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 60년대 태생들의 젊음을, 피를 끓게했던 자유와 일탈의 함성
▶ 랩·힙합에 밀려났지만 최근 열리는 페스티벌 모든 연령층 몰려 열광
레전드들 회고록도 붐…이젠 ‘노년’의 안정 즐겨
인디오의 엠파이어 폴로 필드에서 열린 2016 데저트 트립 뮤직 페스티벌의 첫날 전설적인‘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73)가 론 우드(왼쪽), 키이스 리처드와 함께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록 뮤직 청중은 1950년대와 60년대 태생들이다. 이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로큰롤의 수명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1956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에드 설리반 쇼’에 나와 미국 TV 역사상 가장 높은 82.6%의 시청률을 기록한지 꼭 60년이 지난 지금 록 콘서트는 어느 때보다 돈을 쓸어 모으는 이벤트가 되었다.
지난 10월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2주 주말에 걸쳐 열린 데저트 트립 페스티벌(Desert Trip festival)은 밥 딜런과 롤링 스톤즈, 닐 영, 폴 매카트니, 더 후, 그리고 로저 워터스(핑크 플로이드) 등 1960년대의 레전드들이 한 자리에 모인 록 음악제였는데 15만장의 티켓이 팔려나갔다.
록 스타들은 1940년대 출생자들이지만 청중들은 모든 연령층을 망라했다. 늙은 히피들, 젊은 가족들, 백팩을 멘 대학생들, 흰머리의 자유주의자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비틀즈를 보거나 우드스탁에 가본 적이 없을 만큼 젊지만 모두들 록 콘서트를 즐기러 왔다.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편안한 의자, 와인을 파는 벤더도 있고, 셰프가 요리한 음식들도 사먹을 수 있으며, 화장실도 대단히 깨끗하다. 70년대 록 콘서트보다는 훨씬 개선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그만큼 레코드 판매도 늘었을까? 그건 아니다. 요즘의 레코드 비즈니스는 아델(Adelle)이 아니고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한다. 또 틴에이저들의 전유물인 탑 40 라디오는 포스트-록 팝과 힙합에 치중해 있다. 2016년 현재 록은 틴에이저 음악이 아니다.
현재 록의 좌표는 1980년대 초 재즈의 상황과도 같다. 1920년대의 루이스 암스트롱으로부터 30년대의 듀크 엘링턴, 50년대 찰리 파커, 6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로 이어지는 재즈의 역사는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그러다 1980년대 초가 되자 진화 속도가 느려지면서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트럼펫 연주자이며 작곡가인 윈튼 마살리스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찰리 파커가 버렸던 스타일로 돌아가 아직도 거기에 탐구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었다.
그를 통해 재즈는 링컨센터로 들어갔고, 레퍼토리를 확립하면서 ‘미국의 클래식 음악’으로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제는 더 이상 재즈의 음악성에 대한 논란이 일지 않는다.
바로 록이 지금 그 단계에 와있다.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는 단계다. 록 스타들의 회고록이 지금 붐을 이루는 것도 그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은 2004년에 ‘연대기: 제1권’(Chronicles: Volume One)을 출간했다. 지난 10월에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자서전 ‘본 투 런’(Born to Run)을 출간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과 마이크 러브는 각기 다른 입장에서 음악 인생을 돌아보는 책을 따로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더 밴드’의 로비 로벗슨과 키이스 리처드도 자서전을 냈다.
로큰롤은 1950년대 중반에 그 이름을 얻었다. 미국 남부의 블루스, 컨트리, 초기 R&B 등 흑인과 백인의 음악 스타일이 모두 섞인 음악으로 태어났다. 호른 대신 새로 나온 전기 기타가 자리를 차지했고, 대부분 싱어송 라이터인 연주자들은 솔직하고 자전적인 내용을 노래하면서 딴따라보다는 예술가의 위상을 갖게 됐다.
1980년대 록은 MTV와 컴팩 디스크로 인해 크게 붐을 이뤘고 할리웃 영화와 TV 광고에 많이 사용됐지만 동시에 서서히 쇠퇴하는 조짐을 보였다. 그때 나온 랩뮤직이 주류 음악계에 파고들며 로큰롤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잠시 널바나(Nirvana)와 펄 잼(Pearl Jam) 등 얼터너티브 록, 그런지 밴드들이 인기를 끌었으나 사라졌고, 록은 새로운 혁신보다는 과거를 되풀이하는 음악으로 남게 됐다. 새로운 록 밴드들이 나타나 인기를 끌어도 대개는 옛 록 밴드들을 답습하는 스타일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그 중에는 록의 한계와 지경을 넓힌 록 뮤지션들이 있다. 비요크(Bjork)와 P.J. 하비 같은 가수들은 새로 발표하는 앨범마다 록의 규칙을 변화시키면서 골수팬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이들의 콘서트는 70년대와 80년대의 2세대 록 밴드들만큼 공연장을 채우지 못한다. 록을 발전시키는 진보적 뮤지션들은 더 이상 주류가 아닌 것이다.
록이 이제 혁신보다는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안정된 위치로 내려갔다면 그 격동의 자리는 무엇이 차지했을까? 힙합이다. 요즘 수백만의 힙합 팬들은 켄드릭 라마, 비욘세, 케인 웨스트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한다. 힙합에는 아직도 혁신이 있기 때문이다.
랩송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쓴다. 악기 연주자들이 중요하지도 않다. 힙합 스타들은 또한 상업성에 무관심한 척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이 밀레니엄 세대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음악은 세대와 함께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젊었을 때 활약했던 가수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들과 함께 인생 여정을 살아간다. 빌 플래나간(Bill Flanagan)은 20~40세 때 록 저널리스트로, 40~60세 때는 MTV 네트웍의 뮤직 쇼 프로듀서로 일했다. 록과 함께 했던 시대를 살아온 그는 자기 자녀들은 그들 세대의 음악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1987년과 88년생인 두 딸은 스파이스 걸스와 데스티니즈 차일드, 50센트 투 드레이크를 좋아합니다. 그 아이들 세대의 목소리죠. 그러나 1994년에 태어난 아들은 또 다릅니다. 이제껏 만들어진 모든 음악을 컴퓨터에 저장해두고 손가락 하나로 다 들을 수 있는 세대여서인지 음악의 장르라던가 연대기적 개념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탐 페티를 듣다가 버즈(Byrds)에게로 가고, 거기서 에벌리 브라더스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로큰롤은 이제 확실히 노인들의 음악이다. 물론 젊은이들 중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음악은 누구든 취향대로 들을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중년이 되어있을 힙합 팬들은 어쩌면 흰머리가 된 제이 지(Jay-Z)와 대머리가 된 에미넴을 보러 캘리포니아 사막을 달려갈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열린 데저트 트립 페스티벌(Desert Trip festival)은 1960년대의 레전드들이 한 자리에 모인 록 음악제였는데 15만장의 티켓이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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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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