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솔비 /사진=김창현 기자
- 작업하느라 바쁠 텐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드려요.
▶ 아니에요.(웃음) 힐링을 주제로 한 인터뷰라고 하니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특히나 제가 첫 주자라고 해서 기대도 되고요.
- 권지안이라는 작가로도 활동 중이시잖아요. 요즘은 어떤 작업에 몰두해 있나요?
▶ 지난 5월 발매했던 앨범 '하이퍼리즘:레드' 이후 다음 편 구상도 함께 하면서 이에 대한 음악을 어떻게 작업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죠. 여기에 오는 9월 있을 전시회 준비도 병행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회 역시 음악과 미술 작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퍼포먼스가 선보여질 거예요. 몸으로 표현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림도 그 자리에서 완성이 돼야 해요.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죠.
- 음악과 미술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라. 이 작업을 시작하게 한 은인이 있으시다고요?
▶ 네. 바로 지금의 소속사에 몸담게 해주신 이정권 대표님이세요. 2014년 이후 1년 반 정도 소속사 없이 활동하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제게 좋은 제안을 주셔서 함께 손을 잡게 됐어요. 저는 가수이지만 미술을 좋아했고 대표님은 미술 업계 종사자이시지만 음악에도 남다른 관심이 많으셨어요. 대표님과는 우연히 영화 관련 사석 모임에서 처음 만나게 됐고 그 때 어느 소속사에 들어가야 할 지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어요. 전 누군가가 가수를 무대에 멋지게 세우는 것처럼 누군가가 저만의 작품을 '스타'로 만들어 주길 원했고 대표님은 누군가를 '스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으셨거든요. 그래서 서로 마음이 맞아 결국 계약을 하게 됐어요.
- 이 컬래버레이션 퍼포먼스를 KBS 2TV '뮤직뱅크'에서도 선보인 적이 있죠?
▶ 네. 하하. 정확히는 솔비X권지안 셀프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였고요. '레드' 라는 이름의 무대였어요. 음악방송에서는 정말 처음 시도되는 무대였어요. 지난 5월 무대에 섰었는데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직접 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였죠. 여자의 상처를 주제로 표현했어요. 솔직히 이 무대를 꾸밀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제작진에 정말 감사했고요.(웃음)
솔비가 직접 작업에 나선 셀프 컬래버레이션 작품 /사진제공=M.A.P Crew
솔비가 직접 작업에 나선 셀프 컬래버레이션 작품 /사진제공=M.A.P Crew
- '하이퍼리즘:레드' 쇼케이스 때도 파격적인 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이셨잖아요. 분위기는 어떠했나요. 주위 반응도 궁금해요.
▶ 그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였죠. 현장 분위기는 말 그대로 '충격'에 휩싸였던 것 같아요. 엄마도 그때 현장에 있으셨는데 안쓰럽다며 우셨고요. 대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몇몇 분들이 응원 많이 해주셨어요. '정말 멋졌다'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으셨고요.
- '하이퍼리즘' 프로젝트가 3부작으로 기획됐다고 들었어요. '하이퍼리즘' 프로젝트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일단 3부작은 레드가 처음이고 다음은 블루, 바이올렛으로 정했어요. 아직 블루와 바이올렛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나오지 않았어요. '레드'는 여성의 상처를 주제로 한 결과물이었어요. 그림은 저만의 일기 형태로 그려냈고 스스로 내면을 바라보며 상처를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했어요. 특히 여성으로서 받는 상처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저 역시 동영상 루머 등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픔을 숨긴 채 태연하게 대중 앞에 서야 했죠. 심지어 제 상처를 진심으로 봐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요. 상처는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잖아요. 가려질 뿐이죠. 이 작품을 통해 지워지지 않는 이 상처를 흉측하고 괴기스러운 퍼포먼스로 표현함으로써 그럼에도 웃으며 버티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 음악에 맞춰 직접 몸으로 표현을 하는 작업인데, 힘들진 않으신가요?
▶ 정말 힘들었죠. 제 안의 상처도 직접 건드려야 하고 그럼에도 버텨야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 역시 제 자신에게 상처를 안겨야 하는 것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다음 무대가 궁금해지는 가수로서 저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고,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저만의 스타일을 완성도 있게 발전해나가고 싶었어요.
- 솔비 씨는 힐링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 힐링을 느끼는 순간이 꼭 쉼, 휴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게 힐링은 다음 목표가 정해졌을 때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스스로 정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제겐 엄청 큰 힐링으로 다가와요. 사실 제가 좋아서 했던 미술 작업을 이제는 일로서 하고 있는데 이 작업을 '뮤직뱅크'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이 오래 전의 제 큰 목표였는데 결국 목표를 달성하게 됐고 그 과정이 정말 제게 많은 힐링이 됐어요.
- 그렇다면 솔비 씨의 다음 힐링을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요?
▶ 아직은 뚜렷한 목표는 정해지지 않았어요. 제 마음 속에 확신을 갖게 할 무언가가 생기면 그 때부터 힐링을 얻기 위해 힘차게 달려나가지 않을까요?
- 힐링을 위해 듣는 음악을 추천해주신다면.
▶ 브라이언 이노의 'Before and After Science'를 추천해요. 셀프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작업을 하며 많이 들었던 앨범이에요. 가사가 없는 음악이 대부분이고 몽환적인 느낌이 인상적인 곡들로 채워졌어요. 이 뮤지션 역시 전위적인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고, 제가 작업하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많은 영감을 주곤 해요. 작업을 집중하게 하기도 하죠.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이 뮤지션만의 정체성이 있는 게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음악을 대담하게 완성해냈다는 점을 이 뮤지션에게 배우고 싶었어요.
- 솔비 씨를 다시금 주목하게 한 프로그램 하면 바로 MBC '무한도전' 바보 어벤져스 편이 떠올라요. 맞나요?
▶ 네, 맞아요. 사실 당시 출연 제의를 받기 직전에 제가 비비스라는 2인조 밴드를 통해 공상 작업과 함께 앨범 활동을 했던 것이 대중에 다시금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출발점이었어요. 아트 퍼포먼스 밴드라는 콘셉트를 통해 쇼케이스에서 선보였던 무대가 제 연예 활동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이후 주목을 받은 시점에 '무한도전' 출연 섭외를 받게 됐고, 출연 이후 파급력도 대단했죠.
- '무한도전' 바보 어벤져스 편을 통해 얻은 '뇌순녀' 이미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 궁금해요. 편하지 만은 않을 것 같은데.
▶ 정말 그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내가 이러려고 묵묵하게 이 이미지를 받아들여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솔직히 제 안에 뇌순녀 이미지도 있는 건 사실이죠. 지나치게 아무것도 모를 정도로 어느 분야에 있어서는 정말 무지한 세계가 있기는 해요.(웃음) 그렇다고 저를 무조건 뇌순녀로만 규정지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 뇌순녀 캐릭터 말고도 정말 많은 모습을 전 갖고 있어요.
- 녹화를 하면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솔비 씨를 뇌순녀 이미지로 몰고 가려는 것에 대해 얄미운 마음은 들지 않았던가요?
▶ 솔직히 ('무한도전' 멤버들이) 얄밉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럼에도 저 스스로를 내려놓고 녹화에 임할 수 있었던 건 제가 진짜 뇌순녀가 아니라는 저만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단지 '무한도전' 바보 어벤져스 편을 통해 제 다른 모습을 얼마나 대중에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저도 (타이푼 활동 때부터) 오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예능 세계가 어떠한 지를 잘 아는 입장에서 출연자로서 희생과 배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너무 제 이미지만 고집하고 있어 보이려고만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주위에서도 '무한도전' 바보 어벤져스 편 출연에 대해 제게 응원을 해주며 설득해준 것도 결국 힘이 됐어요. 그런데 아빠는 제게 "바보 캐릭터는 돈 주고도 못 산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 그래도 '무한도전' 출연으로 어떤 대중은 솔비 씨를 바보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저를 보며 바보 이미지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직접 나서서 '저 변했어요'라고 말해도 그 사람들에게 바로 제 말이 와닿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역시 잘 알아요. 지금은 제가 예능 프로그램 속 솔비의 이미지와 미술 작가 권지안의 거리감을 좁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해야죠.
- 최근 '라디오스타' 스페셜 MC로 출격했어요. 남다른 친분을 갖고 있는 김구라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 재미있었어요. 구라 오빠는 정말 잘 챙겨주는 오빠임에는 분명해요. 저랑도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무심한 척 잘 해주세요. 오빠가 저와의 추억이 참 아름다웠다고 하시면서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오빠와 저의 관계는 마치 톰과 제리와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분명 스페셜 MC 자리는 정말 어려운 자리더라고요. MC에 대한 욕심도 없진 않은데 '라디오스타'는 MC보다는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 솔비 씨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엘리트라고 생각하시나요?
▶ 음. 솔직히 엘리트와는 거리가 멀죠. 하하. 물론 통상적으로 엘리트라는 단어에 담긴 사회적 기준에 빗대어 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고요. 전 저만의 방식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생각해요. 제 신념대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 혈액형이 AB형이시잖아요. AB형은 천재 아니면 바보라는 속설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확히 혈액형이 AB형인 사람은 천재와 바보의 이미지를 둘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둘 중 하나의 이미지만 갖고 있지 않다는 거죠. 저 역시 천재가 되다가도 바보가 되기도 하는 것이 저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가수 솔비 /사진=김창현 기자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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