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 인터뷰> 토니 고 퍼버스 선글라스 대표, 닉스(NYX) 화장품 창업 15년만에 5억달러 매각
▶ 쉬다보니 우울증…선글라스 사업 도전, 대학중퇴·이민여성…성공조건과 멀어
경쟁상대 열심히 공부하면 길이 열려
토니 고(44)씨는 한인뿐만 아니라 창업 대박을 꿈꾸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신화 같은 존재다. 지난 2014년 자신이 창업한 색조 화장품 제조업체 ‘닉스 화장품’(NYX Cosmetic)을 설립한지 불과 15년 만에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에 무려 5억달러에 매각하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의 나이 불과 41세.
그녀의 성공 스토리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은 모든 업종을 통틀어 아마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화장품 업계에서 대박을 터트렸다는 점, 또 그녀가 대학교 중퇴자이며 맨바닥에서 시작해 성공하는 등 ‘은수저’ 출신이 아니라는 점 등이 작용했을 것이다.
고씨는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시안 여성 기업인 중 하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그녀를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이민자 비즈니스 우먼 중 한명’이라고 소개했다. 포브스가 매년 발간하는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부호 여성’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4년에는 아시안비즈니스협회(SBA)가 선정한 올해의 기업인상을 수상했으며 LA한인상공회의소도 지난해 고씨를 올해의 한인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그런 그녀가 최근 제2의 닉스 화장품 신화에 도전했다. 바로 선글라스 사업이다. 고씨는 지난해 4월 선글라스 전문 디자인·제조·판매사인 ‘퍼버스 선글라스’(Perverse Sunglasses)를 창업했다.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퍼버스 선글라스 본사에서 그녀를 만났다. 다음은 고 대표와의 일문일답.
-화장품 사업을 매각한 후 근황이 궁금하다.
▲지난 2014년 7월 닉스 화장품 매각이 완료돼 닉스 화장품과 결별한 뒤 휴식 겸 충전 기간을 가졌는데 6개월 정도 쉬다보니 우울증이 생길 정도였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할 일이 없고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사실 그동안 투자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평생 편하게 살 수도 있지만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 선글라스 사업을 통한 제2의 도전을 하게 된 이유다.
-화장품과 전혀 관계가 없는 선글라스 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있는지.
▲로레알과의 매각 계약에 따라 5년 동안은 경쟁 화장품 제품을 창업하거나 경쟁사에서 일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선글라스를 좋아하고 다양한 제품을 사용한다. 선글라스의 경우 비싼 명품 아니면 품질이 안 좋은 싸구려 제품이어서 중간 가격대의 부담 없는 가격에 품질 좋은 선글라스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팔고 있는 선글라스 제품은 평균 가격이 50달러이고 45~85달러 선이다. 선글라스 시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420억달러 규모이고 매년 8% 성장해 5년 후 550억달러 시장 규모로 성장하는 등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선글라스 사업이 화장품 사업과 다른 점은.
▲화장품과 스킨케어 업종은 정말 경쟁이 치열하다. 전 세계적으로 수만 개의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고 수많은 브랜드가 탄생하고 사라진다. 반면 대다수 사람들이 모르지만 선글라스는 사실상 한 기업 독점 체재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럭소티카가 전 세계 안경과 선글라스 사업을 사실상 독점한다. 레이반과 오클리 브랜드는 물론 버샤체, 샤넬, 코치, 불가리, 조지오 아마니, 프라다 등 유명 명품 브랜드도 위탁 생산한다. 판매 체인으로 대형 샤핑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선글라스헛, 렌즈 크레프터, 펄 비전 등도 모두 이 회사 소유이다. 골리앗에 도전하는 다윗의 심정으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사업 운영과 확장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개인자본 1,000만달러를 투자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판매처로 전국 노스트롬 백화점에 입점하며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았고 브랜드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뷰티케어 전국 체인인 얼타 뷰티(Ulta Beauty)에도 입점을 했으며 앞으로 판매 유통망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현재 한인타운 인근 라치몬트 빌리지와 우드랜드힐스, 셔먼옥스에 위치한 웨스트필드 패션스퀘어 샤핑몰과 커버시티에 위치한 웨스트필드 커버시티 샤핑몰 등 4곳에 자체 매장을 오픈했다. 또 오는 가을께 아케디아에 위치한 웨스트필드 샌타아니타 샤핑몰에 5번째 매장을 오픈한다. 물론 자체 웹사이트(www.perversesunglasses.com)를 통해서도 판매하고 있다.
-닉스 화장품을 매각할 때 아쉬움은 없었나.
▲지금도 닉스 화장품을 매각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매각 협상이 진행되면서 매각을 철회할까 후회도 됐고 아쉬움이 많았지만 협상이 너무 많이 진행됐었다. 그러나 내가 시작한 브랜드가 더 큰 글로벌 기업 경영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매각 당시 73개 나라에서 판매가 되고 있었고 연 기준으로 매출은 1억2,000만달러 규모였다. 2년 동안만 더 회사를 갖고 있었다면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었다는 확신은 든다.
-닉스 화장품의 성공 비결을 꼽는다면.
▲타이밍이 우선 좋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색조 화장품 업계는 백화점에서 파는 제품은 너무 비쌌고 저가 브랜드는 품질이나 색깔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가격 대비 최고 품질을 제공한 것이 적중했다. 소비자들은 금방 안다. 저가로 일시적인 돌풍을 일으킬 수 있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방 시장에서 외면을 받게 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젊었을 때 고가의 화장품을 살 수 없어 늘 드러그(파머시) 스토어에서 저렴한 화장품을 구입했는데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이런 경험이 고품질 화장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면 큰 틈새시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초기 창업비용을 절감했고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마케팅 활용을 잘 이용했다. 이같은 전략을 현재 퍼버스 선글라스에도 적용해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창작책임자(CCO)를 맡고 있지만 3년간 회사 창업을 준비하면서 월급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직원도 매장 직원까지 포함해 27명으로 초기 사업 경비를 최대한 아끼고 있다.
-1.5세로 아는데 가족을 소개하면.
▲13세 때인 1986년 부모님과 가족이민을 왔다. 2녀1남 중 막내다.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다. 후버 고교를 졸업하고 글렌데일 칼리지에 입학했지만 2년 후 중퇴했다. 나는 개인적인 여러 이유로 중퇴했지만 젊은이들을 만나면 가능하면 대학은 꼭 졸업하라고 권하고 있다. (웃음)
-닉스 화장품 창업에 부모님의 역할도 중요했다고 지적했는데.
▲어머님이 미국에서 뷰티 서플라이 비즈니스를 운영하셔서 고등학교, 대학교 재학 시 사업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화장품 사업을 접할 수 있었다. 언니 역시 최근 독립 화장품 브랜드인 ‘모이라 화장품’(moirabeauty.com)을 창업하는 등 우리 가족 모두 화장품 사업에 관심이 많다. 닉스 화장품 매각에 대한 법적 제한이 풀린다면 다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자신이 대학 중퇴자라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고 들었다.
▲포브스 잡지와 인터뷰할 때 나는 성공할 확률 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우선 나는 대학교 중퇴자이고 아시안 여성이며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연설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같은 나의 배경을 솔직히 애기해주고 내가 성공할 수 있다면 여러분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격려를 해준다.
-창업을 생각하는 여성 등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자신이 생각하는 분야나 업종에 대해 열심히 조사하고 공부할 것을 권한다. 개인적으로 당시 닉스 화장품이나 현재의 선글라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경쟁자가 누구인지, 그들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약점은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개인적으로 비즈니스 관련 서적도 열심히 읽었다. 또한 건강이 중요하다. 건강해야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선글라스 사업 말고도 다양한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닉스 화장품을 매각한 후 패사디나 샤핑몰과 현재 입주한 본사 건물 등 10여채에 달하는 상업용 부동산을 소유, 관리하고 있다. 개인 투자 전략을 굳이 공개한다면 전체 자산의 60%는 부동산, 30%는 주식, 10%는 선글라스 등 신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한 저명한 투자전략가는 나에게 전체 자산 중 부동산에 50%, 주식에 20%, 저축을 20% 하고 10%는 원하는 곳에 쓰라고 했는데 이를 모두 실천하지는 못했다.
-선글라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토니 고 재단도 설립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 2014년 설립한 토니 고 재단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어린이와 여성을 돕는 지원 사업들을 펼치려고 한다.
또 퍼버스 선글라스에서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 위한 ‘1:1:1’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즉 1%의 순익(net revenue), 1%의 재고, 1%의 직원 시간을 봉사단체나 개인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의 직원 시간 기부를 통해 전 직원이 분기별로 하루는 바닷가를 청소한다거나 봉사단체 등에서 일하고 있다. 1%의 순익을 열심히 봉사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또 1%의 상품을 굿윌이나 구세군 등에 기부해 그들이 기금을 조성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지금은 기업과 재산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싶지만 앞으로 나이가 들면 기부와 자선활동도 자연스럽데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일에 쓰고 싶어 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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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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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