마지막 군인은 아니었다. 난민 캠프에 온 첫날, 열네 살 소녀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군인들에 의해 밤새도록 성폭행을 당했다. 마치 그림자 게임이라도 하듯 한명씩 교대로 찾아든 그들은 서로 아는 사이 같지도 않았다.
지난 8년 동안 나이지리아 북부를 쑥밭으로 만든 보코하람과의 전쟁에서 피해지역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죽음보다 강간의 공포였다. 유엔의 추산에 의하면 최소한 7,000명의 부녀자들과 어린 계집아이들이 보코하람의 성폭력을 견뎌내야 했다.
무장 민병대 그룹인 보코하람은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어린 소녀로부터 10대와 유부녀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납치해 성폭행을 가했고, 일부는 전사들에게 신부로 ‘분양’했다. 신부를 배분받은 전사가 숨지면, 다른 전사가 새 주인이 되었다.
그들과 맞서 싸우는 나이지리아 보안군도 전쟁피해여성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적어도 여성들에게 정부군과 무장반군은 복장 외에는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야만인에 불과했다
2016년 한해동안 나이지리아 보르노 주에 설치된 일곱 개 난민캠프에서 발생한 성폭행과 성적착취는 보고된 것만 수십 건에 달한다. 가해자는 경비를 담당하는 초병에서 캠프 관리를 맡은 행정요원, 보안장교와 민간인 신분인 자경단원에 이르기까지 두루 망라되어 있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2016년부터 난민촌 성폭력 실태를 조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팔마타와 마찬가지로 보코하람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마이두구리 캠프에 들어온 13세 소녀는 2017년 한 해 동안 그녀를 보호해주어야 할 정부군에게 최소한 열 번 이상 강간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나이지리아 정부군은 보코하람의 은신처를 수색하기 위해 북부 일부 지역의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렸고, 갈 곳 없는 주민들은 난민캠프로 들어갔다. 이어 보코하람에 피납됐다가 탈출한 여성들까지 가세하면서 난민촌은 과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위생상태는 엉망이었고, 치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콜레라가 돌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통금이 실시되는 캠프촌의 밤은 적막하다. 보안군들이 입주자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들이 문제다.
새로 들어온 여성 입주자의 텐트를 알아두었다가 밤이면 일을 벌인다. 때로는 굶주린 여성들에게 식량을 주는 대신 섹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정부 관리들은 보코하람 자폭테러단의 단골 타깃인 난민촌 입주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경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티처스 빌리지로 명명된 난민캠프의 일부 입주자들은 보안군이 조직적으로 젊은 여성들을 유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주로 젊은 여성들을 골라 요리와 청소를 시킨 후 장교막사 샤워실로 데려가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욕을 하도록 강요하고, 성폭행을 한다는 주장이다.
18세인 하디자는 처음에는 전혀 몰랐지만 나중에 소문을 통해 요리사로 차출되면 강간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면서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난민촌에서 군인들의 말은 법이다. 거부란 있을 수 없다.
급기야 하디자도 식당으로 차출됐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소문대로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맘에 드는 여성을 점찍은 군인들은 단 하룻밤도 몹쓸 짓을 거르지 않았다.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트워치가 앞장서 난민촌의 성폭력 실태 보고서를 작성하자 무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보안군 훈련강화 및 성교육 확대실시, 100여 명의 여성 장교 추가 배치 등을 골자로 하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통령 지시에 따라 난민캠프 성폭력의혹 진상조사를 위해 구성된 육군특별의원회는 지난 6월 군인들이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휴먼 라이트와치 나이지리아 지부의 사무총장인 마우시 세군은 “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난민촌 사태는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안군의 만행은 강간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7개 수용소로 향하는 길목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보코하람을 피해 가족과 함께 난민촌에 입주하려는 주민들에게 통행세를 받는다. 돈이 없으면 소지품을 압수한다. 가축을 데리고 들어가려면 머릿수 당 얼마씩을 지불해야 한다.
입주 후에도 보안군과 자경단원들에게 뒷돈을 주고 재료를 조달해야 텐트를 칠 장소를 배정받을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어떤 식으로건 몸으로 때워야 한다.
먹을 것이 동이 나면 가족 증 젊은 여성이 군인들과 “부적절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캠프에서 보낸 두달 동안 20여 차례 강간을 당한 팔마타는 마켓을 보러가겠다고 둘러대 통행증을 발급 받은 후 무작정 단 하나뿐인 혈육인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 우연히 마주친 옛 이웃의 도움으로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할머니와 만난 팔마타는 지금 그녀와 함께 지내고 있다.
올해로 열다섯 살이 된 팔마타는 1년전 임신했으나 아기는 태어난 지 며칠 안돼 숨을 거뒀다. 물론 아기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다.
팔마타는 공부를 계속해 언젠가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처럼 이유 없이 억압받는, 힘없는 자들을 대변해주는 게 그녀에게 남은 존재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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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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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면 아이들 여자들은 아군적군 할것없이 가장큰 피해를 봅게 되지요. 전쟁이라는 상황이 인간을 법이 필요없는 동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죄악된 세상... 약자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강간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