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에 2-3 무릎…9연속 월드컵 본선행 불발 위기감 고조
▶ 후반 기성용·황희찬 연속골도 무위, 슈틸리케 감독 ‘풍전등화’

후반 29분 카타르에 3번째 골을 내준 한국 선수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연합>
‘도하의 참사’였다. 한국 축구대표팀 슈틸리케호가 역대 한국 대표팀 가운데 최악으로 불릴만한 경기력을 보이며 조 최하위였던 카타르에도 무릎을 꿇었다. 9연속 월드컵 본선행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
한국은 13일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카타르와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원정경기에서 5골을 주고받는 공방전 끝에 2-3으로 고배를 마셨다. “한국 대표팀이 이렇게 못한 적이 있었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만큼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이며 0-2로 끌려가다 후반 16분과 25분에 터진 기성용과 황희찬의 연속골로 2-2 동점을 만들어 한 가닥 역전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그것은 결국 ‘희망 고문’에 불과했다. 카타르는 선제골의 주인공인 하산 알 하이도스가 후반 29분 결승골을 터뜨려 3-2 승리를 가져갔고 한국은 이제 벼랑 끝에 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맞게 됐다.
전날 이란이 우즈베키스탄을 꺾어준 덕에 한국은 이날 패배에도 불구, 승점 13(4승1무3패)으로 최종예선 A조에서 본선에 직행하는 위치인 2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의 승점 차가 1점에 불과하고 남은 두 경기가 최강인 이란(홈)과 우즈베키스탄(원정) 전이어서 2위 사수가 극도로 불안해졌다. 한국은 오는 8월31일 이란과의 홈경기에 이어 9월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으로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무리하는데 결국은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본선 직행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전에 앞서 8월31일 중국 원정경기를 남겨놓고 있는데 거기서 패하고 같은 날 한국이 이란을 꺾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젠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이기면 무조건 조 2위로 러시아에 직행하게 됐다. 한편 이미 러시아행이 확정된 이란(승점 20)은 이날 한국의 패배로 남은 두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조 1위가 확정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황희찬을 원톱으로 세우고 손흥민과 지동원을 좌우날개, 캡틴 기성용과 이재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부터 한국은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하고 공격수와 수비수 할 것 없이 1대1 싸움에선 거의 매번 볼을 뺏기는 등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불안감을 안겨줬다. 전반 21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이재성의 날카로운 슈팅이 한 번 나온 것을 빼면 제대로 된 슈팅도 없었고 심지어는 볼 점유율에서조차 카타르에 밀렸다.
전반 23분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카타르는 불과 1분 뒤 선제골을 터뜨렸다. 페널티아크 바로 뒤에서 최철순이 공격수를 등진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상대선수에 팔꿈치를 휘두르다 프리킥을 내줬고 키커로 나선 하산 알 하이도스는 수비벽을 넘어 한국 골문 오른쪽에 꽂히는 절묘한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골키퍼 권순태는 멍하니 서서 골네트가 출렁이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악재도 닥쳤다. 전반 29분 공중볼을 경합하던 손흥민이 땅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오른손 손목을 다쳐 결국 경기에서 물러나야 했고 대신 이근호가 투입됐다. 그 얼마 뒤인 39분엔 왼쪽 측면이 뚫려 아찔한 실점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다.
다시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막판 두세 차례 득점찬스를 놓쳤다. 전반 40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수비수와 몸싸움 끝에 따낸 이근호가 문전으로 치고 들어가 왼발슈팅을 때렸지만 몸을 날린 골키퍼 손끝에 굴절되며 골문 밖으로 벗어났다. 이어 43분 기성용의 기습적인 슈팅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고 추가시간 황희찬의 돌파는 마지막 순간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알 하이도스에게 결정적 찬스를 헌납하고도 그의 실축으로 실점을 모면한 한국은 후반 6분 패스 한 방에 수비라인이 허무하게 뚫리며 아크람 아티프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벼랑 끝에 몰린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을 빼고 A매치 두 번째 경기에 나서는 황일수를 투입해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공세로 나섰고 후반 16분 마침내 반격의 첫 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이재성이 연결한 볼을 기성용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카타르 골문을 열었다. 이어 25분에는 이번에도 오른쪽 측면을 뚫은 이근호가 길게 올려준 볼을 반대쪽에서 황일수가 헤딩으로 골문 앞으로 연결하자 황희찬이 바로 왼발로 때려 2-2를 만든 동점골을 뽑았다. 모멘텀은 한국쪽으로 돌아선 듯 했다.
하지만 잠깐의 희망은 곧바로 냉혹한 현실을 만나며 사라지고 말았다. 후반 29분 역시 미드필더에서 예리한 패스 하나에 수비벽이 완벽히 무너졌고 알 하이도스는 단독찬스에서 깔끔한 마무리로 카타르에 다시 리드를 안겼다. 알 하이도스는 바로 2분 뒤엔 중원부터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다 페널티박스 앞 왼쪽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볼을 한국 왼쪽 골대를 스치듯 벗어나 쐐기골을 놓쳤다.
이후 한국은 총력 반격에 나서며 만회골을 노렸으나 끝내 동점골을 얻지 못하고 종료 휘슬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로써 한국은 최종예선 원정 4경기에서 무승(1무4패) 행진을 이어갔다. 그나마 이날 2골을 뽑아 원정 무득점 행진은 마감했지만 별 위로가 될 수 없었다. 지난 3월28일 시리아와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1-0으로 승리하고도 경질 위기에 몰렸다가 힘겹게 재신임을 받았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은 이제 풍전등화 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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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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