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1.31점차로 세계 1위 메데베데바 따돌리고‘피겨 퀸’등극
▶ 프리스케이팅서 메드베데바와 타이…쇼트 1.31점 우세로 우승

만 15세 피겨여왕 알리나 자기토바가 환상적인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있다. [연합]
러시아, 평창서 첫 금메달
‘은반의 여왕’ 자리를 놓고 러시아에서 온 두 피겨요정이 펼친 숨 막혔던 세기의 대결에서 신성 알리나 자기토바(15)가 세계랭킹 1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를 누르고 ‘평창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경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메드베데바(왼쪽)와 자기토바. [AP]
23일(현지시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자기토바와 메드베데파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채점 결과 두 선수 모두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156.65점으로 똑같은, 말 그대로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결국 이틀 전 펼쳐진 숏프로그램에서 나란히 세계 최고득점 신기록을 세웠지만 메드베데파(81.61)보다 단 1.31점을 더 받아 1위로 나섰던 자기토바가 총점 239.57점으로 그 박빙의 격차를 유지해 메드베데바(238.26점)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5월18일생으로 만 15세281일인 자기토바는 이번 대회 피겨 출전선수 중 가장 어리며 1998 나가노올림픽에서 당대 최강자 미셸 콴을 꺾고 15세 255일 만에 여자 싱글 우승을 차지한 타라 리핀스키(미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여자 싱글 올림픽 챔피언으로 기록되게 됐다.
자기토바는 지난해 러시아선수권대회서는 메드베데바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메드베데바가 부상으로 불참한 두 차례 그랑프리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휩쓸었다. 그리고 부상에서 복귀한 메드베데바와 리턴매치를 치른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메드베데바에게 첫 패배를 안기며 우승한 데 이어 올림픽에서도 또 다시 승리를 따내는 등 시니어로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며 명실상부한 피겨여왕으로 등극했다. 지난 2년간 세계챔피언에 오르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메드베데바는 이제 겨우 만 18세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3살이나 더 어린 신성 자기토바에게 첫 올림픽 무대서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대회전부터 전 세계 피겨팬을 설레게 했던 두 선수의 대결은 환상적이었다. 숏프로그램에서 나란히 역대 최고득점을 올리며 불꽃 튀는 대결을 펼쳤던 두 선수의 승부는 누가 실수없이 클린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느냐에 갈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결국은 두 선수가 모두 소수점 두 자리까지 똑같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불가능했다.
하지만 자기토바는 이날 7개의 점프를 모두 10%의 가산점이 붙는 연기 후반부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은 이 전략이 말 그대로 종이장 하나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체력 소모가 큰 후반부에 보통 점프 4개 정도를 배치하는 것을 감안하면 자기토바의 승부수는 보기 좋게 들어맞은 셈이 됐다.
자기토바는 이날 기술점수에서 2.44점 앞섰고, 메드베데바는 예술점수에서 2.44점 앞섰다. 동점일 경우 쇼트에서는 기술점수를, 프리에서는 예술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는 규정에 따라 프리에서는 메드베데바가 1위를 차지했지만 이틀 전 쇼트에서 뒤진 1.31점차를 따라잡을 수는 없어 결국 금메달은 자기토바에게 돌아갔다.
어린 나이에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자기토바는 자신의 연기 후 그린룸에서 남은 경기를 지켜보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메드베데바 연기가 끝나고 자신의 우승이 확정되자 고개를 숙이고 잠시 울먹였다. 경기 후 뜨거운 포옹을 나눈 이 두 선수는 피겨 퀸 자리를 놓고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치열한 격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자기토바의 금메달은 이번 평창대회에서 러시아가 따낸 첫 번째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국가 주도 도핑에 따른 IOC의 징계로 인해 자기토바의 메달 시상식에서는 러시아 국기대신 오륜기가 오르고,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연주됐다. 이 대회전까지 러시아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적은 금메달을 딴 대회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으로 당시 러시아는 금3개를 땄는데 이번 대회선 폐막을 하루 앞둔 현재 금1개에 그치고 있어 역대 최소 금메달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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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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