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비 안 들고 무게 줄어 절약…“대신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비행기에서 스크린을 없애면 막대한 제작비용과 무게, 부피를 줄임으로써 상당한 경비와 연료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사진 blog.koreanair.com>
비행기에서 좌석 등받이에 붙어있는 스크린이 머잖아 사라질 전망이다.
장시간 항공 여행을 하는 승객들에게 기내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지루함을 달래주는 인-플라이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제 서서히 퇴출당하고, 대신 많은 항공사들이 와이어리스 서비스를 개선해 승객들의 전자 기기로 직접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물론 이런 변화가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비행기들은 연착이 잦은 것처럼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교체도 한동안 완충기를 지나게 될 것이다.
항공사 입장에서 이러한 교체는 돈도 절약하고 승객들의 취향을 맞춰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와 같다. 요즘 승객들은 점점 더 태블릿과 스마트폰 사용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언제나 와이파이로 연결된 생활을 하고 있다. 지상에서의 그러한 라이프스타일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중이라고 달라지지는 않는다”라고 말한 존 코빈은 2,900여대의 상업용 비행기에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고고(Gogo) 사의 대표상무다.
현재 사용되는 좌석 등받이의 빌트인 스크린은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박스를 통해 승객들에게 콘텐츠의 세트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스크린이 비행기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후반으로, 대단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몇 편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 기술 향상과 함께 승객들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해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와이어리스 시스템을 통한 콘텐츠의 스트리밍이 시작되면 승객들은 그보다 훨씬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모두 자신의 포터블 전자기기를 휴대하고 비행기를 탈 것이기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서는 따로 좌석 등받이에 스크린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현재 얼마나 많은 항공기가 스트리밍 콘텐츠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인터넷 글로벌 서비스의 윌리엄 호프 대표는 “스크린의 인기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새로운 항공기 모델들은 스크린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 항공 산업 분석가이며 컨설턴트인 로버트 W. 맨 주니어에 따르면 비행기들의 기내 장비가 뒤죽박죽된 것은 항공사들의 잦은 합병과 인수 때문이다. 더욱이 그 혼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비행기는 변신 속도가 느려서 3년까지 걸린다고 그는 설명했다.
차세대 기종이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하고 서비스에 들어갈 때 즈음에는 테크놀러지가 그보다 한참 앞서있을 것이기 때문에 다시 비행기는 구식이 되어버리는 식이다. 비행기내 시설물 연구회사 루트해피의 디렉터인 제이슨 라비노비츠는 “항공 산업은 어느 것 하나 빠르게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면서 “빨리 움직이는 것은 단지 비행기 뿐”이라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스크린을 없애면 항공사들은 상당한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새 비행기를 만들 때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들어가는 돈은 전체 예산의 10%나 차지할 정도로 큰 액수다. 게다가 수많은 스크린과 이를 연결하는 와이어들은 비행기에 꽤 많은 무게를 더한다. 이로 인해 연료를 더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기름 값이 비쌀 때는 1파운드라도 줄이려는 항공사들에게 큰 부담인 셈이다.
스크린을 없앨 때 생기는 또 한 가지 이점은 좌석이 날씬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항공사들은 더 많은 좌석을 채워 넣을 수 있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선 비행기들은 점차 빌트인 스크린을 없애는 쪽으로 갈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장거리 국제노선 비행기들에는 한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윌리엄 호프에 따르면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8년 동안 기내 스트리밍 콘텐츠를 홍보해왔으며 좌석 등받이에 스크린이 붙어있는 기종은 절대 구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의 증가 추세를 접어두고라도 사우스웨스트가 제로 스크린 전략을 택한 이유는 비행기 노선이 대부분 영화 한편을 다 보지 못할 정도로 짧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앞으로 항공사들이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승객의 전자기기 사용에 의존하게 된다면 항공사들은 또 다른 시설을 추가해야 한다. 승객들이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아울릿이 그것이다. 비행기내 모든 좌석에 충전 장치가 필수적으로 부착돼 있어야 하고, 모두 다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늘 점검하고 보장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인 기내 서비스의 항목이 될 것이라고 호프는 덧붙였다.
좁은 좌석에 끼어 앉아서 몇 시간을 가야 하는데 충전기가 말을 듣지 않아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가장 불쾌한 경험이 될 것이고, 항공사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극도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좌석등받이 스크린으로 인한 고객 불만은 늘 있어왔다. 기내 모든 불을 끄고 수면을 취하는 시간에도 일부 고객들은 영화를 시청하기 때문에 그 스크린 빛이 수면에 방해된다는 불만이 가장 흔하게 제기되곤 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작동하는 박스가 좌석 밑에 달려있는데 이 박스의 부피가 꽤 커서 다리를 뻗거나 가방을 넣어둘 공간이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였다.
기내 스트리밍 서비스로 바꿀 때 예상되는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옆자리 승객들과의 에티켓 문제다.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때는 누구든지, 특히 옆자리 사람은 내가 보고 있는 걸 함께 볼 수가 있다. 물론 소리는 안 들리겠지만 누군가 나의 스크린을 훔쳐본다는 사실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어색한 순간은 섹스 신이 나올 때나 폭력이 자심한 영화를 볼 때다. ‘왕좌의 게임’ 같은 드라마를 볼 때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의 기기를 통해 보게 되면 등받이 스크린보다는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고, 스크린 빛이 다른 승객에게 주는 불편도 많이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스트리밍 서비스로 갔을 때도 문제점은 있다. 지금처럼 개봉한 지 얼마 단 되는 새 영화를 제공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항공사들은 새 영화를 개봉 한 달 혹은 두 달 만에 기내용으로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면 개봉이 한참 지난 후 가정 용 홈 뷰잉 버전이 나올 때에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갈수록 콘텐츠 보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영화사들이 스트리밍으로 누구든 새 영화를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승객의 약 90%는 기내 화면 메뉴에서 ‘새 영화’(new releases)를 클릭한다.
어떤 사람들은 스크린도 그냥 놔두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집에서도 TV로 영화를 보면서 랩탑으로 일하는데 비행기를 타고도 그럴 수 있으면 환상이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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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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