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분들을 여러 해에 걸쳐 관찰 하면서 얻은 생각이 하나 있다. 노년에는 아들보다 딸이 있는 것이 확실히 유리하다는 것이다. 확정적 증거나 통계 자료가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단지 신빙성 없는 일화적 증거와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경험을 토대로한 개인적 추측이었다. 그래서 딸 열보다 더한 지극정성으로 부모를 모시는 의뢰인의 아들들과 병든 시부모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며느리들께는 좀 죄송한 말씀이지만, 가능하다면 노후를 대비해 최소한 딸 하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얻어 보라고 그동안 추천해 드리고 싶었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할 증거를 드디어 찾았다. 올 여름 발표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와 소셜시큐리티 행정국 지원 연구 조사에 의하면, 딸이 있는 시니어들은 너싱홈 입원 기간도 비교적 짧고, 장기 간호비 지출도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딸이 있으면 너싱홈 입원 시점도 늦출 수 있고 갑자기 쓰러져서 요양원에 입원해도 퇴원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럴 줄 알았다. 실제로 철없던 시절에는 부모님께서 내가 하고자 하는 어떤 일에 동의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시면, ‘언젠가 너싱홈에서 눈물 젖은 메쉬 포테이토(감자를 으깨서 만드는 미국 요리)를 드시게 된다’는 농담 반 협박 반의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고 이제 이실직고 해야 하겠다. 정말 아들은 노후에 도움이 안 된다.
딸이 아들보다 더 다정다감 하다거나, 부모에 대한 정이 많다거나, 간호에 더 유능하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을 꼭 언급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부모님 장기 간호 대책을 세울 때 아들보다 딸이 앞장서는 경우를 그동안 더 많이 보아왔다. 상담을 받으러 편찮은 부모님을 모시고 올 때에도, 부모님 메디케이드 집 보호 트러스트 관리인이 선정되야 할 때에도 수많은 딸들이 나서서 무료로 봉사했다. 부모님께서 롱텀케어가 필요시게 되었을 때에도 딸들이 자기 희생을 감수하고 비공식 간병인, 간호사 역할을 해왔다.
부모님 간호에 딸들이 나서는 것을 당연시하는 강한 사회적 기대를 핑계삼아 그동안 여러 아들들이 간호의 짐을 누나나 여동생들에게 떠넘긴 것 역시 묵과하기 어렵다. 수많은 효녀들은 이러한 기대의 무게를 묵묵히 짊어지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간병인의 고난을 견뎌 왔다. 괘씸한 아들들이 주변만 맴돌며 도움이 안되는 상투적인 조언을 하거나 간호에 대해 콩놔라 팥놔라 간섭하며 생각 없는 말들을 차가운 돌처럼 툭툭 던져도 조용히 참아왔다. 본인들 건강이 상하련만 온 영혼을 다해 모시는 딸들 정말 많았었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하게 만연해 있던 전통적인 한국적 문화에서는 특히 억울하게 느꼈을 것이다. 정말 과거에는 딸이 셋만 되면 문 열어 놓고 주무셨을 뿐만 아니라, 롱텀케어보험이나 장기 간호용 메디케이드가 없어도 부모님들은 든든하셨을 것이다.
이제 세월은 많이 변해 많은 딸들이 본인 가정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없는 맞벌이 생활을 한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외부 간병인이나 요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딸들이 개입해 간병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거나 감독할 경우, 부모님께서 받으시는 간호의 질이 현저하게 높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처럼 아들보다 딸의 우월함이 이제 입증되었으므로 이제부터라도 남아선호사상에 젖었던 과거를 잊고 도움이 안되는 아들보다는 노후에 큰 역할을 할 딸에게 좀 더 잘해 주심은 어떠할까? 딸과의 사이가 어떤 이유로 서먹서먹해졌다면 노후 대비를 빌미삼아 이번 가을을 관계 개선과 해빙의 시즌으로 만들어 보심은 어떠할까. 그리고 딸 하나 없는 아들 부자 부모님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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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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