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기후체제 ‘파리협정’ 발효, 문제는 각국 정부 소극성, 온실가스 감축 구속력 없어 화력발전 비율 줄지 않고 기후 변화 가속화 되기만
▶ 그래도 희망은 있다,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위해 미중상호 교차점검 등 협력 민간에선 재생에너지 개발 붐
지구온난화로 남극의 맥머도 기지 인근 테일러 빙하가 녹아 땅이 드러나 있는 모습.
“지구 온난화라는 개념은 중국인들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거짓으로 지어낸 것이다.”
2012년 11월6일 트위터에 이와같은 글을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도널드 트럼프는 약 4년 후인 2016년 11월8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날은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세계 197개국이 합의한 파리협정 발효라는 희망적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나흘 뒤기도 했다.
트럼프의 승리 이후 세계의 이목은 온통 트럼프가 대선 기간 공약한 ‘파리협정 탈퇴’를 현실화할 것인지에 쏠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술 더떠 “인간의 활동과 기후변화 간 어느정도 연관성은 있다고 본다”는 모호한 발언으로 혼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기후변화대응의 시급성을 깨닫기만 하면 만사형통일까. 답은 ‘아니오’다. 급속히 악화하는 기후변화의 돌파구가 될것이란 기대와 달리 파리협정은 발효 전후로 이미 각국 정부의 소극성등 현실적 한계로 인해 우려에 휩싸여왔다. 매달 지구 평균 기온이 월별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파리협정을 완수한다 해도 기후변화의 재앙을 막기엔 너무 늦었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마지막 희망‘ 파리협정’ 실효성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대응을 골자로 한 파리협정은 지난해 12월 12일 전세계 지도자와 시민사회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채택됐다.
세계 197개 당사국 대표들은 당시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2주간의 격론 끝에 2020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기후체제에합의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55% 이상을 차지하는 55개 국가 및단위가 공식 비준함에 따라 지난달4일 공식 발효됐다.
파리협정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 1.5도 이하로 제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 이행 독려 ▲2020년부터개발도상국에 최소 1,000억달러(약118조원)의 기후변화 대처 지원금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협정의 방점은 각국 정부가 목표 달성을 위해 제출한 INDC의 이행 여부에 찍혀 있다. 5일 현재 총115개국이 파리협정에 비준했으나 INDC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이행 방식에 대한 진행이 더뎌 비난이 거세지고있다. 비영리 연구기관 클라이메이트 액션트래커(CAT)에 따르면 현재 파리협정 참여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는 세기말 2도 상승선을 훌쩍넘긴 평균기온 3.3~3.9도 상승이 불가피하다.
특히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9월 동시에 비준을 선언한 미국과 중국의 행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바마 정부는 온실가스 최대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기 위해 2010년부터 11개 법안을 발의했음에도 단 하나도 의회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공식 수치상 배출량 통제가 이뤄지고 있으나 정부 통계 자체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 절벽’에 선 지구 이미 늦었나
협정이 무의미한 구호로 끝나지않기 위해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 마련이 촉구되는 가운데 기후변화는 점차 가속화하며 적신호를켜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시계를 되돌리기에 이미 늦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화석연료 발전은 여전히 전체 에너지의 86%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론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적인 목소리도 남아있다. 세계 화석연료보조금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미ㆍ중이 9월 말 서로의 보조금을 교차점검하는 등 이례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 전반의 비용과 직결되는 민감 사안에 대해 투명성이라는 1차 과제를 일정 부분 해결한 양국에 극찬이 쏟아지자 중국은 주요 20개국(G20)에도 보조금교차점검 동참을 촉구했다.
■정부보다 발 빠른 민간의 대응
산적한 과제에 짓눌린 정부에 비해 민간 차원에서는 발 빠르게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애플의 자회사 애플에너지는 태양광업체 퍼스트솔라와 캘리포니아에 태양광 발전소 건립을 추진한 데 이어 지난 8월 공식적으로 전력 거래 허가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연 7만 6,000가구의 사용량에 맞먹는 전기를 사용 중인 애플이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전력 자체 충당에 나선 것이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일제히 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청정에너지 발전량은 2013년 이후 매년2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에도 고무적이다.
재생에너지 생산이나 공장 생산방식변화 자체가 거대 자본의 이동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정부의 최우선 과제역시 기업에 신뢰를 주는 정책 마련이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고문을 지낸 환경보호기금(EDF) 나타니엘 코헨은 이에 “파리협정의 성공은 세계각국이 자본을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움직일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슈퍼 온실가스 HFC 배출 잡자”
-기후 협약 새 타깃197개국 ‘키갈리 협약’
파리협정 발효를 한 달여 앞둔 지난 10월15일에는 197개국이 수소불화탄소(HFC) 감축을 골자로한‘ 키갈리 협약’에 합의했다.
최종 합의안은 각국을 경제 수준 별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감축 목표를 차등적으로 부과했다.
HFC는 프레온가스로 불리는오존층 파괴 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돼, 1980년대부터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매로 널리 사용돼왔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보다 1만 배 이상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HFC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슈퍼 온실가스’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키갈리 협약은 기후관련 단일합의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온도저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가능개발연구소(IGSD)는 협상안대로 HFC가 감축되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섭씨 0.44도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리협정과 달리 통상 제재를 통한 강제이행규정을 마련해 법적 구속력까지 갖췄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한편, 중산층에서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는 감축 이행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다며 비용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수소불화올레핀(HFO) 등 HFC의 대체물질 자체가 고가인 탓에 이미 설치된 에어컨을 교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의회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공식 비준이 가능한데,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측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던 지난 11월 모로코에서 참석자들이 파리협정 지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김정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