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로봇에, 빅데이터에… ‘택배 천국’
오지마을에 1톤 무게 드론 시험비행도
공유경제 붐, 젊은층 주택·자동차도 나눠 써
경제규모 2020년 GDP의 10% 넘어설 듯
■광대한 대륙 지배하는 택배 선진국
지난달 18일 중국 장쑤성 쑤첸시 하늘에는 온종일 택배상자를 배달하는 드론들이 날아다녔다. 지난해부터 택배 드론을 시범 운용해온 중국 제2의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이 ‘6·18 쇼핑데이’를 맞아 본격 운용에 들어간 것이다. 징동 측은 이날 드론들이 고객들과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 택배를 100% 정확하게 배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베이징의 칭화대와 항저우 저장대 등에선 택배 배송에 나선 로봇들이 캠퍼스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택배를 실은 로봇은 목적지 도착 100m 앞에서 학생들에게 5분간 기다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증번호를 입력한 뒤 자신의 택배를 찾아갔다.
중국은 가히 ‘택배 천국’이라고 부를 만하다. 정보통신(IT) 기술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인터넷쇼핑을 위시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됐고 택배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년간 택배 건수는 무려 220억건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접착테이프 길이만 해도 지구를 400번 이상 감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인터넷쇼핑 및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최대 고민은 유통 비용의 축소다. 재고 관리와 물류 비용을 전반적으로 절감해야 소비자들을 계속 유인할 수 있는 것이다. 드론과 로봇을 이용한 택배 배달이 점차 본격화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류창둥 징둥 회장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골 지역 등에 드론 배송을 적용하면 물류 비용을 최대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징둥이 보유한 드론은 5~30㎏의 짐을 싣고 최대시속 100㎞로 비행할 수 있으며, 최근엔 쓰촨성 등지의 오지마을에 1톤 무게 택배 시험비행을 진행 중이다.
실제 이달 초부터 시작된 6·18 쇼핑데이 기간 중 징둥은 광둥성 광저우 등 9개 지역에서 아시아 최초로 스마트 물류센터를 가동했다. 이들 물류센터에서는 상품 자동분류 로봇들이 시간당 3,600개 이상의 상품을 정밀하게 분류함으로써 기존 물류센터에 비해 5배 이상의 효율을 보였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도 이번 행사를 위해 40여개의 클라우드 물류창고를 투입했다. 이 창고는 고객들의 주문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면서 재고와 배송 우선순위를 조정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저장성 자싱시에서 가동된 클라우드 창고는 평균 3분 이내에 제품을 출고했고 분류 정확도도 100%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공유경제, 의식주 해결 넘어 신성장동력 차지
‘출퇴근 때는 거의 예외없이 디디추싱(공유자동차앱)이나 오포(공유자전거)를 이용하고, 점심 시간에는 동료들과 메이퇀(음식배달앱)에서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공동 배달을 시켜 해결한다. 퇴근할 때 가끔씩은 데이터 셰어링 앱으로 집에 설치된 공유기의 와이파이를 연결해 남는 인터넷을 유료로 판매한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했을 때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근방의 미니 KTV(노래방)를 찾아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 중국의 대표적 경제지인 제일재경일보의 공유경제 특집란에 실린 31세 직장인 여성 장밍바오씨의 하루 일과 얘기다. 상하이에 사는 미혼여성 장씨는 최근 집 근처 광장에 설치된 공유 세탁기를 이용해 겨울 이불 빨래를 했던 경험, 지난달 초 칭밍제 연휴 때 하이난성을 여행하면서 숙박공유앱 투지아를 이용해 숙소 문제를 손쉽게 해결했던 경험 등을 얘기하기도 했다.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와 지우링허우(1990년대 출생)인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공유경제는 이미 일상이 됐다. 자동차나 주택과 같은 고가제품에서 시작된 공유 경제는 우산·양산과 같은 소규모 생활용품, 자전거·전동오토바이 같은 소형 교통수단, 농구공, 배드민턴라켓, 탁구라켓 등 운동기구, 배터리 충전기 등 일부 IT제품 등에 이어 냉장고, 세탁기 등 일상 가전용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선 지식공유앱 펀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중국 젊은층이 공유 경제와 쉽게 결합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들의 개인주의 성향과 강력한 소비력, 모바일 이용 인구의 급증과 핀테크(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금융서비스)시장의 성장, 고속성장 시기 형성된 유휴 자산을 적극 활용하려는 정부의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한다. 특히 IT기술의 발전과 지식산업의 결합은 단순한 공유시스템에 이윤 창출이 가능하도록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낸다. 1위안을 지불해 타인이 한 질문과 답변을 말 그대로 훔쳐 들을 수 있게 한 펀다의 ‘훔쳐 듣기’ 기능이 단적인 예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공유 경제를 신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기 시작했다. 경제성장 둔화에 따라 기존 산업구조 내에선 매년 시장에 쏟아지는 700여만명의 신규 대졸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IT분야를 중심으로 한 창업과 공유 경제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매년 4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의 공유 경제는 2020년이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중심에 인터넷ㆍ모바일 세대인 바링허우와 지우링허우가 자리잡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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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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