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하게 된다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다. 공장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앞으로는 투자 매니저, 피부과 전문의, 소매업소 종업원에 이르는 다양한 직업들이 로봇에게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얼마나 빨리, 또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다가올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사람들을 지금과는 다르게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봇과 함께 일하거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도록 준비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또한 과연 훈련을 통해 인간이 자동화되는 세상을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인지, 역시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퓨 리서치 센터와 엘론 대학은 테크놀러지와 교육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 1,408명에게 “미래의 근로자를 성공적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향후 10년간 새로운 학교 교육이 도래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예스’, 나머지는 ‘노’라고 답했다. 다음은 이 설문조사의 질문과 응답자들의 반응들을 정리한 것이다.
자동화 세상이 오면 직장마다 온라인 강의가 필수 코스가 될 것이다. 유대시티의 창업자 세바스찬 드런(왼쪽)과 온라인 코스 매니저 앤디 브라운이 함께 클래스 프로그램을 녹음하고 있다. <사진 Max Whittaker/ NY Times>
▲자동화된 세상을 위해 어떻게 사람들을 교육할 것인가?
사람들은 계속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학교가 아니라 자기 커리어의 연장선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 학교에서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 그 자체다. 비엔나의 FH빈(FHWien) 응용과학 대학의 커뮤니케이션 교수 우타 러스만은 “대학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접근하는 방식, 질문하고 답을 찾고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런 것들은 노동 현장에서 계속 일어나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특정 직업에 필요한 특별한 기술들은 직업 현장에서 배우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또한 기계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특징을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다. 창의력이라든가 비판적 사고, 감정적 정보, 적응력 그리고 공동작업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가르치기 쉽지 않다는데 있다. “미래 필요하게 될 이런 ‘기술들’은 호기심이나 사교 기술 등 문화적응이 필요한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기 때문”이라고 ‘어나더 보이스’ 경제연구소의 매니징 디렉터인 스토위 보이드는 말했다.
▲기계를 앞서갈 만큼 빨리 교육이 변화할 수 있나?
응답자의 3분의 2는 향후 10년 동안 교육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답했으나, 나머지는 교육개혁에는 많은 시간과 돈, 정치적 의지가 필요한데 자동화는 훨씬 더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수석 연구원 다나 보이드는 “일자리의 갭을 알아내고 그에 합당한 기술훈련과 교육 도구를 개발할 능력은 확실히 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트너(Gartner)의 부회장 앤드류 월스는 “지식과 기술을 뇌 조직과 근육에 직접 심을 수 있는 신경과학의 발전을 계속 금지한다면 인간 기술의 진보에 비약적인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의 학위가 여전히 중요할까?
그 어느 때보다 대학 교육은 중요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자동화에서 비교적 안전한 일자리들은 아직도 고등 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과의 생활을 통해 얻게 되는 인간관계의 기술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몸과 몸을 부대끼며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하게 되면 연민과 공감, 정서적 연약성, 사회 정서적 지능이 자극받게 된다”고 정치연구회사 아큐멘의 데이터 및 정책 분석가 프랭크 엘라프스키는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응답자들은 학위가 충분하지 않다, 혹은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들은 그보다 대학 졸업자들이라 할지라도 온라인 코스나 웍샵 등을 통해 취득하는 자격증 같은 것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T의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 데이빗 카거는 “미래에 명문대학 교수들은 온라인 강의를 하게 될 것이고, 중간 수준의 대학들은 학생들을 지원하는 티칭 조교들로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견습 제도나 주문형 학습 등 직업 현장에서의 배움에 더 많은 가치를 두게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았다.
또 이력서보다 작업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레주메는 너무 평면적이어서 그 사람의 기술 배경을 적절하게 전달해주지 못한다. 본질적으로 일의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입체적인 자료들이 근로자 개인의 능력을 표현하는데 궁극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라고 인디애너 대학의 커리어 전문가 메릴 크리거는 말했다.
중국의 자동차 공장들에서는 빠른 속도로 로봇이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다. <사진 Giulia Marchi/ NY Times>
▲지금 근로자들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계속 배우는 것을 일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라. 일터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클래스를 택하고, 자신에게 새로운 것들을 가르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하버드의 버크만 클라인 센터의 주디스 도네이스는 “아직도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업무를 배우는 데 집중하라. 가르치고 돌보는 일, 건축하고 보수하는 일, 연구하고 평가하는 일 등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도전과 규율이 필요한 독립적인 학습이 가능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훈련에 적절한 사람들은 좋은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 등 특권 층 환경에서 나올 확률이 크다고 멀렌버그 대학의 미디어 역사학자 베스 코르조 뒤카르트는 지적했다.
“새로운 일들은 고도의 자기 학습이 필요한 일들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미래에도 기존의 불평등의 사회구조가 재현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런 준비를 다 갖춘다면 일자리는 충분할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연구원 조나단 그루딘은 사람들이 테크놀러지 기술을 계속 배우는 한 미래의 잡 시장은 낙관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람들은 미래에도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단지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중심에 테크놀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개혁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던 응답자의 3분의 1은 훈련이 필요한 일자리들이 있건 없건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잡들은 로봇이 도맡게 될 확률이 크다. 문제는 있지도 않은 직업들을 위해 사람들을 어떻게 훈련시키느냐가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일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부를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이메일 회사 미메캐스트의 수석 과학자 나다니엘 보렌스타인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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