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여자 골프 간판 톰프슨(왼쪽)과 루이스.
27일 현재 여자 골프 세계랭킹 10위 이내에는 미국 선수가 단 한 명 뿐이다.
5위에 올라 있는 렉시 톰프슨(21)이 유일하다.
20위 이내로 범위를 넓혀도 고작 3명이다. 13위 스테이시 루이스(31), 19위 저리나 필러(31)가 2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미국인 우승자도 톰프슨과 브리타니 랭(31) 등 2명에 불과하다.
정상급 선수 머릿수도 부족하지만, 투어를 지배할 빼어난 선수가 없다는 것도 미국 여자 골프의 숙제다.
세계랭킹 1위 경쟁은 이제 미국 선수를 빼고 전개되고 있다. 세계랭킹 1∼4위에는 뉴질랜드(리디아 고), 태국(에리야 쭈타누깐), 한국(전인지), 중국(펑산산) 등이 포진했다.
이런 미국 선수의 부진은 LPGA투어에서 큰 골칫거리다.
세계화를 내세우며 아시아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지만 대회 후원 기업은 아직은 미국 회사가 많다. 또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비싼 중계권료를 받는다고 해도 미국 내 중계방송 시청률은 아무래도 미국 선수의 성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ESPN은 내년 LPGA투어에서 가장 큰 이슈는 미국 선수의 부진으로 꼽았다.
골프 전문 기자 봅 해리그는 "여자 골프는 프로 스포츠에서 틈새시장일 뿐"이라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미국인 스타 플레이어 부재를 꼬집었다.
ESPN 인터넷판 골프 편집자 케빈 매과이어 역시 "내년에는 미국 선수 우승이 더 많이 나와야 LPGA 투어가 산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당장 미국 여자 골프가 살아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간판선수들은 갈수록 노쇠해지는데 어린 유망주는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미국 선수 9명 가운데 6명이 서른 살을 넘겼다.
20대 선수는 톰프슨, 제시카 코다(23), 앨리슨 리(21) 셋뿐이다.
루이스, 랭, 필러, 브리타니 린시컴(31), 크리스티 커(39), 모 마틴(34) 등 가정을 꾸린 주부 선수들이 미국 여자 골프의 주력이다.
미국 골프 전문가들은 미국 여자 골프의 부활은 톰프슨에 다렸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가장 나이가 어리고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톰프슨은 12살 때 US여자오픈 출전권을 따내는가 하면 15살에 LPGA투어에 데뷔해 16살에 첫 우승을 일궈내는 등 미국 여자 골프의 희망이었다.
큰 키에 매력적인 외모에다 투어 최정상급 장타력 등 슈퍼스타의 자질을 갖췄다.
2014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제패해 메이저대회 왕관을 쓰자 세계랭킹 1위 후보로도 꼽혔다.
하지만 톰프슨은 스무 살을 넘기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톰프슨은 올해 2월 혼다 타일랜드에서 일찌감치 승전고를 울렸지만 이후 한 번도 우승을 보태지 못했다. 특히 미국 대표로 출전한 리우 올림픽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2016년을 마감했다.
톰프슨은 그린 플레이 미숙이라는 심각한 약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없이 퍼터를 바꾸고 심지어 눈을 감고 퍼트하는 희한한 방법까지 동원했지만, 효과를 그때뿐이었다.
그러나 톰프슨은 워낙 멀리, 정확하게 공을 보내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퍼트가 되는 날에는 적수가 없다. 미국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매과이어는 "루이스가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이르다"며 루이스의 부활에 기대를 걸었다.
천재 소녀에서 LPGA 투어 최고 선수까지 오른 루이스는 작년부터 2년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는 준우승 3번을 포함해 톱10에 8차례 입상했지만 상금랭킹 16위로 처져 노쇠 기미를 보였다.
매과이어는 그러나 "우승하는 방법을 아는 선수"라면서 부활을 희망했다.
루이스와 동갑이지만 아직 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필러도 미국 여자 골프의 부활을 이끌 주인공으로 주목받는다.
필러는 20대 선수 못지않은 강력한 파워 골프를 구사한다. 우승만 없을 뿐 우승에 근접한 성적은 자주 냈다.
수렁에 빠진 미국 여자 골프를 건져낼 구세주가 나타날지 궁금한 2017년 시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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