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렵꾼과의 전쟁 국립공원서 버젓이 사냥 코끼리·코뿔소 멸종위기
▶ 드론의 위력과 한계 야간순찰 유용 밀렵 줄어 적발해도 지원없어‘체포 0’
리원데 국립공원 관계자가 밀렵군들에게 살해된 코끼리 사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Rachel Nuwer>
칠흑 같은 밤, 300피트 상공에서도 드론 ‘뱃호크’(BatHawk)는 리원데 국립공원의 불법 침입자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샤이어 강을 따라 배를 타고 들어오는 이들을 드론에 부착된 열감지 카메라가 잡아내는 것이다.
2마일 떨어진 곳에서 랜드 크루저에 타고 있는 앙투아네트 더들리와 스테판 드 네커는 운전석 옆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드론이 보내오는 라이브 동영상을 보고 있다. “혼 좀 내줘야겠다”고 말한 드 네커가 컴퓨터 키를 몇 번 두드리자 드론에서 발사되는 조명이 배를 환하게 비췄고, 밀렵꾼들이 탄 배는 화들짝 유턴을 하더니 그대로 내빼는 모습이 화면에 비쳐졌다. 밀렵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드론을 사용해 야생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그러나 재정과 기술 문제 등 여러 가지 난제가 있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 Times)는 보도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최근 코끼리 밀렵이 너무 성행해서 2007년부터 2014년 사이에 전체 코끼리의 30%가 사라졌다. 또 코뿔소는 2015년 한 해 동안 최소 1,338마리가 뿔 때문에 살해됐다. 밀렵꾼들은 날로 지능적이 되고 군사전략을 방불케 하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어서 밀렵을 막으려는 많은 노력과 조치들이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말라위의 리원데 국립공원(Liwonde National Park)은 2014년 공원 안에서 50마리의 코끼리와 2마리의 코뿔소가 당하고 난 후 2015년 아프리칸 파크스(African Parks)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기관은 밀렵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보호지역의 재활을 돕는 비영리단체다. 아프리칸 파크스는 말라위에서 작전을 시작한 이래 1만8,000여개의 불법 덫을 압수했고, 100여건의 체포를 실시했으며, 60여마일에 달하는 전기철조망을 세웠고, 261마리의 코끼리를 다른 보호구역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프리칸 파크스는 이례적인 하이테크 실험을 출범시켰는데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도입한 드론 팀이다.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의 펀드와 구글 사의 500만달러 지원에 힘입어 밀렵꾼들과의 전쟁에 드론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체계적인 평가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더들리와 드네커가 소속된 회사(UAV & Drone Solutions)는 아프리카에서 허가를 받은 최초의 드론 회사로 밤에도 15마일 이상 드론을 비행시킬 수 있다. 밀렵꾼들은 밤에 움직이고, 대부분의 공원들은 야간순찰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굉장히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상아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 경찰들이 불법유통 상아를 폐기처분하고 있다.
지금 드론이 운용되고 있는 곳은 남아공화국과 말라위, 짐바브웨이며 곧 보스와나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날개에 카메라와 영상 송출기, 원격 조종장치 등을 달고 있는 뱃호크는 배터리로 8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밀렵 감시에 드론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수년전 이같은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야생보호운동가들로부터 전격적인 호응을 얻었으나 얼마 안가 이에 따른 실망도 컸다. 일단 산업용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그 비용은 야생보호 기구들의 예산을 훨씬 넘어선 것이었다. 또 공원 관계자들이 야생 환경에 적절하지 않은 모델의 드론을 구입해서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일도 잦았다. 자기네 환경에서 드론이 적합하고 필요한지를 미리 조사해야 하는데 그런 숙제는 하지 않고 무조건 첨단장비만 원하는 야생보호단체들도 많다. 그런 경우 테크놀러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정부 관료들도 도움되지 않기는 마찬가지. 나미비아에서는 정부가 드론 사용을 중지시키는 바람에 구글 그랜트가 지원한 드론의 시험비행과 훈련이 중단됐다. 다른 나라들도 무인비행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아주 최근에 와서야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2015년 남아공화국이 처음으로 드론에 관한 공식 법안을 제정했고, 다른 나라들도 제한적 예외조항을 두기 시작했다.
한편 운영비용이 한 달에 10만달러 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진 드론이 과연 얼마나 밀렵 감시에 효율적인가 하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로 부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드론 감시에 의해 체포된 밀렵꾼은 단 한명도 없다. 드론 팀이 밀렵자들을 찾아내도 지상에서 이들을 잡거나 쫓아낼 백업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은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드론 팀이 코뿔소 밀렵군들을 찾아내 공원 관리들에게 전화했더니 “그곳으로 보낼 레인저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기들이 해달라는 일을 해주고 있는데도 백업이 없다니, 그 황당함은 말로 할 수 없다”고 드론 팀은 호소했다.
앙투아네트 더들리(왼쪽부터)와 스테판 드 네커, 오토 베르트뮐러 폰 엘그가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이들은 또 아무런 단서나 가이드 없이 무조건 드론을 날리며 찾아내야하는 어려움도 겪는다. 남아공화국의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시험비행에 참가했던 한 팀원은 “이스라엘 땅 만큼이나 방대한 공원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조건 사람을 찾으라니 이런 시간 낭비와 배터리 낭비가 없다”고 한탄했다. 데이터 분석 역시 큰 문제다. 현실은 드론 운영자가 밀렵꾼을 찾아내려면 계속 라이브 동영상을 보고 있어야 한다. 밀렵꾼이 나타났다고 해서 신호가 울리는게 아니기 때문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놓치기 십상이다. 그런데 잠시 한눈을 팔 상황은 너무도 많다. 다른 데를 볼 수도 있고 커피잔을 집으러 얼굴을 돌리기도 하고 화장실에도 다녀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적잖이 일어나서 나중에 영상을 돌려볼 때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과 동물을 구분해 적발하는 드론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완성되면 원시적으로 몇 시간이고 비디오를 들여다보아야 하는 수고가 줄어들 것이다.
지금까지 드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일화적인 것들이다. 드론이 날아다니는 시간과 지역에서는 확실히 침입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워낙 공원이 드넓다보니 밀렵꾼들은 드론이 보이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은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작년 8월부터 리원데에서 드론의 효율성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2대의 뱃호크와 3대의 DJI 팬텀 드론이 투입됐으며 짐바브웨에서도 같은 시험비행이 시작됐다. 또한 드론이 동물과 인간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도 아울러 진행되고 있다.
한번은 DJI 팬텀 드론이 코끼리 떼를 공원 안으로 몰아넣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드론에서 코끼리들이 싫어하는 벌 웅웅대는 소리가 났기 때문인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코끼리들이 인가로 내려오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연에서 드론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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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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