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기획> 충격적인 검찰비리 실태
▶ 증거 조작 은폐 검찰비리 만연…미국 검찰 사법공정성 의문제기
‘살인범 만들기’(Making Murderer) 오명도
30여년만에 무죄석방된 사형수 베리 글렌 윌리암스 사건 당시 담당 검사였던 카르멘 트루타니치 전 LA 시 검사장 (왼쪽), 캘리포니아에서 검찰 비리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오렌지카운티 검찰의 토니 로카커스 검사장
미국 검찰의 사법 공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증거를 은폐하거나 조작해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만드는 검찰비리가 만연하고 있어서다. 검찰의 의도적인 증거조작이나 은폐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뒤늦게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십 수 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서야 검찰비리가 드러나 무죄 석방된 사형수들도 적지 않다.
미국 사법시스템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충격적인 검찰비리 실태를 들여다봤다.
■30년 만에 검찰의 ‘살인범 만들기’드러나
1980년대 중반 LA카운티에서 발생한 총격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사형선고를 받았던 베리 글렌 윌리암스가 지난 2016년 무죄 석방됐다. 사형집행을 기다리며 억울한 옥살이를 한 지 30여년 만이었다. 연방 법원이 1980년대 당시 윌리암스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의 증거 은폐 사실을 3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인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윌리암스를 살인범으로 기소한 LA카운티 검찰이 윌리암스의 무죄를 입증해 줄 증인을 은폐해왔던 사실이 뒤늦게 인정돼 30여년 만에야 윌리암스의 무죄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끊임없이 무고함을 호소했지만 증인을 확보하지 못한 윌리암스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없어 결국 사형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스에게 유리한 증인을 은폐해 억울한 살인범을 만들었던 검사는 당시 LA카운티 검찰의 신임 검사였던 카르멘 트루타니치 전 LA시 검사장이었다. 트루타니지 전 검사장은 현재 주 사법당국의 징계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검사가 살인증거 조작하기도
진범이 나타났는데도 증가를 조작해 무고한 시민이 살인범이 돼 십 수년을 옥살이했던 사건도 있었다. 지난 1983년 시카고에서 발생한 10대 소녀 강간 살인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롤랜도 크루즈를 살해용의자로 체포, 기소했다. 수사과정에서 크루즈의 유죄를 입증할 물증은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크루즈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끝가지 주장해 크루즈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사형선고가 내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진범이 나타났다. 한 전과자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했고, 유전자 검사에서도 이 전과자의 범행이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은 크루즈에 대한 기소를 번복하지 않았다. 결국, 크루즈는 사형수로 복역한 지 15년이 지나서야 석방될 수 있었다. 당시 증거를 조작했던 검사와 경찰관들은 살인모의죄가 적용돼 형사기소 됐다.
1973년부터 2016년까지 무죄가 입증돼 뒤늦게 석방된 사형수들은 15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출처:사형정보센터(DPIC)>
■줄줄이 무죄석방 되는 사형수들
검찰의 증거조작이나 은폐로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썼다 석방되는 무고한 사형수가 LA의 베리 글렌 윌리엄스나 시카고의 롤랜도 크루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 사형정보센터(DPIC)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집계한 바에 따르면, 1973년부터 지난 2016년까지 미 전국에서 무죄가 뒤늦게 밝혀져 석방된 사형수는 무려 159명에 달하고 있다.
매년 3∽5명의 사형수들이 석방되고 있는 셈이다. DPIC는 1973년부터 1999년까지는 매년 3명꼴로 사형수가 석방됐으나 2000년 이후에는 오히려 무죄석방 사형수가 늘어나 매년 평균 5명의 사형수들이 무죄 석방되고 있다고 밝혔다.
DPIC는 무죄 석방되는 사형수들은 과거에 없었던 테크놀로지로 인해 무죄가 입증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당시 이들을 기소했던 검찰의 무리한 수사나 증거조작, 또는 증거은폐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무죄가 밝혀져 석방되는 억울한 사형수는 플로리다주가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그간 3명의 사형수가 무죄 석방됐다.
■하버드법대 보고서, “LA, OC 검찰비리 심각“
하버드 법대가 미 전국 검찰들의 비리 실태를 조사한 ‘페어 퍼니시먼트 프로젝트’(Fair Punishment Project) 보고서(본보 7월 31일자 보도)는 증거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검찰비리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트루타니치 전 시 검사장 사례에서처럼 뒤늦게 검찰 잘못이 드러나 판결이 번복되는 사례는 LA와 오렌지카운티 검찰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캘리포니아 전체 카운티 검찰이 기소한 형사소송 케이스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 잘못이 드러나 1심의 유죄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번복된 사건만 무려 54건에 달했다.
이중 오렌지카운티 검찰이 비리가 가장 심각했고, LA 카운티는 두 번째로 판결 번복 사례비율이 높았다.
LA카운티 검찰의 경우, 검사가 의도적으로 저지른 증거은폐 또는 조작행위가 78건 발견돼 됐 주 항소법원이나 주 대법원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힌 사례가 22건에 달했다. 또, 오렌지카운티 검찰이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한 6건의 소송에서는 검찰의 증거은폐 등이 드러나 유죄판결이 번복되거나 기소자체가 무효화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형 집행 뒤에야 무죄 밝혀지기도
뒤늦게 검찰의 증거조작이나 은폐사실이 밝혀져 무고한 죄수가 석방되는 경우는 그나마 행운에 해당한다. 사형선고를 받고 이미 사형이 집행된 뒤에야 무죄가 밝혀진다면 이는 회복 불가능한 비극이다. 하지만. 검찰의 부실한 기소 등으로 인해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이 집행된 뒤에야 무죄가 밝혀지는 참담한 비극도 실제 발생한다.
지난 1989년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에서 살인강도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카를로스 데루나가 바로 그렇다. 사형이 집행된 지 23년이 지난 2012년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 인권연구팀은 8년간 이 사건을 재조사한 끝에 데루나가 억울하게 사형 당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살인 사건 현장에 있었던 데루나의 친구 카를로스 에르난데스가 진범일 수 있다는 정확이 나왔는데도 검찰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데루나는 1983년 체포될 당시부터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까지 무죄를 호소했지만 결국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막지 못했다.
■사형수 25명 중 1명은 무죄일 수도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 25명중 1명은 무죄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시컨대 로스쿨 새뮤얼 그로스 교수팀은 미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1974년부터 2004년까지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 7,482명 중 약 4%는 무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신약이 생존에 미치는 효과 등을 추정하는데 널리 사용되는 ‘생존분석’ 기법을 활용한 연구팀은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무죄임이 입증될 수 있는 사형수의 비율을 4.1%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기간 사형수들 중 12.6%가 처형됐고, 4%는 수감 도중 사망했다. 무죄가 입증돼 석방된 사형수는 1.6%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스 교수는 ”사형선고를 받았더라도 사형수로 남아있을 경우 무죄임이 입증될 기회가 훨씬 높다“면서도 ”사형선고를 받은 대다수의 무고한 사람들은 결코 무죄임이 확인되거나 석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재판에서 내린 사형선고의 실수오차가 4% 이상임을 보여주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1977년 이후 처형된 사형수 1,320명중 몇 명은 사실상 무죄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인종적 편견도 큰 문제
검찰이 승소에 집착하거나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의도적으로 증거를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진실이 감춰지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DPIC가 지난 1973년부터 2016년까지의 사형선고 사건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기간 사형이 선고된 사건의 범죄 희생자들은 76%가 백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피해자가 백인인 사건에서 사형선고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형 집행에서도 인종적인 편향성이 의혹이 제기됐다. 이 기간 사형이 집행된 인종간 살인사건 307건을 분석한 결과, 흑인 범죄자가 백인을 살해한 사건에서 사형집행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307건 중 287건이 흑인 범죄자가 백인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이었고, 백인 범죄자가 흑인을 살해한 사건은 20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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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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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기사에 Barry Glenn Wiliams 는 2016 년에 석방됐다 했는데 그는 기사에 난 사건외에 또 다른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따로 34 년의 형을 받아 아직도 감방에 있는걸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